볼트 리콜 부담 털어낸 LG엔솔, 내친김에 연내 상장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1.10.13 11:53 수정 2021.10.13 11:54

1조4천억 리콜 비용 부담에 3Q 적자 불가피

GM과의 관계 및 IPO 통한 투자금 마련 시급성 고려한 듯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전기차 볼트 리콜 충당금을 합의하면서 불확실성을 덜어내고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충당금 단위가 조 단위인 점은 뼈 아프지만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GM과의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IPO를 통해 대규모 시설 투자금을 가급적 빨리 확보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GM·LG전자와 볼트 리콜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합의했다. LG가 부담할 리콜 비용은 총 1조4000억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가 각각 7000억원씩 분담한다.


앞서 2분기 리콜 충당금을 각각 910억원, 2346억원 반영한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는 GM과의 최종 합의로 3분기 6200억원, 4800억원을 더 쌓아야 한다.


이 규모는 현대차 코나 EV 리콜 사례 보다 크다. 지난 3월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전 법인인 LG화학은 리콜 비용으로 5550억원을 반영했었다.


코나 리콜 비용 합의 당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분담 비율은 각각 30%, 70%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책임(배터리셀 불량)이 현대차의 책임(BMS 오류, 과충전) 보다 컸다고 본 것이다.


GM의 경우, 화재 원인이 배터리셀 결함으로 초점이 완전히 맞춰지면서 코나 사례 보다 부담이 더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볼트에 탑재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셀을 생산하고 LG전자가 모듈화 작업을 거쳐 GM에 공급했다.


GM은 지난 8월 두 번째 볼트 리콜을 발표하며 "배터리셀에 음극 탭 결함 및 분리막 접힘 등 희귀한 2가지 제조 결함이 동시에 존재할 가능성이 발견된다"고 했다. GM은 '배터리셀 제조결함'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리콜 비용을 LG측으로터 받겠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12일 입장문을 통해 "분리막 밀림과 음극탭 단선이 드물지만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LG측은 2019년 이전 모델은 배터리를 전량 교체하고, 2020~2021년형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후 선별적으로 교체해나갈 예정이다.


규모는 14만2000대로, GM이 언급한 리콜 비용이 총 18억달러(2조152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당 리콜 비용은 약 1516만원이다. 2022년형 쉐보레 볼트EV 출시 가격(4130만원)의 37% 수준으로, 이는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교체 비용이 된다.


결국 이번 리콜은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가 비용 대부분을 떠 안는 방식으로 일단락됐음을 보여준다. LG전자는 충당금(4800억원) 설정으로 3분기 영업이익이 5407억원으로 추락했다. 당초 컨센서스(1조1160억원)의 반토막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약 300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3분기 2000~3000억원의 영업흑자를 예상했으나 대규모 충당금 설정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됐다.


하이투자증권은 "연말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을 앞두고 있는 만큼 LG그룹에 시간적·심리적 부담이 크게 작용한 영향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조 단위 리콜은 뼈 아프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이를 받아들인 것은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GM과의 파트너십을 지속하고, 최대 과제인 기업공개(IPO)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 SK이노베이션과 소송 합의 이후 GM과 합작공장 등을 설립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우선적으로 GM과의 2곳의 합작공장에서 2024년까지 총 70GWh(기가와트아워)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합작공장 이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단독 투자해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GM과의 합작공장 70GWh와 합쳐 미국 내 총 145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최근엔 현대차그룹과 동남아 거점을 겨냥한 인도네시아에 배터리셀 합작공장 설립을 발표하며 발 빠르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가 적기에 이뤄지기 위해선 조 단위 투자금은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시장으로부터 적정한 사업가치를 평가 받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연내 상장을 목표로 IPO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8일 코스피 상장을 위해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하며 3분기 내 상장을 계획했지만, 볼트 리콜 이슈가 터지면서 지난 8월 심사가 중단됐다.


앞으로 상장 절차가 수월하게 진행된다면 연내 상장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도 6월 예비심사 통과 이후 8월에 상장했다. 다만, 최종 통과에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의 충당금 규모와 LG전자와의 최종 분담 비율 등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LG전자와의 회계적 충당금 설정시 양사 분담률은 현재 상황에서 중간값을 적용해 반영하고, 최종 분담비율은 양사의 귀책 정도에 따라 추후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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