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사방' 단순 시청도 "성착취물 소지"…유죄 판결 잇따라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1.10.05 09:08
수정 2021.10.05 09:08

경찰, 텔레그램 '자동저장' 기능 근거로 아청법 위반 해석

법조계 "소지죄 인정 가능성 있지만 고의성 입증 쟁점"

텔레그램 '박사방' 무료회원들이 '단순 시청자'가 아닌 '성착취물 소지자'로 처벌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이 텔레그램의 기술적 특성을 분석해 적극적으로 법리를 해석한 결과다.


5일 청주지법 제천지원은 지난 3월 박사방 무료회원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과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 등을 명령했다.


A씨에게 적용된 죄명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의 방조죄와 음란물 소지죄다.


그는 2019년 조주빈(25) 등 박사방 운영진이 무료방에서 홍보 목적으로 진행한 '실시간 검색어 미션' 등에 참가했다. 지시에 따라 특정 검색어를 포털사이트에 입력한 A씨 등은 이튿날 운영진이 올린 미성년 피해자의 성착취물을 시청했다.


주목할 점은 A씨가 다운로드 버튼을 누르지 않고 스트리밍 등 방식으로 성착취물을 단순 시청했음에도 소지죄가 유죄로 인정됐다는 점이다.


이는 텔레그램의 기능적 특성 때문이다. 텔레그램은 대화방에 올라온 영상·사진 등 미디어 파일을 일정 용량 한도 안에서 자동으로 사용자의 단말기에 저장한다.


전국적으로 박사방 무료회원 305명을 특정해 수사해온 경찰은 이같은 기능을 검증해 성착취물 '시청'과 '소지'가 동시에 이뤄졌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런 수사의 결과 지난달 광주지법 순천지원도 경찰의 텔레그램 실험·분석 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증거로 채택하고 무료회원에게 방조죄와 소지죄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례에 법적 판단은 아직 엇갈리는 상황이다. 일례로 지난 7월 의정부지법이 박사장 무료회원 B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사건에서 B씨는 방조죄로만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무료회원에게 '사진·영상을 저장하려는 고의'가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텔레그램의 기술적 특성 때문에 소지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개별 사안마다 상황이 다를 텐데, 피고인이 '소지의 고의가 없었다'거나 '자동 저장이 되는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고 하면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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