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58)] 뮤지컬 배우 전기수, 무대에서 날아오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9.26 14:01
수정 2021.09.25 23:46

뮤지컬 '사랑했어요' 10월 30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안녕하세요, 무대에서 날아보고 싶은 배우 전기수입니다.”


뮤지컬 배우 전기수는 2014년 뮤지컬 ‘우리사이’로 데뷔해 ‘빅피쉬’ ‘벤허’ ‘시라노’ ‘그레이트 코멧’ 등의 작품에서 활약했다. 8년차를 맞은 현재는 고(故) 김현식의 노래로 엮어낸 주크박스 뮤지컬 ‘사랑했어요’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전기수는 앞서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와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즈에서 뮤지컬 ‘벤허’로 앙상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상식에서 앙상블상이 호명되는 순간에는, 모두가 한 마음으로 축하를 보내곤 한다. 비록 주연 배우들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앙상블은 작품을 더 빛나게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엔 배우 전기수가 있었다.


-뮤지컬 배우로 벌써 8년차죠.


맞아요. 고등학교 시절 ‘지킬 앤 하이드’라는 작품을 접하게 되었어요. 평소에 음악을 좋아했는데 뮤지컬을 접한 순간 ‘아! 이거구나!’라는 느낌이 단번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죠. 그런데 집안에 반대가 상당히 심했습니다. 그렇게 포기를 해야 하나 생각하면서 시간이 흘렀고, 결국 입시기간이 됐어요. 무작정 어느 한 극단을 찾아갔습니다. 몰래 입시를 급하게 준비했죠. 하지만 아쉽게도 원하는 대학교 연극영화과에 합격을 하지 못하고 예비순위만 받게 되었습니다. 그 후 국립대학교 경영학과에 진학했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군생활동안 준비했어요. 휴가 때 대학입시를 보러 나와서 합격했답니다. 군생활을 독도(독도경비대)에서 했는데, 헬기장에서 무용을 하던 것이 생각나네요. 그 때를 생각하면, 참 간절했었구나 생각이 듭니다.


-배우라는 꿈을 이루던 그 순간의 기분도 궁금합니다.


‘할 수 있다’라는 마음가짐을 품고 살아가다가 현실이 된 그 순간. 첫 커튼콜 때 관객분들을 마주했던 그 감정을 잊지 못합니다. 무대에 설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하고, 지금까지도 무대에 서는 매 순간 그 자리를 귀하게 여기려하죠. 배우라는 직업은 많은 도전들이 매순간마다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직업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도전에 대한 떨림들이 설렘으로 바뀐 부분이 데뷔와 지금의 달라진 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뮤지컬 ‘사랑했어요’에는 참여하게 된 경로는요?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공연 당시, 과거에 작품을 함께 하셨던 제작감독님께서 연락을 주셨어요. 제가 너무나도 믿고, 사랑하는 분이셨고, 그 분과 함께하는 작업은 뜨겁고, 행복한 기억만 있었기에 감사히 작품에 임하게 되었죠. 저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합니다(웃음).


-무엇보다 공연의 퀄리티에 대해 배우들의 고민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재연이라 스토리나 연출적인 부분에서 달라진 점이 많았고, 각 파트별 스태프, 모든 배우가 더 좋은 것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어느 한 가지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였죠. 모두가 가지고 있었던 궁극적인 목표는 ‘퀄리티 있는 공연’이었기에 지금 이 순간 뮤지컬 ‘사랑했어요’가 있지 않나 생각을 해봅니다.


-작품에 참여하기 전, 혹은 무대에 오르기 전 전기수 배우만의 특별한 루틴이 있나요?


작품에 참여하기 전에는 혼자 여행을 가는 것 같아요. 새로움을 맞이하기 위해 복잡한 것들을 비우고, 마음을 가볍게 정리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또 다이어트를 한답니다(웃음). 공연 전에는 스트레칭을 하고, 공연에 나오는 안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신속하게 간단한 몸동작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저만의 정리를 해요. 간혹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인다는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하하.


또 컵(종이컵)차기를 동료들끼리 합니다. 원을 그려 서로를 마주하고, 종이컵이 땅에 떨어지지 않게 서로서로가 도우면서 차는 거죠. 배우들이라면 몸을 풀 때 많이들 하는 놀이라서 다들 알고 있을 겁니다. 은근히 재미있어요. 다들 한 번 해보세요, 생각보다 쉽지 않을 걸요?(웃음)


-‘사랑했어요’에선 어떤 캐릭터들을 연기하고 있나요?


교수, 주례, 수상한 사람, 비엔나시민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주례 역할에 가장 애착이 가요. 타당성을 가지는 선에서 신랑신부에게 미션을 던진답니다.


-예비 관객들에게 ‘사랑했어요’를 소개하자면요?


‘음악에 취한다’라는 감정을 느끼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고 김현식 선배님의 음악들이 관객분들의 귀를 즐겁게 해드릴겁니다.


-앙상블로서 무대에 선다는 건?


아무래도 나의 노래, 나의 대사가 없다는 것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마 많은 앙상블들이 연기와 노래에 목마름을 느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장면에서 배역과 앙상블이 만나면서 시너지효과를 더 크게 만들어 내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관객분들께서 감탄하실 때, 아주 보람을 느낀답니다. 앙상블은 장면에 색을 입히는 ‘물감’ 같은 존재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뮤지컬 ‘벤허’로 두 개의 어워즈에서 앙상블상을 받으셨죠.


당시 저는 막내였고, 형들의 비해 많이 부족했기에 10kg정도 감량을 하면서 준비를 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정말 힘들었지만, ‘할 수 있다’라는 감정을 느끼게 했던 작품이었죠. 제 기억으론 관객분들께서 앙상블을 ‘갓상블’이라고 표현하기 시작한 첫 작품이기도 했고요. 덕분에 앙상블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뮤지컬 배우로 8년간 무대에 오르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 즉 슬럼프가 왔던 때가 있는지도 궁금해요.


2020년이 되면서, 목이 좋지 않았어요. 노래하는 사람들에게 타격이 아주 큰 폴립이라는 것이 성대에 생겼었거든요. 저는 특히 노래를 너무 사랑했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죠. 두 달 반 동안 집에 가습기를 가득 켜둔 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지냈어요. 거친 호흡도 성대에 좋지 않아서 운동도 하지 못했고요. 그러다보니 살이 찌고, 건강은 자연스레 나빠졌습니다. 그 후 컨디션을 다시 찾기까지 많이 힘들었습니다. 성대에 폴립이 사라지고도 노래하는 것이 불편했고 정신적으로 아주 힘들었던 기간이었어요. 지금은 건강히 살을 빼고 있고, 새로운 발성법을 연구하며 노래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웃음).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나요?


공연을 보는 게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던 비결이에요. 슬럼프를 마주할 때는 보통 현실을 마주할 때와 시기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공연을 보면 무대가 그립고, 내가 서있고 싶은 곳이고…. 그런 감정들이 다시금 마음을 다 잡게 하고 저를 뜨겁게 가슴 뛰게 한답니다.


-앞서 ‘빅피쉬’ ‘벤허’ ‘시라노’ ‘그레이트 코멧’ 등 크고 작은 작품들에 출연하셨는데요. 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


‘그레이트 코멧’이요! 무대를 처음 접한 순간 ‘우와’하고 소리부터 절로 나왔답니다. 너무나 멋있었고요. 기존 공연의 틀을 깨고, 배우들이 악기를 들고, 또 객석을 오가며 관객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공연이었어요. 무대에 관객도, 오케스트라도 심지어 음악감독님까지 함께 있다는 점이 아주 색다르고, 멋진 공연이었답니다.


-앞으로 꼭 도전하고 싶은 작품도 있나요?


‘시라노’에 다시 한 번 참여하고 싶습니다. ‘시라노’라는 캐릭터는 제가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색깔을 너무나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 캐릭터에요. ‘시라노’가 내뱉는 대사들 또 그 넘버들의 가사를 보면, 제 안에서 무엇인가가 끓어오른답니다. 제 성격인지는 몰라도 아주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스스로 자기 PR을 해보자면요?


무대에 ‘헌신’ 하겠습니다. 많이 부족하고 느리지만, 결코 늦진 않을 것입니다. 모든 것에 진심인 거짓 없는 배우. 지켜봐 주세요. 하하.


-뮤지컬 배우로서 지키고자 하는 신념도 있나요?


이 역시 진심으로 ‘헌신’하는 것입니다. 또 공연과 무대를 대하는 저의 태도, 마음가짐이 가벼워지지 않길. 흔들리지 않으려 하고, 매순간 지켜 나가고자 하죠.


-앞으로 대중들에게 어떤 배우로 인식되고 싶으신가요?


‘전기수답다’라는 인식을 심어 드리고 싶어요. 무대에서 뜨겁고 열정적인 배우라는 의미를 담을 수 있다면, 성공인 것 같습니다. 아주 행복할 것 같아요. 몸이 허락하는 한, 무대라는 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공연이 올라갈 때 그 마지막은 관객분들이 자리를 채워주시면서 완성이 됩니다. 저와 함께 계속해서 공연 준비해 주실 거죠? 하하. 관객분들을 최대한 오래 마주할 수 있도록, 저 자신도 열심히 다듬을 것이니 지켜봐 주세요(웃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