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제인권단체 언론중재법 지적에 '침묵'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1.09.17 03:00
수정 2021.09.16 19:39

휴먼라이츠워치 등 4개 단체 "표현의 자유 저해"

문대통령·국회에 개정안 수정 촉구 서한 보내

靑 "입장 표명 부적절…국민적 공감대 마련되길"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등 국내외 4개 단체가 16일 언론중재법 개정안 수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에 보냈다. 이들은 언론중재법에 포함된 독소조항이 표현의 자유, 정보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입장을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휴먼라이츠워치와 아티클19,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단법인 오픈넷 등 국내외 단체는 서한에서 "언론중재법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자 서신을 드린다"며 "한국 정부가 국제법 하의 의무에 맞게 개정안을 수정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권고를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언론중재법의 '허위·조작 보도' 정의가 모호해 남용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표현은 단순히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제한돼서는 안 되며, 타인의 권리와 명예를 보호하거나 국가 안보, 공공질서 또는 공중보건이나 도덕의 보호에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사가 소송을 유발할 수 있는 보도를 피하려고 자기검열을 하면 비판적 보도와 인기 없거나 소수 의견에 대한 보도 등 다양한 표현을 제한할 잠재성이 있다"고 했다.


또 허위·조작보도에 최대 5배의 손해배상을 부여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무거운 벌금형과 같은 과도한 제재는 표현의 자유를 얼어붙게 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소한 오류만으로도 손해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해, 비판적 보도의 대상이 된 이들은 극히 사소한 사실상의 오류에 대해서도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과 관련, "보복적인 보도가 무엇인지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법률의 자의적인 적용 위험성을 높인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언론중재법의 제2조 17의 3호 및 제30조의 2, 제2조 17의 2호 및 제17조의 2를 삭제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언론중재법은 현재 국회에서 협의체를 통해 추가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언론중재법과 관련된 서한 내용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의 자유와 피해자 보호가 모두 중요하므로 이번 기회에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서한 내용은 단체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유엔 특별보고관이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정부에 공식 입장을 요청한 데 대해서도 말을 아낀 바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일 "일단 국회의 시간이 9월 27일까지 연장돼 논의 과정 중에 있고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며 결과에 따라 해당 부처와 협의해 답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여야가 언론중재법 본회의 상정을 오는 27일로 미루기로 합의한 지난달 31일 처음으로 관련 입장을 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숙성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며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고, 국민의 알 권리와 함께 특별히 보호받아야 한다. 따라서 관련 법률이나 제도는 남용의 우려가 없도록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고 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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