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오늘 배터리 분할 주총...주주 환원책 내놓을까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1.09.16 05:00 수정 2021.09.15 13:49

물적분할 임박...“자금 조달 불가피”

'반대' 국민연금, 지분율 8.02% 그쳐

현금 아닌 '자사주 주식배당' 부각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분사를 놓고 16일 ‘운명의 날’을 맞았다.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임시 주주총회에서 분할안이 통과될지 관심이 모인다. 시장에서는 안건이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전망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임시 주총을 열어 기업 물적분할 안건을 상정·의결하는 SK이노베이션이 소액주주들을 위한 주주환원책을 공개할 지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적기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필연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주사 할인 요인에 따라 투자심리 위축이 예상되는 만큼 주식배당 등 차별화된 주주환원책을 펼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LG화학 사례 감안해야”...물적분할 찬성률 82%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지난 14일 오후 회의를 열어 SK이노베이션 물적분할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한 결과,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국민연금은 지난해 LG화학에 이어 대형 배터리 상장사의 물적분할에 또다시 제동을 걸게 됐다. 국민연금의 반대는 LG화학의 물적분할 사례와 마찬가지로 ‘모회사 디스카운트’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반대하더라도 분할안은 주총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당시 LG화학의 2대 주주(지분 10.4%)였던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내놨지만 출석 주주들의 82.3%가 찬성해 분할안이 통과됐다. 물적분할은 특별결의 사안으로 주총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해야 의결된다. 국민연금은 지분율 8.05%로 2대 주주, 최대 주주는 33.4%를 보유한 SK다.


증권사들은 투자금 상당액이 필요한 SK가 신설 법인 출범 이후 기업공개(IPO)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SK도 이번 분할안이 주총을 통과하면 배터리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글로벌 3위권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강성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미 지주회사 구조이기 때문에, 다른 사업부로부터 창출되는 수익을 바탕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배터리 사업부에서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면서 “배터리 사업이 흑자전환하는 2022년 IPO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성난 주주 달래기...SKIET 등 자회사 주식배당 가능성


시장의 관심은 SK이노베이션이 뿔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배당과 자사주 매각 등 주주환원정책을 내놓을지에 쏠려 있다. 회사는 아직 주주환원정책을 명확하게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증권사들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주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신생 배터리 자회사 주식 일부를 주주에 배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이익의 배당은 금전, 주식 및 기타의 재산으로 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중간배당에 있어서도 금전 외에도 주식 및 기타 재산으로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배당 방식을 다양화하기 위해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현금이 아닌 주식을 배당하는 방식은 국내에선 다소 생소하다.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가운데 주식 배당 카드를 꺼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순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9조8404억원으로 10조원에 달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분할이 승인 될 경우 28% 지분 희석 우려가 있지만 투자비 확보로 시장 점유율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SK이노베이션 투자자는 배당으로 배터리 관련 자회사 SKIET, SK배터리 등을 받을 수 있는데 일종의 옵션 가치가 생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작년 LG화학의 물적분할 결정 이후 주가 급락 사례와 마찬가지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위축된 투자심리는 여전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2022년부터 자회사 현물배당 지급 가능성으로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주주친화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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