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따로, 활동 따로?…비아이의 의아한 행보 [장수정의 장담]
입력 2021.09.05 07:01
수정 2021.09.05 03:36
재판 앞둔 6월 솔로 정규앨범 ‘워터폴’(WATERFALL) 발매
이하이 ‘구원자’ 피처링 참여로 활동 이어가
마약 구매 및 투약 혐의로 징역 3년을 구형받은 가수 비아이가 음악 활동을 강행 중이다. 재판 당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비아이지만, 사건이 종결도 되기 전에 활동을 밀어붙이며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박사랑 권성수 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비아이의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검찰은 징역 3년, 추징금 150만 원을 구형했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밝히자 비아이와 그의 변호인은 “모두 인정하고 반성한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비아이는 최후 진술에서 “앞으로 계속 반성하면서 저를 돌아보며 살고 싶다”라며 “용서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살 수 있도록 한 번의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고 사과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비아이는 2016년 4~5월 사이 지인을 통해 대마초와 LSD를 사들이고 일부를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9년 이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고, 비아이는 그룹 아이콘에서 탈퇴하며 소속사였던 YG엔터테인먼트와도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팀의 히트곡 다수를 작사·작곡하며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 비아이였기에 팬들의 충격은 컸다. 당시 마약 구매를 위해 지인과 나눈 메신저 대화까지 공개되면서 비아이를 향한 팬들과 대중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졌었다.
많은 이들에게 배신감을 안긴 비아이지만, 유의미한 자숙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아이콘을 탈퇴하자마자 같은 소속사 선배인 은지원의 정규앨범 ‘G1’ 수록곡 ‘쓰레기’의 공동 작곡가로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프로듀서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으나, 팬들이 과거 비아이가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해당 곡을 들려준 바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YG엔터테인먼트는 “비아이 본인의 요청에 따라 트랙리스트에 이름은 올리지 않았지만 저작자로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에 등록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사건을 통해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대중들을 기만했다는 비난까지 받았음에도,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과정은 이어졌다. 지난해 9월 아이오케이컴퍼니 사내이사로 선임된 비아이는 산하 레이블 131 레이블까지 설립하며 자숙이라고는 모르는 행보를 이어갔다.
아이콘 탈퇴가 무색하게도 올해 1월 에픽하이의 앨범 피처링과 작사 작곡에 참여하고, 3월에는 ‘러브 스트리밍’ 프로젝트 기부 앨범 ‘깊은 밤의 위로’를 발매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기부 앨범을 발매하면서는 “아티스트의 과거 잘못된 선택에 대한 면죄부가 아닌 진정한 자숙의 방향성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지만, 스스로 설정한 자숙의 방식에 동의하는 대중들은 많지 않았다.
이제는 재판과 활동을 병행 중이다. 지난 6월 솔로 정규앨범 ‘워터폴’(WATERFALL)로 본격 컴백을 시도했다가 마약 공판을 앞두고도 컴백을 강행한 사실이 드러나자 소속사가 컴백을 사과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었다. 앞선 공판에서 고개를 숙인 직후 가수 이하이와의 협업을 알리는 등 이중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음악으로 보답하겠다”는 뻔한 반성문은 이제 통하지 않게 된 지 오래다. “좋은 활동”을 핑계 삼아 은근슬쩍 복귀하는 다수의 연예인들을 지켜봐 온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자숙만이 답이다. 최소한의 자숙 없이 활동만 강행하는 사이, 오히려 비아이의 사과는 진정성을 잃고 있다. 지금처럼 밀어붙이기식 활동으로 대중들과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린다면, 접점을 찾는 길은 영영 멀어질지도 모른다.
더욱이 최근 정일훈과 에이미 등 다수의 연예인들이 마약 불법 투여로 줄줄이 재판을 앞두고 있다. 잊힐만하면 다시 터지는 스타들의 마약 문제가 자칫 경각심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비아이의 말뿐인 사과가 또 하나의 부정적 사례로 남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