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통행세’, 한국서 안 통한다…빅테크 전 세계 첫 제재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입력 2021.08.31 18:53
수정 2021.08.31 18:54

‘구글 갑질 방지법’ 30일 국회 본회의 통과…입법 논의 결실

앱마켓 인앱결제 강제 방지 근거 마련…구글·애플 대응 주목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는 31일 본회의를 열고 애플리케이션(앱)마켓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막는 내용의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앱마켓 반독점 규제는 ‘전 세계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구글과 애플의 ‘통행세’는 더 이상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게 됐다.

여야 ‘언론법’ 갈등에 하루 연기…구글 정책 10월 전 ‘제동’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은 이날 법안 제안 설명에서 “스티브잡스와 래리 페이지는 허름한 차고에서 애플과 구글을 창업해 빅테크 기업이 됐다”며 “하지만 이들의 성공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뿐만이 아닌 개방적이고 공정한 생태계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수많은 개발자들이 창업을 꿈꾸며 밤을 지새지만 앱마켓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 발표 이후 이런 꿈들은 거대 빅테크 기업의 횡포에 무너져내리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전 세계 개발자와 이용자들은 앱마켓의 독점 횡포를 막는 법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민국 국회가 전 세계에서 제일 먼저 움직였다”며 “미국에서도 관련 법이 발의되는 등 글로벌 공조를 진행 중이며 전 세계가 대한민국 국회를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안은 재석의원 188명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찬성 180표, 반대 0표, 기권 8표로 가결 처리됐다.


당초 여야는 전날 본회의를 열고 해당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었으나 언론중재법(언론법) 개정안을 두고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면서 순연했다. 갈등을 겪던 여야는 이날 ‘언론법 협의체’를 구성하고 해당 법안을 다음달 27일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합의하는 등 극적 타결을 이뤘다.


이날 통과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구글과 애플처럼 앱을 유통하는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모바일 앱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거나 부당 삭제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했으며 앱마켓을 방통위 통신분쟁조정 대상에 추가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외에도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앱마켓 운영 실태조사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구글은 지난해부터 자사 앱마켓인 구글플레이에서 타사 결제수단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고 수수료 30%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해왔다. 해당 정책은 올해 10월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안이 이날 본회의를 통과해 법제화되면서 한국은 구글뿐 아니라 애플 등 글로벌 앱마켓의 인앱결제 강제를 적용받지 않는 전 세계 첫 번째 국가가 됐다. 법안은 여야 간 갈등으로 여러 차례 좌초될 위기에 놓였으나 마침내 1년여 간의 입법 활동에 결실을 보게 됐다.


구글·애플 대응 주목…통상 우려 등 후속 파장 주시해야

개정안이 공포 즉시 시행되면 다음달 중 효력을 발휘해 구글이 예고한 인앱결제 강제 정책 시행 시점인 10월 이전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법안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이 예고된다. 정보기술(IT) 선두 격인 한국에서 전 세계적으로 논의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빅테크 규제의 첫 사례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한 한미 통상 우려 등 후속 파장이나 구글, 애플의 국내 시장에 대한 대응은 면밀히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앱마켓 제재가 이뤄질 경우 행정소송으로 치달으며 사태가 장기화할 우려도 있다.


당장 애플은 법안 통과가 임박하자 지난 27일 자사 앱스토어 이외의 다른 결제 경로를 소비자들에게 안내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를 인앱결제 강제 철회가 아닌 ‘꼼수’로 받아들이고 있다.


애플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효력을 발휘하면 앱스토어 구매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가 감소할 것”이라며 “한국에 등록된 48만2000명 이상의 개발자들은 지금까지 애플과 함께 8조55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해 왔는데 앞으로 더 나은 수익을 올릴 기회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은근한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웹툰, 웹소설 등 국내 디지털 콘텐츠 창작자들과 앱 개발사들은 한시름을 놓게 됐다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구글 인앱결제 강제와 수수료 인상으로 2025년 국내 모바일 콘텐츠 산업 매출은 5조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었다. 노동 인력 감소도 불가피했다.


인터넷업계도 환영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법안 통과 이후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로 창작자와 개발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용자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정한 앱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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