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니깐 때린다? 데이트 폭력 ③] "스토킹 처벌법처럼 단일법안 마련돼야"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입력 2021.09.01 05:07 수정 2021.08.31 17:50

"신뢰관계·친밀성에서 비롯되는 범죄재발 가능성 높아…솜방망이 말고 가중처벌해야"

"피해 발생시 즉시 신고하고 증거 확보해야…재발방지 긴급조치 이뤄져야"

"손해배상 부분 강조하고 입증 관계 좀 더 쉽게 하는 특별법 제정돼야"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도 들끓지만 정작 양형은 국민 법감정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데이트폭력 처벌법이 단일법안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엔 데이트 폭력을 처벌할 수 있는 단일 법안은 현재까지 없다. 이 때문에 데이트 폭력을 폭행과 상해, 협박죄 등으로 처리한다. 폭행죄로 적용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뿐이다.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의 이승기 변호사는 "데이트 폭력은 강간·살인 같은 강력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불법 촬영물 유포, 명예훼손 등의 범죄로도 심화되고 있다"며 "그러나 피해자와 가해자가 신뢰 관계였다는 전제 하에 폭력의 원인을 피해자가 제공했다는 가해자 주장이 종종 양형에 반영되면서 실제 형량은 사안에 비해 턱없이 낮게 선고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법률사무소 사월의 노윤호 변호사는 "법원이 모든 범죄에 대해 가볍게 처벌하고 있다”며 "특히 데이트폭력 같은 경우 사법부를 포함해 사회적 인식이 연인 싸움으로 단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같은 인식은 법적인 판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국내는 신체적 폭력도 제대로 처벌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사법부는 친밀성을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적인 일로 인한 문제로 보기 때문에 데이트 폭력과 관련된 법률이 지금까지도 개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법 개정이 늦어질 수록 피해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연인 관계에서 오는 폭력의 특수성을 고려해 관련 법안이 마련돼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승기 변호사는 "가중 처벌의 필요성은 존재한다. 특히 연인이나 친구와 같이 신뢰관계에서는 범죄가 발생해도 신고하기 어렵고 은폐되기 쉬워 범죄가 계속 반복되면서 죄질이 불량해진다"며 "가해자와 피해자간 밀접한 신뢰관계 속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 상황에 맞게끔 별도의 법률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더 이상 데이트 폭력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회적 인식을 국회가 인지하고 단일법 도입에 힘써야 한다"며 "스토킹 처벌법도 이십여 년 동안 국회에서 계류돼다 뒤늦게 마련됐다. 데이트 폭력 처벌법도 도입되기 위해선 구체적으로 피해 사례들을 수집해 여론을 형성하는 작업 등이 선행돼야한다"고 밝혔다.


곽 교수는 그러면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주저말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알리고 피해 정도가 심하면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윤호 변호사는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초기에 피해자들이 경찰에 알렸을 때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에 대해 접근을 방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경식 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새로운 법안이 만들어지면 민사 소송에서 손해배상의 개념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며 "중하게 처벌하는 법안보다 손해배상 부분을 강조하거나 입증 관계를 좀 더 쉽게 하기 위해 특별법을 만드는 것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형법의 엄중성만 강화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며 "엄중성보다는 확실성이 더 중요해 주변에서 관심을 갖고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또 발생했을 때 즉시 신고를 하거나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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