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에 멍은 아들이 때린탓"…6살 조카 학대·살해 부부의 최후변론
입력 2021.08.30 12:55
수정 2021.08.30 12:55
검찰, 살인 및 아동학대 혐의 외삼촌 부부에 '징역 30년' 구형
조카 늑골 16개 부러져…엉덩이엔 상처 곪아 진물 나오기도
檢 "시신 멍자국 세기도 힘들어…증거인멸 등 죄질 매우 안좋아"
변호인 "양육 과정서 최선 다해…외력 흔적은 자폐 친아들 때문에"
6살 조카를 온몸에 멍이 들도록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외삼촌 부부가 중형을 구형 받았다.
이들 부부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외력 흔적은 자폐아인 친아들로 인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며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30일 인천지법 형사13부(호성호 부장판사) 심리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살인 및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 기소된 A(39)씨와 그의 아내 B(30)씨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 아동의 사망 당시 사진과 부검 결과를 보면 몸에서 발견된 멍은 하나하나 세어보기도 힘들 정도"라며 "그러나 피고인들은 아동의 멍이나 상처가 어떤 경위로 생겼는지 모르겠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어 "피고인들은 자녀의 휴대전화를 새로 교체하거나 폐기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고 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B씨는 피해 아동이 영악하다거나 아이답지 않다고 했지만 아동은 '사랑하는 외숙모'라고 휴대전화에 저장했을 정도로 인식의 온도 차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해 아동의 예전 사진의 예쁜 모습은 사망 당시와 큰 차이가 있으며, 아동이 외출했던 적이 거의 없어 온몸의 멍과 골절은 학대를 빼놓고는 설명하지 못 한다"며 "A씨 부부를 엄벌에 처해 아동학대에 의한 사망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A씨 부부와 변호인은 살인과 학대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A씨는 "(사망 아동을) 막내딸처럼 생각해서 소외감 느낄까 봐 자녀보다 더욱 잘 보살폈다"며 "양육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아닌 엔도르핀을 받으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B씨도 "공소장에 끝까지 자극적인 내용이 사실인 양 기재돼 있고 학대로만 바라보는 상황에 너무 억울한 심정"이라며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은 말을 못 하지만 부모를 그리워하며 애타게 찾고 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A씨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을 통해 "주변인들은 모두 학대가 없었다고 하며 피고인이 아동의 사망 직전에도 가족에게 (아동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 메시지를 보내고 통화를 한 점 등을 볼 때 학대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멍 등 외력 흔적은 자폐아인 A씨 부부의 아들로 인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B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사건 직후부터 사회 통념상 허용되지 않는 체벌이나 훈육은 없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한다"며 "주변인들이 평소 피고인이 체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고 양육을 잘한다고 생각했다는 점에 비춰보더라도 공소사실과 같은 학대가 있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며 무죄 판결을 호소했다.
앞서 A씨 부부는 지난해 8월 인천시 중구 한 아파트에서 조카 C(사망 당시 6세)양의 얼굴, 가슴, 복부 등 온몸을 수십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4월 C양을 맡아 양육하면서 겉으로 몸 부위를 효자손 등으로 때리며 학대를 하기 시작했다. 남편인 A씨도 "버릇을 고치겠다"며 플라스틱 자 등으로 엉덩이를 때렸고 차츰 폭행의 강도가 세졌다.
A씨 부부는 말을 듣지 않아 훈육한다며 C양을 발로 차거나 밟아 늑골 16개를 부러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C양은 왼쪽 늑골 9개와 오른쪽 늑골 7개가 부러졌다. C양의 엉덩이에서는 상처가 곪아 진물이 나왔는데도 A씨 부부는 조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이들은 C양이 편식을 하고 밥을 먹은 뒤에 수시로 토하자 악감정을 가지고 학대를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