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침체기 부추기는 ‘닥터K의 실종’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1.08.13 00:04 수정 2021.08.13 00:01

도쿄올림픽서 에이스 투수 빈 자리 크게 느껴져

9이닝당 삼진, 외국인 투수들이 상위권 독차지

과거 시대를 주름잡았던 에이스급 투수들은 강력한 구위를 바탕으로 상대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1980년 최동원과 선동열을 시작으로 1990년대에는 이상훈, 정민철, 이대진,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는 배영수와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양현종 등이 에이스 계보를 이어나갔다.


이들의 공통점은 역시나 압도적인 공의 위력을 앞세워 다수의 삼진을 잡아낸 ‘닥터K’라는데 있다.


그리고 리그를 지배했던 투수들의 상당수는 국가대표에서도 에이스로 활약, 2000년대 이후 한국 야구가 국제대회서 성과를 거두는데 크게 일조했다.


최근 KBO리그의 고민 중 하나는 타자를 압도할 만한 투수가 등장하지 않는 것에 많은 이들이 공감과 지적을 하고 있다.


토종 투수들의 성장과 발굴이 지지부진하다 보니 에이스들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개막전 선발은 수년째 외국인 투수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 한국야구의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국가대표에서도 중요한 1경기를 책임질 에이스의 계보 역시 끊기도 말았다. 야구대표팀은 지난 10년간 류현진과 김광현, 양현종이 돌아가며 에이스 역할을 맡았고, 이번 도쿄 올림픽은 이들을 모두 빠진 첫 번째 국제대회였다. 그리고 결과는 4위라는 참담한 성적이었다.


KBO리그에서도 김광현과 양현종이 미국으로 떠난 뒤 닥터K라 부를 만한 토종 투수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올 시즌 포함, 최근 5년간 9이닝당 탈삼진의 수치를 살펴보면 상위권을 외국인 투수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상위 40명 중 토종 투수들의 이름은 고작 10명이며 9이닝당 삼진이 9.00을 넘는 투수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그나마 가능성을 보이는 투수는 이번 도쿄올림픽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KIA의 신인 투수 이의리다. 이의리는 올 시즌 14경기에 출장해 71.2이닝 동안 73개의 탈삼진을 기록, 9.17의 9이닝당 탈삼진 개수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아직 규정이닝을 돌파하지 못했고 이제 막 프로에 발을 디딘 고졸 1년차 선수라는 점에서 이의리에 대한 평가는 시즌 후 이뤄져도 늦지 않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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