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떼 내는 SK이노 "폐배터리 재활용 등 기업 가치 제고 총력"(종합)
입력 2021.08.04 12:52
수정 2021.08.04 13:20
이사회, 배터리 및 E&P사업 분할 의결…10월 1일부 독립 법인 출범
배터리 수주잔고 130조…"포드와 180GWh 추가 협력 전망"
종속회사 SK이노 "폐배터리 재활용 등 친환경 사업 다양화"
SK이노베이션이 '탄소 사업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배터리 사업을 떼 내는 사업 분사를 추진한다.
9월 16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10월 1일부로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를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존속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새롭게 추진 중인 폐배터리 재활용(BMR) 등 '그린 포트폴리오 개발' 역할을 수행하는 지주회사로 기업가치 제고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과 E&P사업 분할을 의결했다고 4일 밝혔다.
두 사업의 분할은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으로, SK이노베이션이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각각 갖게 되며, 분할 대상 사업에 속하는 자산과 채무 등도 신설되는 회사로 각각 이전된다.
SK배터리주식회사(가칭)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BaaS(Battery as a Service), ESS(에너지 저장장치) 사업 등을 추진해 2022년 영업이익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고 2025년 이후엔 한 자릿수 후반대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윤형주 SK이노베이션 배터리기획실장은 이날 '2021년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배터리 수주잔고는 1000GWh로 130조원 규모"라고 밝혔다.
이어 "포드는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생산량 40%를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으로, 이를 위해서는 연간 240GWh 배터리 공급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현재 논의중인 60GWh 투자 외에 180GWh의 추가 협력 기회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헝가리 등의 거점에서 연간 40GWh(기가와트아워) 수준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 2023년 85GWh, 2025년에는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확대시켜 가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재원은 다양한 방법으로 조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배터리 사업에서 본격적으로 창출되는 영업현금흐름, 포드가 JV 투자하는 금액, 공장이 위치하게 되는 정부의 인센티브 등이며 부족한 부분은 일부 부채조달 통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적분할 이후 IPO(기업공개) 계획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아꼈다. 김 본부장은 "이번 분할 결정 목적 중 하나는 투자재원 조달 시 적시에 조달하기 위한 것이나, 구체적인 조달 방법이나 시기, 규모 등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존속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재활용 등 다양한 영역을 발굴함과 동시에 M&A(인수&합병), JV(조인트벤처)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철중 SK이노베이션 전략본부장은 "SK이노베이션은 그린 앵커링(Green Anchoring) 전략 하에 배터리 사업을 앵커로 삼아 신규 사업 발굴 추진할 것"이라며 "친환경 미래 성장 영역에서 다양한 옵션들을 찾아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SK이노베이션은 고순도리튬을 선회수하는 차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기술 경쟁력으로 미국, 중국, 유럽 등지에서 관련 생산설비를 기반으로 사업을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5년까지 6만t 규모의 상업생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 가치 제고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성장 리소스를 확보하고 개별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관점에서 JV, 파트너링, 지분매각, IPO 등 다양한 전략 옵션 지속적 검토하고 실행 중"이라며 "석유화학 사업도 향후 시황 및 추진 성과를 보면서 다양한 지분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이날 2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상반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 및 석유 화학 제품 가격 상승, 배터리 판매 실적 호조로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5065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고 말했다.
매출액은 11조 11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55.91%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은 41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18조 178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0조 3594억원으로 12.0% 늘었고, 영업이익은 2조 2717억원의 영업손실에서 1조 9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한 것은 2018년 이후 3년만이다.
석유사업 영업이익은 정제마진 하락과 유가 상승 폭 축소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 감소 영향 등으로 1분기 대비 1830억원 감소한 2331억원을 기록했다.
화학사업 영업이익은 PX(파라자일렌) 공정 정기보수 영향 등으로 판매 물량이 일부 감소하고 재고 관련 이익이 줄었으나, 아로마틱 계열 스프레드상승 등 마진 개선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496억원 증가한 1679억원을 기록했다.
윤활유사업은 정유사 가동률 축소 등 타이트한 기유 수급 상황으로 인해 마진이 큰 폭으로 증가해 1분기 대비 894억원 증가한 22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석유개발사업은 유가 및 가스가격이 상승했으나 판매물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1분기 대비 77억원 감소한 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배터리사업은 신규 판매물량 확대로 매출액 630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매출액(3382억원)대비 약 86% 증가했다. 2분기 영업손실은 979억원을 기록했다.
소재사업 영업이익은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중국 공장의 추가 가동 및 생산 안정화에 따른 판매량 증가로 전 분기 대비 97억원 증가한 414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에도 윤활기유 등을 중심으로 견조한 시황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했다.
SK루브리컨츠는 이날 "고급 기유는 내년까지 대규모 신증설은 없다"면서 "하반기 코로나 상황 완화에 따른 운전 수요 뿐 아니라 환경 규제에 따른 신규 스펙 들의 강화로 고급기유 수요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급은 타이트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동열 SK에너지 경영기획실장은 "2분기는 1분기 대비 글로벌 100만b/d 수요 증가 있었으나 3분기는 전분기 대비 300만b/d 증가 예상된다"면서 "공급은 중동, 중국을 중심으로 신증설 중이나 소폭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조합할 때 3분기까지는 점진적인 정제마진 개선 이뤄질 것"이라며 "3분기 말 4분기 초 부터는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