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ICK] 김대명,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
입력 2021.07.09 12:55
수정 2021.07.10 20:44
'슬기로운 의사생활2'의 볼매 양석형
'마약왕'·'돌멩이'로 넓힌 연기 스펙트럼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에서 어느덧 김대명은 빠져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다른 '99즈' 멤버들처럼 개성이 넘치는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늘 편안한 매력으로 그 자리를 지키며 보는 이들을 스며들게 했다.
현재 방송 중인 tvN 드라마 '슬기로운 생활2'에서 김대명은 산부인과 조교수 양석형을 연기 중이다. 늘 무표정한 얼굴에 속내를 알 수 없는 양석형이지만, 99학번 동기 이익준(조정석 분), 김준완(정경호 분), 안정원(유연석 분), 채송화(전미도 분) 사이에서도 뒤지지 않는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나른하고 때로는 권태로워 보이기까지 하는 인물이지만, 밴드 활동을 할 때만큼은 의외의 열정으로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아버지에게 받은 큰 상처를 안고 있지만, 내색 없이 어머니를 헌신적으로 챙기는 모습에서는 속 깊은 면모도 느껴진다. 엉뚱하지만 가끔 느껴지는 따뜻한 면모가 환자들을 감동시킬 때도 있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양석형은 그만큼 다양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특히 속내를 알 수 없는 성격 탓에 자칫 디테일을 놓치면 캐릭터의 매력이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대명의 섬세한 연기력은 양석형의 매력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우리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자연스러움이 살아있는 생활 연기는 이제는 김대명만의 장점이다.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tvN 드라마 '미생'에서부터 엿볼 수 있었던 그만의 무기였다. 당시 생계형 샐러리맨 동식을 연기한 김대명은 서글서글하면서도 일처리 하나만큼은 똑 부러지는 대리 2년 차 직장인의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하는 리얼함이 무기였던 '미생'의 분위기에 꼭 맞는 맞춤형 연기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일상적인 캐릭터가 아닌, 개성 강한 인물을 연기할 때도 김대명 특유의 현실감이 장점이 되기도 한다. 영화 '마약왕'에서는 평범한 일반인이 마약에 중독되는 과정을 표현했는데, 초반부 탄탄하게 구축해 둔 인물의 보편성이 후반부 반전의 충격을 더하는 장치가 됐었다. 영화 '돌멩이'에서는 발달장애인 석구의 아이 같은 면모와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으며 변화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영화 전체를 능숙하게 이끌기도 했다. 한 인물의 변화 과정을 납득시키는 것이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섬세함이 캐릭터의 당위성을 높인 것이다.
어떤 캐릭터를 맡겨도 항상 그곳에 있었던 사람처럼 표현해내는 보편성을 무기로, 매 작품 보는 이들을 몰입케 하는 김대명이다. 늘 편안한 매력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만 같은 김대명이 또 어떤 캐릭터로 우리 곁에 다가오게 될지 기다려진다.
데일리안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