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1> 각 업계에서는 그 구성원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게 전문적으로 통용되는 말이 있다. 이를 '숨을 은(隱)'자를 써 '은어(隱語)'라고 한다. 은어는 그 업계의 특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해당 업계에서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 효율적인 처리가 가능토록 돕는다. 반면 사실상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감추고 얘기함으로써 관련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이들에게 불필요한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일례로 병원에 갔을 때 진료차트를 슬쩍 들여다본 일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차트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혹은 의사와 간호사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도 그들만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전문용어는 알아듣기가 어렵다. 지금은 그 뜻이 많이 알려졌지만 한때 부동산 업계에서는 '떴다방'이라는 은어가 유행했던 것도 마찬가지 사례다. IT업계에서는 단말기 제품명을 '오예스(아이폰5S)', '백아연(베가아이언)'과 같이 쓰기도 한다. 기자들의 세계 또한 일어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은어천국이다. 경찰서를 돌며 취재하는 것을 뜻하는 '사쓰마와리(줄여서 마와리)', 사건 현장에서 움직이지 않고 취재한다는 뜻의 '하리코미(다른 말로 뻗치기)', '야마(주제)', '와꾸(틀)', '반까이(만회)', '조지다(비판)', '빨다(칭찬)'와 같은 것들이 대표적 사례다. 백화점 및 대형마트들, 위급상황에서 쓰는 용어가 있다고? 그렇다면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녹아들어있는 유통업계는 어떨까. 유통업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백화점과 마트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모 마트에서 약 2년간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한 네티즌이 주요 대형마트에서 화재와 같은 위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점포 직원들 간 은어를 통해 먼저 상황을 파악한다는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이 글에 따르면 이마트는 "둥지발생", 롯데마트는 "사장님 오셨습니다"라는 말로 직원들 간 점포에 화재가 난 것을 선(先)파악했다. 댓글에는 "코스트코는 그런 것 없이 시원하게 화재경보기가 울린다"고 달렸다. 이 네티즌은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위급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이 은어를 쓰는 이유에 대해 "고객들을 당황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벌어진 상황과 관련해 어떤 절차를 밟을 수 있을지 정리한 후 고객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턱대고 상황을 알려 고객들을 우왕좌왕하게 만드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위급상황에서 사용되는 은어의 존재에 대해 "매장에서 통용되는 말일 것으로 추정되나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기사 등 과거 자료들을 찾아보면 90년대에도 현재와 같은 말들이 은어로 통용됐다. 특히 관계사들 간 비슷한 은어를 사용해 흥미를 자아냈다. 신세계백화점은 "○층, ○장소, 둥지발생"이라는 은어를 쓰는 이마트와 비슷하게 "둥지야, 둥지야"로 비상상황을 알리고 지정된 대피처로 고객을 유도한다. 롯데백화점은 "사장님 오셨습니다"라는 말을 쓰는 롯데마트와 마찬가지로 "사장님께서는 ○층으로 빨리 와주십시오"라고 방송한 뒤 층별 비상체제에 들어간다. 현대백화점의 경우에는 '직급 3단계'로 비상사태를 파악했다. 소화기로 진화가 가능한 불일 때는 "소방서에서 오신 '총무파트장'께서는 ○층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로 방송하고, 화재가 난 층의 영업 중단이 필요하면 '총무실장', 영업 전면 중단 사태라면 '본부장'이 불린다. '밀어내기' '삥시장' '찢어버리기'…마음 아픈 은어들도 존재 이외에도 유통업계에서는 각종 상황에서 통용되는 은어들이 많다. 백화점 등에서는 온종일 물건만 뒤적이다가 가는 고객들을 가리켜 '찌짐(전)', 블랙컨슈머로 표현될 수 있는 '진상'이라는 말은 현재 바깥에 널리 알려지면서 단어의 순서를 바꿔 여성은 '상진이 엄마', 남성은 '상진이 아빠'로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체 간 실적 부풀리기는 '공팔이', 도매상들의 은어로 제조업자들이 해외공장에서 주문받은 물량 외에 추가로 제품을 생산, 정식 태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품과 다름없는 것으로 치는 제품들을 가리켜 '오버런(Overrun)'이라는 단어도 있다. 아울러 지난 1999년에는 한글날을 맞아 유통업계에서 개선돼야할 은어 몇 가지가 꼽히기도 했다. 당시 뉴코아백화점이 이를 정리했으며 '다다구리친다', '땡땡이친다', '도리빵', '앙꼬박았다', '드레스' 등이 있다. '다다구리친다'는 리어카 위에 상품을 진열하고 호객 행위를 하며 물건을 파는 것, '땡땡이친다'는 쌓인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유명 브랜드 제품 등을 무게로 달아 파는 것을 뜻한다. '도리빵'은 경매에 나온 물건들을 한 사람이 모두 구매하는 것, '앙꼬박았다'는 상자에 과일을 담을 때 겉에는 좋은 물건, 속에는 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놓는 행위를 말한다. '드레스'는 냉동수산물 중 머리가 잘려나간 것을 뜻한다. 한편 마음 아픈 은어들도 있다. 최근 유통업계를 뒤흔들었던 본사와 대리점 간의 갑을논란에서 밝혀진 은어들이 그렇다. 일단 '밀어내기'가 있다. 이는 거래상 우호적인 지위를 이용한 본사가 대리점에 물품을 강제로 떠넘기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렇게 밀어내기로 받은 물건들의 비용을 어떻게든 회수하기 위해 헐값에 제품들을 판매하는 별도 전문시장은 '삥시장'으로 불린다. 반면 이와는 정반대로 본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대리점을 도태시키기 위해 물량을 주지 않는 것은 '찢어버리기'라고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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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통업계 은어(隱語)' 들어보셨나요?

조소영 기자 | 2014-09-08 07:55
이마트에서는 화재와 같은 위급상황 시 직원들 간 "둥지발생"이라는 말로 상황을 선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6월 이마트 속초점에서 진행된 민방위 화재대피훈련에서 일반 직원과 고객들의 대피상태를 확인한 통제요원 직원들이 마지막으로 건물에서 나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이마트에서는 화재와 같은 위급상황 시 직원들 간 "둥지발생"이라는 말로 상황을 선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6월 이마트 속초점에서 진행된 민방위 화재대피훈련에서 일반 직원과 고객들의 대피상태를 확인한 통제요원 직원들이 마지막으로 건물에서 나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각 업계에서는 그 구성원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게 전문적으로 통용되는 말이 있다. 이를 '숨을 은(隱)'자를 써 '은어(隱語)'라고 한다.

은어는 그 업계의 특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해당 업계에서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 효율적인 처리가 가능토록 돕는다. 반면 사실상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감추고 얘기함으로써 관련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이들에게 불필요한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일례로 병원에 갔을 때 진료차트를 슬쩍 들여다본 일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차트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혹은 의사와 간호사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도 그들만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전문용어는 알아듣기가 어렵다.

지금은 그 뜻이 많이 알려졌지만 한때 부동산 업계에서는 '떴다방'이라는 은어가 유행했던 것도 마찬가지 사례다. IT업계에서는 단말기 제품명을 '오예스(아이폰5S)', '백아연(베가아이언)'과 같이 쓰기도 한다.

기자들의 세계 또한 일어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은어천국이다. 경찰서를 돌며 취재하는 것을 뜻하는 '사쓰마와리(줄여서 마와리)', 사건 현장에서 움직이지 않고 취재한다는 뜻의 '하리코미(다른 말로 뻗치기)', '야마(주제)', '와꾸(틀)', '반까이(만회)', '조지다(비판)', '빨다(칭찬)'와 같은 것들이 대표적 사례다.

백화점 및 대형마트들, 위급상황에서 쓰는 용어가 있다고?

그렇다면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녹아들어있는 유통업계는 어떨까. 유통업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백화점과 마트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모 마트에서 약 2년간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한 네티즌이 주요 대형마트에서 화재와 같은 위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점포 직원들 간 은어를 통해 먼저 상황을 파악한다는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이 글에 따르면 이마트는 "둥지발생", 롯데마트는 "사장님 오셨습니다"라는 말로 직원들 간 점포에 화재가 난 것을 선(先)파악했다. 댓글에는 "코스트코는 그런 것 없이 시원하게 화재경보기가 울린다"고 달렸다.

이 네티즌은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위급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이 은어를 쓰는 이유에 대해 "고객들을 당황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벌어진 상황과 관련해 어떤 절차를 밟을 수 있을지 정리한 후 고객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턱대고 상황을 알려 고객들을 우왕좌왕하게 만드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위급상황에서 사용되는 은어의 존재에 대해 "매장에서 통용되는 말일 것으로 추정되나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기사 등 과거 자료들을 찾아보면 90년대에도 현재와 같은 말들이 은어로 통용됐다. 특히 관계사들 간 비슷한 은어를 사용해 흥미를 자아냈다.

신세계백화점은 "○층, ○장소, 둥지발생"이라는 은어를 쓰는 이마트와 비슷하게 "둥지야, 둥지야"로 비상상황을 알리고 지정된 대피처로 고객을 유도한다.

롯데백화점은 "사장님 오셨습니다"라는 말을 쓰는 롯데마트와 마찬가지로 "사장님께서는 ○층으로 빨리 와주십시오"라고 방송한 뒤 층별 비상체제에 들어간다.

현대백화점의 경우에는 '직급 3단계'로 비상사태를 파악했다.

소화기로 진화가 가능한 불일 때는 "소방서에서 오신 '총무파트장'께서는 ○층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로 방송하고, 화재가 난 층의 영업 중단이 필요하면 '총무실장', 영업 전면 중단 사태라면 '본부장'이 불린다.

'밀어내기' '삥시장' '찢어버리기'…마음 아픈 은어들도 존재

이외에도 유통업계에서는 각종 상황에서 통용되는 은어들이 많다.

백화점 등에서는 온종일 물건만 뒤적이다가 가는 고객들을 가리켜 '찌짐(전)', 블랙컨슈머로 표현될 수 있는 '진상'이라는 말은 현재 바깥에 널리 알려지면서 단어의 순서를 바꿔 여성은 '상진이 엄마', 남성은 '상진이 아빠'로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체 간 실적 부풀리기는 '공팔이', 도매상들의 은어로 제조업자들이 해외공장에서 주문받은 물량 외에 추가로 제품을 생산, 정식 태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품과 다름없는 것으로 치는 제품들을 가리켜 '오버런(Overrun)'이라는 단어도 있다.

아울러 지난 1999년에는 한글날을 맞아 유통업계에서 개선돼야할 은어 몇 가지가 꼽히기도 했다. 당시 뉴코아백화점이 이를 정리했으며 '다다구리친다', '땡땡이친다', '도리빵', '앙꼬박았다', '드레스' 등이 있다.

'다다구리친다'는 리어카 위에 상품을 진열하고 호객 행위를 하며 물건을 파는 것, '땡땡이친다'는 쌓인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유명 브랜드 제품 등을 무게로 달아 파는 것을 뜻한다.

'도리빵'은 경매에 나온 물건들을 한 사람이 모두 구매하는 것, '앙꼬박았다'는 상자에 과일을 담을 때 겉에는 좋은 물건, 속에는 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놓는 행위를 말한다. '드레스'는 냉동수산물 중 머리가 잘려나간 것을 뜻한다.

한편 마음 아픈 은어들도 있다. 최근 유통업계를 뒤흔들었던 본사와 대리점 간의 갑을논란에서 밝혀진 은어들이 그렇다.

일단 '밀어내기'가 있다. 이는 거래상 우호적인 지위를 이용한 본사가 대리점에 물품을 강제로 떠넘기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렇게 밀어내기로 받은 물건들의 비용을 어떻게든 회수하기 위해 헐값에 제품들을 판매하는 별도 전문시장은 '삥시장'으로 불린다.

반면 이와는 정반대로 본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대리점을 도태시키기 위해 물량을 주지 않는 것은 '찢어버리기'라고 칭한다.[데일리안 = 조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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