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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혜원이 나오면 찍어야제"…투기 의혹마저 덮은 '목포의 불황'

이유림 기자
입력 2019.01.24 03:00 수정 2019.01.24 05:54

목포 주민들 "손혜원, 투기 아냐…목포 살리려 노력"

손혜원 불출마 선언에도…주민들 "찍어주겠다"

목포 주민들 "손혜원, 투기 아냐…목포 살리려 노력"
손혜원 불출마 선언에도…주민들 "찍어주겠다"


23일 오후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전남 목포시 격사문화거리 내 나전칠기박물관 예정부지인 폐공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기위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며 입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23일 오후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전남 목포시 격사문화거리 내 나전칠기박물관 예정부지인 폐공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기위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며 입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고 떠난 23일 전남 목포 대의동 역사문화거리에는 '손 의원이 투기를 했느냐'를 놓고 주민 간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목포 주민들 "손혜원, 투기 아냐…목포 살리려 노력"

일부 주민들은 주택 20채 매입이 쉽게 납득가지 않는다고 했지만, 대부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투기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이들은 "목포에 살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입을 모았다.

목포 주민들은 목포의 경제 상황에 대해 "IMF(외환위기)가 와도 영향을 안 받는 곳", "그 흔한 공단·중소기업조차 없는 곳", "밤이 되면 귀신이 나올 것 같은 곳", "10년 전 팔린 건물이 아직도 비어있는 곳"이라고 전했다.

목포 역사문화거리 인근에 목욕탕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수익이 나야 투기인데 여기는 죽은 도시나 마찬가지"라며 "목포 사람들도 포기한 곳"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 주민은 "나전칠기박물관을 짓기 위해 집을 여러채 샀다는 손 의원의 말을 믿는다"고 했다.

손 의원 조카가 운영 중인 목포 창성장의 건너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은 "말이 좋아 20채 매입이지, 1평짜리도 1채고 5평짜리도 1채로 카운팅된다"며 "다 합해봤자 100평대가 안 넘을 것"이라고 했다.

함께 있던 또 다른 주민도 "여기는 기껏해야 집값 300만 원 하는 곳이다. 20채를 사도 서울의 집 한 채 값만 못하다"며 "투기를 해도 좋은 곳에 투기하지, 뭣하러 이런 낙후된 곳에 투기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목포역 인근 상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목포 주민은 "정치적으로 쟁점화 하는 게 오히려 더 문제"라며 "조용히 있으면 투기인지도 모르고 넘어가는데, 정치권에서 손 의원이 투자했다는 둥 시끄러우니 사람들이 따라붙고 집값이 더 오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눈박이 나라에서 두 눈 있는 사람이 이상해지는 것처럼, 여러 사람이 손 의원을 나쁜 사람으로 몰고 있으니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으로 몰린다"고 했다.

손혜원 불출마 선언에도…주민들 "찍어주겠다"

23일 오후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전남 목포시 격사문화거리 내 나전칠기박물관 예정부지인 폐공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기위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며 입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23일 오후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전남 목포시 격사문화거리 내 나전칠기박물관 예정부지인 폐공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기위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며 입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일부 주민들은 "투기라도 좋다"며 손 의원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모습도 보였다. 목포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50대 남성은 "연고지도 아닌 사람이 목포 살려보겠다고 애쓰는데 뭐가 문제냐"며 "목포만 활성화 되고 썩어가는 주택들만 사준다면, 우리는 20채가 아니라 200채를 사도 괜찮다"고 했다.

손 의원은 나이든 어르신들로부터 이미 '혜원이'로 불리고 있었다. 이날 회견을 구경하러 나왔다는 주민은 손 의원의 목포 출마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주민은 "혜원이가 목포 나오면 여기 있는 사람들 쌍수 들고 환영할 것"이라며 "나부터 앞장서서 무보수로 선거운동을 해 주겠다"고 했다. 함께 있던 주민 역시 "초선 여성 의원이 아주 당돌하더라"며 "목포를 위해 노력하는데, 나온다면 나도 찍어주겠다"고 말을 보탰다.

손 의원에 대한 이같은 지지는 기존의 정치인들이 목포를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경비원으로 일하는 한 주민은 "우리가 대통령 만들어주고 대통령 아들까지 국회의원 뽑아줬는데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며 "박지원 의원이 정치 9단이라 하는데 이젠 끝이다. 더이상 뽑아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손 의원의 이날 회견은 유력 정치인의 출마 회견을 방불케 했다. 역사문화의거리에는 손 의원을 응원하는 지지자와 주민들, 취재 나온 언론인 등 500여명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손 의원은 회견에서 "투기와 차명 의혹에 대해 목숨 걸고 싸우겠다"며 결백을 재차 주장했다. 그는 "17~21세기까지 유물을 여기다(박물관에) 다 넣은 채로 목포시나 전남도에 다 드리겠다. 다 합치면 100억 원은 넘는다"며 "이거(목포 건물) 사서 어떤 이익이 있다고 말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차기 총선에서 목포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안 한다"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제가 나이가 몇인데 또 하겠나, 안 한다"며 "목포에 주말이 아닐 때 온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손 의원은 그러면서도 목포시 지지자들의 응원 전화와 후원금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손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저녁마다 후원금 보내주신 분들 성함 꼼꼼히 읽으며 울컥한다"며 "더 열심히, 치열하게 일하겠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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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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