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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Korea] 정운찬 총재, 연봉 공개 투명화도 숙제

김윤일 기자
입력 2018.01.05 06:00 수정 2018.01.06 23:01

KBO리그의 산업화 강조, 이익창출에 기여할 듯

일부 고액 연봉자들 '꼼수 계약'으로 축소 발표

정운찬 22대 신임 총재. ⓒ 연합뉴스 정운찬 22대 신임 총재. ⓒ 연합뉴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정운찬 제22대 총재 체제로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KBO는 3일 서울 캠코 양재타워에서 KBO 총재 이, 취임식 행사를 열고 새로운 수장 정운찬 총재를 환영했다.

정 신임 총재는 취임식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국민 스포츠로 840만 관중 시대를 연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의 제 22대 커미셔너를 맡게 된 정운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나는 한국프로야구 KBO리그가 '헬조선'으로 불릴 만큼 암담한 상황의 대한민국에서 야구 팬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힐링'이 되도록 하려고 이 자리에 섰다"고 각오를 밝혔다.

특히 직접 써내려간 취임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말미에 드러낸 포부였다. 정 총재는 △선수들, 특히 고액 연봉 선수들은 팬과의 스킨십을 강화할 것, △스트라이크존의 일관성을 유지할 것, △늘어진 경기 시간을 단축시킬 것, △누가 보아도 명백한 오심이 있으면 징계할 것 등 4가지는 강조했다.

즉, 팬들에게 좀 더 다가가 재미있는 야구를 선사하고 보다 공정한 야구를 펼치겠다는 뚜렷한 목표 의식의 발로였다.

여기에 프로야구의 산업화에도 크게 기여하겠다는 정 총재의 포부다. 그는 취임식에서 산업화, 즉 KBO리그의 뚜렷한 수익 구조를 만들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물론 갈 길은 멀다. 한국의 프로 야구는 자생력을 갖춘 미국 메이저리그, 일본의 프로야구와 달리 모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한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적자가 나더라도 모 기업의 지원이 있기 때문에 야구단 운영에는 큰 차질이 없다. 그러나 반대로 모 기업의 재정 상황이 악화될 경우 구단 역시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구조로 되어 있다. 손 한 번 못 써보고 해체 수순을 밟은 쌍방울 레이더스, 현대 유니콘스 등이 대표적이다.

밑그림은 어느 정도 그려진 모양새다. 정 총재는 취임 2년 차인 2019년, 중계권 가치 평가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 수익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마지막 해인 2020년에는 메이저리그의 MLB닷컴처럼 KBO닷컴을 출범시켜 한국프로야구 통합마케팅을 구축한다는 로드맵을 밝혔다.

KBO리그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 연합뉴스 KBO리그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 연합뉴스

소문난 야구광답게 KBO리그 발전에 크게 공헌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운찬 신임 총재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야구팬들이 그토록 바라는 ‘연봉 공개 투명화’도 이룰지도 관심사다.

최근 KBO리그 FA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선수들의 몸값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선수들의 눈은 높아졌고, 이를 맞춰주기 위한 구단들은 ‘꼼수 계약’으로 야구팬들의 눈을 어지럽히고 있다. 너무 높은 몸값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실제 합의된 액수에서 크게 줄인 축소 발표가 바로 그것이다.

‘꼼수 계약’은 이미 야구계에 널리 퍼진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2013년 역대 최고액 기록을 새로 쓴 강민호는 4년간 75억 원에 롯데 잔류를 택했다. 이 때 많은 말들이 나왔다. 75억 원의 금액이 세후, 즉 선수가 고스란히 받는 보장 액수이며 세금을 감안할 때 실제 계약 규모는 92억 원에 달한다는 목소리였다.

같은 해 한화로 이적한 정근우도 한화와 70억 원에 계약했지만, 곧바로 전 소속팀 SK가 “70억 원까지 제안했다”고 발표하며 의혹이 가중됐다. 이듬해 투수 최대어였던 장원준은 롯데의 88억 원 오퍼를 뒤로 하고 두산과 84억 원에 계약했다. 장원준에게는 여전히 6년 계약설이 따라붙고 있다.

지난해에는 KIA 유니폼을 입은 최형우가 사상 첫 100억 원의 벽을 허물었다. KIA 구단은 발표 당시 100억 원의 액수만 공개했을 뿐 옵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형우에게는 최대 25억 원의 플러스 옵션이 붙어있다고 전해진다.

SK 김광현도 마찬가지다. 부상을 안고 있었던 김광현은 소속팀과 4년간 85억 원에 계약했다. 야구팬들의 예상치보다 훨씬 낮은 액수였다. SK는 이에 대해 플러스 옵션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내용과 액수에 대해서는 끝내 함구했다.

LG 차우찬도 ‘꼼수 계약’에서 자유롭지 못한 선수 중 하나다. 차우찬은 지난해 투수 역대 최고액인 95억 원에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는데 이에 앞서 삼성의 100억 원 계약을 거절했다. 결국 LG는 일부 언론을 통해 플러스 옵션이 있음을 인정했고, 달성하기 아주 쉬운 15억 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고액 연봉자들의 몸값 투명화가 절실하다. ⓒ 연합뉴스 초고액 연봉자들의 몸값 투명화가 절실하다. ⓒ 연합뉴스

발표를 어떻게 하든 지금 상황에서는 KBO가 손 쓸 방도가 전혀 없다. 실제 계약이 어땠는지 조사할 권한, 즉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공식 발표와 다른 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실제 금액대로만 세금을 내면 아무런 하자가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그러나 ‘꼼수 계약’은 선수의 몸값을 비정상적으로 높이고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초래하는 FA 거품의 발원지로 지목되고 있어 KBO리그가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없어져야 할 악습으로 지목된다.

또 다른 인기 스포츠인 K리그는 현재 연봉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프로 출범 후 30년 동안 금기에 가까웠던 성역을 깬 인물은 다름 아닌 연맹의 수뇌부다.

당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프로축구연맹 총재 시절 연봉 투명화를 추진했고, 권오갑 후임 총재와 실무 책임자인 한웅수 사무총장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이룰 수 있었다. 일부 구단들이 크게 반발했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 없었다.

KBO 역시 마찬가지다. 새롭게 바뀐 수뇌부가 의지를 갖고 행동에 나선다면 바로 공정하고 깨끗한 야구판을 만들 수 있다.

정운찬 총재는 취임사에서 "내가 잘하면 연봉도 받고 인센티브 수당까지 받고 싶다. 이것이야 말로 한국 프로야구의 산업화를 위한 기초적인 행동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일갈했다. 그동안 명예직으로 여겨 억대 연봉을 받지 않았던 과거 총재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선수들의 투명한 연봉 공개 역시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될 것이 분명하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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