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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은 없고 기약도 없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04.23 08:59 수정 2021.04.23 08:59

‘백신 변방’ 한국 심각한 경기침체 위기 직면

기업경영은 옥죄면서 투자·고용 늘리라고?

ⓒ청와대 ⓒ청와대

2019년 6월 김정숙은 삼성 SK 신한금융 등 대기업 최고경영자급 10여명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함께 했다. ‘친여성, 친가족 정책에 호응해 사회적 공헌에 이바지한다’라는 명분이었다. 적폐 청산 회오리 속에서 사람들은 뜬금없이 높은 행차에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국민은 그에게 국가경영을 맡기지 않았다”라는 원성이 자자했다.


문재인의 2018년 8월 평양 행차 때 정상 오찬장에서 벌어진 대기업 총수들의 ‘냉면 봉변’도 어처구니 없기는 한 가지였다. 역시 재벌개혁 서슬이 퍼랬던 때다. 리선권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이재용 최태원을 향해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나”라고 호통쳤다. 북한에 투자하지 않고 뭐 하냐는? 질책이었다. 거기서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민 자존심 따위는 사치였다.


그해 7월, 인도 노이다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신공장 준공식이 있었다. 잔치에서 호스트 이재용은 거의 꿔다 놓은 보릿자루였다. 문재인은 국내 투자와 고용을 이재용에게 주문했다. 기념사진은 모디 총리와 문재인이 중앙에 서고 그 옆으로 양국 정상 수행원들이 도열한 모습을 담았다. 문재인 옆은 홍종학 강경화 이재용 등 순으로 섰다. 이런 주객전도가 있는가.


4류 정치, 기업 상전 노릇 왜 하나


“행정력은 3류급, 정치력은 4류급, 기업 경쟁력은 2류급으로 보면 될 겁니다.”


1995년 4월 이건희가 베이징에서 지적했던 그나마 ‘정치 4류’는 지금 참담한 수준이다. 세계 10위의 대한민국 경제력은 누가 뭐래도 기업이 만든 것이다. 김상조는 회의에 늦게 참석하며 “재벌 혼 좀 내고 오느라 이렇게 됐다”라고 시건방 떤 적이 있다. 도대체 정치가 무슨 자격으로 기업인을 제 수족 부리듯 대하며, 기업에다 손은 또 왜 자주 내미나.


대한민국은 최악의 시기를 통과하는 중이다. 일자리만 해도 2017년 문재인 취임 후 3년 동안에만 주 40시간 이상 풀타임 195만개가 사라졌다. 주 15시간 정도의 (정부) 재정일자리가 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시간이 줄었기 때문이다. 주 40시간 이하 단시간 일자리는 213만개 늘어났다. 자칭 일자리 정부는 이걸로 취업자가 18만명 늘었다고 자랑했다.


지난 연말 여당은 기업규제 3법과 노동3법을 통과시켰다. 기업경영의 숨통을 겨냥한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을 만들고 손질한 것이다.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 형사처벌 등의 내용도 담겼다. 절반의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바로 나왔다.


이재용 가둬 놓은 거 온당한가


코로나 백신 선도국들은 코로나 감염, 사망이 줄면서 일상으로 복귀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스라엘은 진작에 접종률 60%를 넘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백신 확보에 사치스러운 여유를 부렸다”며, 백신 접종 지연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백신 변방’이 극심한 경기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은 전문가 그룹에서도 제기하고 있다.


접종률 3% 대한민국은 OECD 37개국 중 35위, 세계 100위로 아프리카 후진국 수준이다. 정부는 11월까지 인구 5182만명의 79%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가능성 제로다. 사실은 백신이 없고, 기약도 없다. 수출 의존형 한국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예측 배경이다. 한국의 위기 상황이 IMF 환란 때보다 심각하다는 진단까지 나온 터다.


지난 연말 문재인은 모더나 최고경영자와의 화상통화로 올 2분기 안에 2000만명 분 백신을 확보했다고 자랑했으나 하반기 가봐야 안다. EU, 미국, 인도의 수출 제한 등 자국우선주의가 거세 백신 확보는 난망이다. 사과 한마디 없이 요설(妖說)은 난무한다. 7900만명 분, 4400만명 분, 600만명 분…. 각국이 백신에 사활을 걸었던 지난해 “급하지 않다” “화이자 걸 누가 쓰나”고 했던 ‘방역 교란꾼’ 기모란은 청와대 방역기획관으로 출세했다.


문재인은 줄곧 적폐 재벌 개혁을 외쳤다. 그러면서 기업인을 자주 만났다. 청와대로 부르거나 산업현장을 가면 으레 투자 고용을 언급했다. 기업은 돈 되는 일이면 말려도 기어이 찾아서 한다. 이 판국에 사람만 많이 뽑으라면 어쩌자는 거냐는? 불만이 전혀 없겠는가 싶다.


“박근혜 탄핵은 혁명적 쿠데타”


때맞춰 이재용 사면론이 비등한다. 기업인과 반도체 전문가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의 관심도 상당하다. 세계 1위 기업의 사업․투자를 결정할 오너가 감옥에 있는 게 온당하냐는 물음이다. 미․중 글로벌 패권전쟁 국면에서의 ‘장수(將帥)’ 부재를 탄식하며 국가적 실기(失機), 낙오를 걱정하는 것이다. 투자와 함께 이재용의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위기에 대처하고 백신 민간외교까지 맡기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이재용은 박근혜 최서원의 이른바 국정농단 특검이 ‘경제공동체’로 뇌물죄를 씌우면서 덩달아 엮였다. 경영권 승계 대가로 뇌물을 공여했다는 죄목이다. 이인호는 최근 한국 인권 관련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박근혜 탄핵을 ‘정상적 정권교체 아닌 혁명적 쿠데타’로 정의했다. 저잣거리에 나가 한번 물어 보라. 이재용 있는 지금 그곳에 누가 있어야 하겠는지.


대다수 국민이 ‘촛불 쿠데타 정권’에 대해 이미 닫은 마음을 열 가능성은 작다. 남에게 추상같고 스스로 한없이 관대한 그들의 위선을 이제 경계한다. 어느 축구선수의 농지 구입 소식에 곧바로 문재인 저택을 연상하는 게 지금 민심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무슨 낯으로 그들이 정권 재창출을 부르짖는지 참으로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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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석동 전 국민일보 편집인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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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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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슛돌이 2021.04.23  12:49
    모처럼 속이 후련한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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