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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폭등, 세금폭탄…집 갖지 말라는 건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03.26 08:00 수정 2021.03.26 07:20

이 땅에서 집 한 채는 주거공간 넘어 목표

어느 세월에 무슨 재주로 내 집 마련하겠나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올해 공시가격 9억원이 넘어 종부세를 내는 전국의 공동주택은 52만5000 가구(3.7%)다. 이 가운데 서울의 9억원 초과 공동주택이 41만3000 가구(16%)며, 13만1800 가구가 새로 포함됐다. 설령 내년에 집값이 내려가도 보유세는 더 오르게 돼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등이 계속 오르기 때문이다. 시세의 70%인 지금 공시가격은 2030년 90%까지 올라간다.


지난해 걷어 간 세금은 종부세 3조6000억원, 양도세 24조원, 상속·증여세 10조원, 취득세 5조6000억원이다. 지방세인 재산세는 별개다. 올해는 종부세만 5조원 넘을 것이라고 한다. 가렴주구(苛斂誅求,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거나 백성의 재물을 빼앗음)가 괜한 말은 아닌 것 같다.


서울은 공동주택에 이어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도 전년 대비 10% 오른 것으로 나왔다. 6억원 이하의 경우 3년간 재산세를 감면 받아 조금 내렸다가 내년부터 다시 오른다. 공동주택 수준으로 현실화가 예정된 만큼 똑같이 세금폭탄을 비켜 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집 가진 납세자는 이처럼 늘어나게 돼 있다. 집 없는 서민이라고 해서 안도할 일이 아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압박에 몰려 임대주택사업자들이 한둘 씩 폐업하면 전세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울러 집주인들이 전·월세를 올려 받으면 세입자의 고통은 커지기 마련이다. 이러면 내 집은 어느 세월에 무슨 재주로 마련하나.


집 팔아도 세금 내고 나면 갈 곳 없어


공시가격이 오르면 1주택 고령자와 은퇴자들의 생활이 특히 팍팍해진다. 정책실패 책임은 온데간데없이 집값 폭등에 따르는 미(未)실현 이익을 납세로 떠안기기 때문이다. 연금 몇 푼 받아 재산세 내고 나면 뭘 먹고 살라는 거냐는 저항은 자연스럽다. 대출로 버티거나 매각이 살길인데 팔아봤자 죄다 가격이 올라 양도세 취득세 내면 딱히 갈 데도 없다. 집 한 채 가진 죄가 이렇게 중한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는 것은 정한 이치다. 도대체 다주택 소유 투기꾼이 몇이나 된다고 이 난리 북새통인가. 2008년의 고급주택 기준 9억원 첫 공시가는 왜 아예 모르는 척하나. 정책실패로 집값을 배나 올려놓고서 무슨 낯으로 집 한 채를 이렇게 괴롭히냐고 묻는 것이다.


남의 집에는 함부로 손을 대지 않는다고 한다. 사유재산이고 우리 국민 정서로는 생명줄이어서 그렇다. 그런데 어떤가. 그 짧은 기간에 25차례 부동산대책을 쏟아내 벌집 쑤시듯 나라를 흔들어 댔다. 정부 정책이 뭣 널 뛰듯 하고 집값은 폭등해 세금 바치기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자칭 촛불혁명 정부는 이런 상황에 희열을 느낄지 모른다. 집값이 잡히면 좋고, 못 잡으면 세금 더 걷어 손쉽게 국민 편가르기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세금으로 상대적 빈곤층을 위무(慰撫)해 지지층으로 굳히면 일거양득이라는 계산도 할 법하다. 4월 선거를 겨냥한 선심 매표는 여기서 멀지 않다. 4차 재난지원금만 15조원이다. 1000만 서울시민에게 10만원 씩 주겠다는 습관성 공약도 있다.


文 사저 특혜의혹 본질은 형질변경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땅 투기는 불타는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직전의 LH 사장 변창흠은 어물쩡 넘어가려다 더 큰 분노를 불렀다. “신도시 예정지 보안이 완벽하게 지켜져 짜릿했다”라고 자랑하던 ‘아파트 빵 공장’ 김현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와중에 문재인 퇴임 후 거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경우 왜 굳이 사저(私邸)라고 하는지, 전임 대통령 집은 꼭 저택이어야 하는지 궁금하다. 경남 양산에 짓는 그 집은 경호동 부지를 포함해 면적 1144평이다. 농지 560평을 포함한 부지 매입비 10억여원은 본인이 부담했고, 경호용 부지 매입과 경호동 건축에 국고 22억원, 39억원 씩 든다고 한다.


특혜의혹을 겨냥해 문재인은 격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라.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다. 대통령 돈 들여 모든 절차는 법대로 진행하고 있다.” 새삼 ‘노무현 아방궁’까지 소환해 촌극을 잊지 말라고 했다. 이명박 사저는 ‘탐욕’이라고 공격했던 그다. 주변 사람들은 서울 땅값을 비교하며 ‘소박한 저택’을 극구 옹호했다.


본질은 그게 아니다. 농지를 매입해 대지(垈地)로 형질 변경해 탈이 난 것이다. 농사짓는다며 11년 텃밭 영농경력을 제출해 산 땅을 1년도 안 돼 대지로 바꾼 것이 대통령 아니면 가능했겠느냐는 지적이다. 아무렴 대통령을 흉내 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농지전용은 아무나 안 되는 줄 알 것이기 때문이다. 15년 전 노무현 저택 때는 그 주변 정돈하는 데 국세 지방세를 합쳐 500억원이 들었다.


꿈에서도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


몇 달 전 문재인이 경기도 동탄 LH임대아파트에 갔던 장면을 생각한다. 집값 잡는 것만큼은 자신 있다고 호언장담해 오던 터였다. 그가 들렀던 집에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4억2000만원을 썼다는 구설이 뒤따랐다. 방 두 칸 13평 아파트를 둘러보던 그는 4인 가족도 충분히 살겠다고 해 뒷말을 낳았다.


사실 대통령이야 뭔 걱정이 있겠는가. 집도 그렇거니와 퇴임하면 재임 때 연봉(2020년, 2억3823만원)의 95%를 소득세 한 푼 안 내고 연금으로 받는다. 교통, 통신, 사무실, 비서관 3명의 급여를 지원받으며, 기념사업비와 국공립 민간의 모든 병원 진료비도 국가에서 부담한다.


대한민국에서 집은 단순히 거주하는 공간이 아니다. 내 집은 목표나 다름없다. 절대다수 국민에게 인생 밑천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변했다지만 아직은 그렇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대개 자식 교육해 혼사 치른 뒤 남는 대로 아껴 노후 생계수단 삼다가 자식에게 물려 주는 순서다.


‘똑똑한 아파트 한 채’는 거기서 비롯되는 것이다. 집이란 소유 아닌 거주 목적이어야 한다는 말은 나무랄 데 없다. 실제로 미국 같은 나라는 거주 개념이 뿌리를 내렸다. 그 나라에는 약간의 보유세만 있을 뿐 양도소득세 같은 건 없다.


고픈 배보다 아픈 배 참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 있기는 하다. 갖은 위선과 궤변에 행여라도 마음을 더 뺏기면 정말이지 우리의 미래는 없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는커녕 꿈속에서도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를 향해 그들은 마구 질주했다. ‘촛불 파티’는 그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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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석동 전 국민일보 편집인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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