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중징계 예고에… "신사업 추진 동력 꺾일라" 긴장
입력 2020.12.11 06:00
수정 2020.12.11 10:14
금감원 제재심, 무리한 서울시금고 유치로 기관경고 중징계 의결
디지털 혁신 신사업 타격…“내년 초 최종 징계 수위 확정될 듯”
금융감독당국의 ‘기관경고’ 중징계 예고에 신한은행의 디지털 신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내년 초 기관경고가 확정되면 향후 1년간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되면서 신한은행이 추진 중인 디지털 혁신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신한은행에 기관경고 중징계를 의결했다.
지난해 실시했던 종합검사를 통해 서울시금고 유치 과정에서 이사회 보고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내부 의사결정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조치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8년 서울시 자금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서울시금고 사업자 선정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서울시금고는 1915년 이후 104년간 우리은행(옛 조선상업은행)이 독점적으로 관리해오다가 지난해부터 32조원 규모의 서울시 예산을 관리하는 제1금고에 신한은행, 제2금고에 우리은행 등 복수금고 체제로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신한은행은 운영 기간(4년) 동안 무려 3000억원의 출연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당시 시 금고 경쟁에 뛰어들었던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보다 두 배 가량 많은 금액을 제시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2018년 5월 서울시금고 은행으로 선정된 후 신한은행은 6개월 동안 160여명을 투입해 세입·세출 전산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작년 1월에 서울시금고 시스템을 본격 오픈했다.
제재심은 당시 신한은행장으로 서울시금고 유치전을 총괄했던 위성호 흥국생명 부회장에게는 ‘주의적 경고’ 조치를 내렸다. 당초 금감원 검사국은 향후 3년간 금융회사 임원 선임에 제한을 받는 ‘문책경고’를 통보했으나 제재심은 광범위한 소비자 피해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주의적 경고 조치를 의결했다.
이 제재가 그대로 확정되면 신한은행은 향후 1년간 당국의 인가가 필요한 신사업을 할 수 없다. 이 경우 신한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과 함께 추진 중인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사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커스터디는 금융기관이 고객의 금융자산을 대신 보관·관리해주는 서비스로, 금융자산(주식, 채권 등)의 법적 소유권은 고객에게 있고 금융기관은 금융자산의 보유 및 확보, 결제, 보관 등 기능을 수행한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실제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지난 7월 은행에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허용했고 싱가포르개발은행(DBS)도 최근 가장자산 거래소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스위스의 경우 암호화폐 은행을 합법화해 5개 회사가 라이선스를 받고 암호화폐 거래, 환전, 수탁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국내 은행들도 이 서비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은 한국디지털에셋(KODA)에 전략적 투자를 해 디지털 자산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고 NH농협은행 역시 6월 법무법인 태평양, 블록체인 기술업체 헥슬란트와 컨소시엄을 맺고 관련 플랫폼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타 경쟁은행들이 시장 진출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의 중징계로 관련 사업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 셈이다.
신한은행의 제재는 추후 금감원장 결재, 금융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여의도 본원이 폐쇄되면서 지난 9일 예정됐던 증선위가 16일로 연기돼 일정이 줄줄이 밀렸다”며 “올해 말고 내년 금융위 정례회의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