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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는 내려가는데"…이자율 산정방식 변경 없는 증권사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0.10.30 05:00 수정 2020.10.30 11:56

금융당국 엄포에 증권사 대출금리 줄인하…체차법 변경은 전무

소급법 사용 증권사 평균금리 9.2%…"금리부담 완화 실효 없어"

증권사들이 빚투 이자율 산정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개인 투자자들의 미상환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증권사들이 빚투 이자율 산정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개인 투자자들의 미상환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빚투 금리가 높다는 지적에 증권사들이 이자율을 낮추고 있다. 하지만 모든 기간에 걸쳐 각 구간별 금리가 적용되는 이자율 산정방식에는 변화가 없어 실질적인 인하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증권사들이 이자율 산정방식을 변경하지 않으면, 금리 부담을 느낀 개인투자자들이 대출을 갚지 않을 위험성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를 제공하는 28개 증권사 가운데 소급법을 사용하는 회사는 15곳이다. 이들 15개 증권사의 평균금리는 9.20%로 집계됐다. 체차법을 사용하는 11개 증권사의 평균 금리인 7.39%보다 1.81%포인트 높은 수치다.


증권사별로는 DB금융투자의 금리가 180일 초과 기준 11.0%로 가장 높았다. 이 회사는 소급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어 최고 10.9%의 금리를 적용하는 교보증권을 비롯해 SK증권(9.9%), 키움증권(9.5%), 삼성증권(9.3%), 한화투자증권(9.0%) 등 이자율이 상위에 있는 증권사들도 모두 소급법을 적용하고 있다.


소급법은 신용융자을 받을 때 모든 기간에 걸쳐 금리가 적용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30일간 빌렸다면 1~7일 구간, 8~15일 구간, 16~30일 구간 등 3구간에 대한 이자율을 모두 내야 한다. 이처럼 마지막 사용기간에 맞춰 전 구간의 이자율이 소급 적용되는 만큼 이자율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증권사 입장에선 고객에게서 받을 수 있는 이자수익이 증가한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들의 주식 투자가 늘어나면서 신용융자 규모가 불어나는 반면, 소급법을 적용하고 있는 증권사가 더 많다는 점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신용융자(빚투) 잔액은 16조8028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9조176억원 대비 86.3%(7조7852억원) 급증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달 27일 증권사에 빚투 금리 재산정을 주문했다. 과도한 빚투 금리로 인해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비판이 일어서다. 이후 금융위는 금투협·증권사 등과 협의해 이번 달 22일 개정된 '금융투자회사의 대출 금리 산정 모범규준'을 발표했다.


ⓒ데일리안 ⓒ데일리안

이처럼 금융당국까지 발벗고 나서자 올해 8월부터 이번 달 21일까지 총 8개 증권사가 빚투 금리를 내렸다. 가장 최근에는 한투증권이 기존 10.5%던 이자율을 9.9%까지 인하했고, 하나금융투자는 다음 달 4일부터 최고 11.0%던 빚투 금리를 연 10.5%로 0.5%포인트 내릴 계획이다. 하지만 해당 증권사 가운데 소급법을 바꾼 증권사는 없었다.


아울러 조정장이 찾아오면서 증권사가 금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개미들의 이자율 부담은 더 높아진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7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금액은 206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대매매란 개인이 주식을 사기 위해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리는 거래를 뜻한다. 금리 인하 전인 지난 7월 31일에 반대매매가 141억1900만원 수준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3개월 새 미상환잔액이 외려 46.1%(65억1100만원) 급증한 것이다.


금투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이자 계산법을 고객에게 유리한 체차법으로 변경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조언하고 있다. 체차법은 신용대출을 받은 때부터 갚을 때까지 기간을 나눠 금리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1000만원을 30일간 빌릴 경우 그 기간에 만큼의 이자만 내면 돼 기간과 상관없이 금리가 일괄적용 되는 소급법보다 이자 부담이 적다.


하지만 현재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체차법의 적용을 강제하거나 권유할 수단은 없다. 이에 개미들의 빚투 금리 부담에 대한 실질적인 효과가 부족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소급법과 체차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규정이 없어서 각 증권사별 내부규정에 맞춰 산정방식을 서로 달리해 적용하고 있다"며 "다음 달 적용 예정인 모범규준이 어떠한가에 따라 증권사들이 이자율 산정방식을 변경해야 할 수도 있어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의 모범규준히 증권사 빚투 금리에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소급법이 지속된다면 결국 개인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다"며 "증권사의 금리는 결국 가격정책인 만큼 이를 강제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최근 반대매매가 급증하는 등 리스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부담을 덜어줄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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