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방송 뷰] 또 비슷한 설정?…결정적 ‘한 방’ 필요한 ‘펜트하우스’의 방향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10.29 10:10 수정 2020.10.29 10:43

'펜트하우스', 총 제작비만 270억원 투자

지나친 폭력성에 드라마 폐지 및 조기종영 요구 빗발

ⓒSBS ⓒSBS

자극적인 요소들로 화제성을 높이는, 이른바 ‘막장 드라마’의 탄생이다. 지난 26일 “올해 SBS 최대 기대작”이라며 야심차게 출발한 ‘펜트하우스’는 단 2회 방송 만에 시청자들의 불쾌감까지 자아낼 정도로 자극적인 요소들로 이슈의 중심에 섰다. 단순히 화제성을 목표로 했던 거라면, 어느 정도 그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펜트하우스’는 일그러진 욕망으로 가득한 상류 사회 속 부동산과 교육전쟁을 그린다는 큰 주제로 시청자들을 찾았다. 앞서 ‘황후의 품격’을 통해 호흡을 맞췄던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연출이 다시 한 번 손을 잡았다는 것을 두고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당시 ‘황후의 품격’은 선정성, 폭력성 등이 문제가 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 제재인 ‘주의’를 받기도 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첫 회에서는 누군가가 고층 빌딩에서 떨어져 죽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 배경을 보여주려는 듯한 연출을 사용했다. 최근 히트했던 드라마 ‘우아한 친구들’ ‘스카이캐슬’ 등 추리 요소가 바탕에 깔린 드라마들의 구성을 그대로 쫓아간다. 또 불륜이나, 교육문제, 누명을 쓰는 사람 등을 그리는 방식도 여느 막장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점이라면, ‘펜트하우스’는 이 주제를 더 자극적이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불륜, 부동산 조작, 감금·폭력 등의 아동학대, 갑질, 납치와 집단폭력, 성적 조작과 입시 비리, 그리고 생계를 위해 일하는 인물들을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법으로 그리면서 혐오 조장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모든 장면들이 단 2회 방송을 통해 보여준 것들이다.


과연 김순옥 작가다운 드라마다. ‘막장 드라마’하면 김 작가를 빼놓을 수 없다. 대표작인 ‘아내의 유혹’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작품들의 면면을 보면 극단적인 캐릭터 설정과 상황, 잦은 우연과 사악한 악역 등으로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준다. 철저히 막장 드라마의 클리셰를 활용하면서, 더 자극적인 맛으로 만들어 놓는데 일가견이 있다.


ⓒSBS ⓒSBS

하지만 이번 ‘펜트하우스’는 현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현상들을 더 자극적으로 만들어내면서 자칫 청소년들의 모방 심리를 자극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고 웃어넘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드라마 폐지 및 조기종영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원성이 빗발쳤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200건에 달하는 민원이 접수된 상태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펜트하우스’는 시청률 10%의 벽을 넘기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최근 SBS가 ‘낭만닥터 김사부2’ 이후 시청률이 13% 이상을 넘기지 못하며 고전해 왔던 터라,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1회와 2회를 10시 10분에 각각 100분, 110분간 특별 편성한 것도 이 드라마에 거는 남다른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방송에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진행을 맡은 이인권 아나운서는 “SBS에서 이번 ‘펜트하우스’ 드라마에 정말 많은 기대를 하고, 정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 드리면서 스포일러성은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거듭 말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회당 6억7000여만원, 총 27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쏟아 부었다.


드라마다 보니 모든 설정을 하나하나 검열할 순 없다. 하지만 ‘펜트하우스’가 보여준 자극적인 막장 요소들을 단순히 드라마적 기법이라고 이해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작가가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적절한 선을 지키면서 다른 드라마와 차별성을 둘 수 있는 ‘한 방’을 보여줘야 할 때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