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삼성 이건희 별세] 박태환도 건져 올린 ‘큰 별’의 스포츠 애착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0.10.25 18:37 수정 2020.10.25 20:39

런던올림픽 ‘박태환 실격’ 때 민첩한 대응으로 오심 결정 이끌어내

삼성 라이온즈 우승 때 류중일 감독에게 축하 전화도 걸어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승(박태환 출전)이 열린 영국 런던올림픽파크 아쿠아틱스 센터를 찾은 고 이건희 회장. ⓒ 뉴시스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승(박태환 출전)이 열린 영국 런던올림픽파크 아쿠아틱스 센터를 찾은 고 이건희 회장. ⓒ 뉴시스

삼성을 '한국의 삼성'에서 '세계의 삼성'으로 키운 ‘재계의 큰 별’이 졌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6년 만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있다.


이병철 회장에 이어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으로 취임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삼성을 세계인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할 만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이 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한 약 30년의 세월 동안 삼성전자는 글로벌 브랜드로 부상했다.


'제품에 혼과 문화를 불어 넣으라'라는 경영철학을 삼성 경영진에 설파한 이 회장은 스포츠계에도 “할 거면 제대로 하라”고 각성을 요구하며 새로운 힘을 불어넣은 대한민국 스포츠 외교의 리더였다.


말뿐이 아니다. 남긴 족적은 화려하다. 이 회장은 1996년 7월 애틀란타올림픽 기간 중 열린 제105차 IOC총회에서 IOC위원에 선출된 후 20년 넘게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1997년부터는 올림픽 탑 스폰서로도 활동을 시작한 이 회장의 스포츠에 대한 애착은 대단했다. 2011년 삼성이 5년 만에 우승하자 당시 류중일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삼성스포츠단을 통해 야구를 비롯한 축구·배구·농구 등 비단 인기종목뿐만 아니라 탁구·레슬링·육상 등 비인기종목에서도 세계 최고의 선수를 육성하며 대한민국이 스포츠강국으로 도약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고 이건희 회장은 2011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후 귀국해 기쁨의 눈물을 보였다. ⓒ 뉴시스 고 이건희 회장은 2011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후 귀국해 기쁨의 눈물을 보였다. ⓒ 뉴시스

스포츠에 대한 애착이 없다면 일구기 어려운 업적은 또 있다.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서 열린 IOC 총회에서 평창이 아시아 최초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부터 2011년 남아공 더반 IOC 총회까지 1년 반 동안 무려 11차례, 170일의 해외 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되는 순간 남아공 더반 현장에서 기쁨의 눈물을 보였다.


애착이 묻어나는 일화는 역시 박태환 실격 해프닝 때다. 2012 런던올림픽 자유형 400m 예선에서 박태환은 출발 신호 전에 몸을 움직였다는 불명확한 이유로 '실격(DSQ·Disqualified)' 처리돼 8명이 겨루는 결승 진출이 좌절될 뻔했다.


현장에서 당시 상황을 파악한 뒤 냉정하면서도 민첩하게 대응하며 탁월한 외교력을 발휘해 국제수영연맹(FINA)의 오심 결정을 이끌어냈다. 이어 박태환(은메달)의 결선 레이스를 직접 관전하며 응원할 정도로 스포츠에 대한 각별한 애착을 드러냈다.


애착을 바탕으로 스포츠의 가치를 키운 그의 공로는 세계도 인정했다.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2017년 8월 IOC 위원직에서 물러났지만 IOC는 20여년 IOC멤버이자 든든한 파트너사로서 국제 스포츠계에서 모범적으로 활약해온 이 회장의 공적을 인정, 지난 2017년 만장일치로 명예 IOC위원으로 추대하며 예우했다.


지금 한국 스포츠 외교에서는 큰 별이 보이지 않는다. IOC위원이나 선수위원이 있지만 스포츠 외교 영역에서 이건희 회장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와 같은 큰 별이 한국 스포츠계에 다시 뜰 수 있을까. 스포츠계에서도 일군 고 이건희 회장의 위업과 애착을 반추하는 하루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