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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공수처 출범 첫발 뗐지만 고민 깊어가는 이유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입력 2020.10.26 04:00 수정 2020.10.25 21:17

26일 전후로 공수처장 추천 위원 제출 예정

특검과 '일괄타결' 제안했다 한 수 접은 셈

신경전 지속…"방해위원?" VS "무슨 심보냐"

국민의힘 "공수처 협조, 특검 반드시 관철하겠단 맥락"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정감사 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정감사 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이 여권의 숙원 사업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향해 첫발을 뗐지만,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한 '정치 스케줄'에 따라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임명할 경우 특검 도입과 공수처 출범을 '일괄타결'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26일 전후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 명단을 제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에는 대통령 특별감찰관을 먼저 추천하고 그다음에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임명하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많이 양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라임·옵티머스 특검과 공수처 출범, 청와대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 등을 '일괄 타결'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특검 도입을 반대하는 한편,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26일까지 선임하지 않을 경우 '다수결의 힘으로' 야당의 공수처장 비토권을 없애버릴 수 있음을 시사하자 먼저 협상 테이블에서 손을 내밀게 된 셈이다.


배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전향적으로 나오는 만큼, 특감관과 북한 인권 대사 문제에 민주당이 전향적으로 나서길 바란다'며 "우리가 통 크게 나가는 만큼 그쪽도 (특검 등을) 같은 테이블에 놓고 적극 협의하길 요청하고, 그렇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을 만큼, 민주당의 공수처 출범 강행 의지는 강력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추천 위원을 임명하겠다'고 했음에도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와 박범계·박주민 의원 등법사위원들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수처장 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추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와 박범계·박주민 의원 등법사위원들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수처장 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추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민의힘이 (추천위원을) 추천하겠다고 밝혔지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며 "야당이 추천할 공수처장 추천위원이 공수처 방해위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장 추천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도돌이표식 지연전술로 공수처 출범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며 "벌써 100일의 법적 공백 상태가 된 공수처 출범을 최대한 빨리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향후 국민의힘 추천위원의 비토로 처장 후보 추천이 지연될 경우, 공수처법이 보장하는 야당 비토권을 박탈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에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추천하라 해서 추천했더니 이제 방해하지 말라고요? 하라고 해서 해도 비난하는 건 도대체 무슨 심보냐"고 신경전을 벌였다.


김 교수는 "해도 욕하고 안 해도 욕하는 건 아예 야당은 끼어들지 말고 민주당 맘대로 다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이래서 공수처가 권력 비호하는 거대 괴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공수처법을 강제통과시킨 것도 민주당이고, 법에 야당 추천위원의 비토권을 보장한 것도 민주당"이라며 "지레짐작으로 야당 추천위원을 방해꾼으로 몰아가지 말고 지금부터 야당추천위원이 흔쾌히 인정할 수 있는 처장감을 찾는 게 민주당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 민주당이 공수처 단독 출범을 강행해 의석수 싸움으로 가게 될 경우, 국민의힘이 특검을 관철하고 공수처 출범을 막을 뾰족한 수가 없다.


배준영 대변인은 비토권 행사를 이유고 민주당이 공수처법을 개정할 가능성에 대해 "한 마디로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여태까지 저희가 헌법상 근거가 없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통해 (공수처 설치 합법성이) 밝혀질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민주당이 막무가내로 법안을 개정하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공수처장 추천 위원을) 추천하겠다고 하니 '못 믿겠다', '발목 잡을 거다'라고 지레짐작하고 이중삼중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공수처 출범 과정에 협조하는 것과는 별개로 특검 자체는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배 대변인은 "특검은 반드시 관찰시킬 것"이라며 "이번에 (위원을) 추천하는 것도 그런 맥락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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