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윤석열 찍어내기' 시기에 '신임 메시지'
전문가, 면전서 싫은 소리 못하는 유형으로 분석
"문재인 대통령께서 총선 이후에 '임기를 지켜라'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이다. 윤 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여권의 거센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윤 총장의 이 한마디는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윤 총장은 메신저가 누구인지, 메신저가 어떤 경로로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메시지 전달 시점이 '총선 후'라는 점은 다소 의아하다. 총선 직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 및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고, 여당에서는 이를 빌미로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할 정도로 각별함을 갖고 있다.
게다가 청와대는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힘을 실었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을 하지 않은 언론은 없었다. 그렇다고 윤 총장이 TV 생중계까지 됐던 공개석상에서 문 대통령을 굳이 소환하면서까지 거짓말을 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의중'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의 화법에 대해 어떤 이는 강경하고 직설적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식으로, 어떤 이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방식으로 평가한다.
전자(前者)는 개천절 집회를 예고한 일부 보수 세력에 "우리 사회를 또 다시 위험에 빠뜨린다면 어떤 관용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 후자(後者)는 '조국 사태'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서초동·광화문에서 각각 열린 대규모 집회를 "국론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두 광장정치의 긍정적 의미를 발신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두 화법이 '착한 아이 컴플렉스'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착한 아이 컴플렉스'는 혼나거나 버림받는 게 두렵고, 면전에서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유형으로 해석된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소장은 2017년 대선 전 펴낸 저서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에서 "문 후보가 좀처럼 날선 투쟁 용어를 꺼내지 않는 이유도, 화합을 강조하는 이유도 착한 아이 컴플렉스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국내 주요 벤처기업인들과의 대화에서 "초기 큰 부를 이룬 분들이 과정에서 정의롭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국민 의식 속에 반기업 정서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당시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권에서 반기업 정서를 조장해 놓고 자신은 무관한 것인 양, 국민의 생각인 양 포장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A 앞에서는 A의 편을, B 앞에서는 B의 편을 들어 '화합'을 모색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일종의 '착한 아이 컴플렉스'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신임 메시지를 보낸 것도 이와 연관돼 보인다. 여당이 윤 총장 거취에 대해 역대 대통령 중 동기간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문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건 상식상 불가능하다.
"문재인을 만날 때는 녹음기를 가져와야겠다"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과거 발언이 심상치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