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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정의 참견] 문대통령의 착한 아이 컴플렉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0.10.24 07:00 수정 2020.10.23 22:01

여권의 '윤석열 찍어내기' 시기에 '신임 메시지'

전문가, 면전서 싫은 소리 못하는 유형으로 분석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1월 8일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1월 8일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께서 총선 이후에 '임기를 지켜라'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이다. 윤 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여권의 거센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윤 총장의 이 한마디는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윤 총장은 메신저가 누구인지, 메신저가 어떤 경로로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메시지 전달 시점이 '총선 후'라는 점은 다소 의아하다. 총선 직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 및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고, 여당에서는 이를 빌미로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할 정도로 각별함을 갖고 있다.


게다가 청와대는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힘을 실었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을 하지 않은 언론은 없었다. 그렇다고 윤 총장이 TV 생중계까지 됐던 공개석상에서 문 대통령을 굳이 소환하면서까지 거짓말을 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의중'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의 화법에 대해 어떤 이는 강경하고 직설적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식으로, 어떤 이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방식으로 평가한다.


전자(前者)는 개천절 집회를 예고한 일부 보수 세력에 "우리 사회를 또 다시 위험에 빠뜨린다면 어떤 관용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 후자(後者)는 '조국 사태'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서초동·광화문에서 각각 열린 대규모 집회를 "국론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두 광장정치의 긍정적 의미를 발신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두 화법이 '착한 아이 컴플렉스'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착한 아이 컴플렉스'는 혼나거나 버림받는 게 두렵고, 면전에서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유형으로 해석된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소장은 2017년 대선 전 펴낸 저서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에서 "문 후보가 좀처럼 날선 투쟁 용어를 꺼내지 않는 이유도, 화합을 강조하는 이유도 착한 아이 컴플렉스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국내 주요 벤처기업인들과의 대화에서 "초기 큰 부를 이룬 분들이 과정에서 정의롭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국민 의식 속에 반기업 정서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당시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권에서 반기업 정서를 조장해 놓고 자신은 무관한 것인 양, 국민의 생각인 양 포장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A 앞에서는 A의 편을, B 앞에서는 B의 편을 들어 '화합'을 모색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일종의 '착한 아이 컴플렉스'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신임 메시지를 보낸 것도 이와 연관돼 보인다. 여당이 윤 총장 거취에 대해 역대 대통령 중 동기간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문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건 상식상 불가능하다.


"문재인을 만날 때는 녹음기를 가져와야겠다"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과거 발언이 심상치 않은 이유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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