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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의 역주행] ‘진짜 프로’ 김광현·김태균의 훈훈한 메시지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0.10.24 07:00 수정 2020.10.23 18:50

김광현 "메이저리그서 배운 기술 후배들 전수"

은퇴한 김태균도 자신보다 팀, 후배 걱정 먼저

세인트루이스 김광현.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세인트루이스 김광현.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보내고 돌아온 세인트루이스 김광현(33)의 기자회견장은 시종일관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귀국 후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보낸 김광현은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사다난했던 이번 시즌을 돌아봤다.


김광현은 “코로나19로 인해 통역과 요리 실력이 늘었다”, “애덤 웨인라이트와 몰래 공원에 들어가 캐치볼을 했다” “메이저리그 첫 승의 순간이 가장 기뻤다” 등 술술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 중에서도 기자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다름 아닌 ‘감사’와 ‘보답’의 메시지였다.


김광현은 기자회견장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사실 SK와의 4년 FA 계약기간(2020년 종료)이 남아있던 터라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구단의 허락이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선수 본인의 의지가 확고했고, 여기에 팬들의 지원사격이 나서면서 SK 구단도 대승적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김광현은 이와 같은 고마움을 잊지 않고 가장 먼저 팬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광현은 자신이 1년 동안 경험했던 메이저리그의 선진 야구 시스템을 한국 야구에 이식시키고픈 바람도 드러냈다.


그는 이날 “(메이저리그에서 가르쳐주는)기술과 그들의 시스템을 후배들에게 가르쳐주고 싶다. 향후 더 큰 선배, 선수가 돼 한국으로 돌아와 후배들에게 알려주겠다. 그래서 계속 배워나가는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선 22일에는 한화의 레전드 김태균(38)의 은퇴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하는 메시지만 놓고 보면 김광현의 기자회견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은퇴를 선언한 한화 레전드 김태균. ⓒ 연합뉴스 은퇴를 선언한 한화 레전드 김태균. ⓒ 연합뉴스

마이크 앞에 서자마자 눈물을 쏟은 김태균 역시 감사의 뜻을 먼저 전했다. 30여 년간 자신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움을 준 부모님, 아내, 선후배 및 구단 관계자들, 그리고 팬들에 대한 고마움이 먼저였다.


그러면서 김태균은 자신보다 후배 및 구단의 앞날만 걱정했다. 그래서 은퇴 소식이 갑작스럽게 발표됐다. 더욱 놀라운 점은 김태균이 은퇴를 결심하게 된 시기가 한참 전인 지난 8월이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김태균은 2군에서 느슨하게 생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땀을 흘리는 후배들 때문이었다.


이와 함께 김태균은 “은퇴경기를 하지 않겠다. 마지막 한 타석에 나서는 것이 내게 소중할 수 있으나 (그 자리를 잃은)다른 선수에게는 더 간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배들의 소중한 기회를 뺏고 싶지 않다”라고 밝혔다.


김태균의 감동적인 메시지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야구만 하느라 못해 본 것이 많다. 해보고 싶은 게 많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공부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평소 베풀지 않는 삶을 살았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말과 결단이다.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배려와 보답, 희생이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없는 요즘이다. 그래서 김광현, 김태균이 전하는 메시지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것이야 말로 ‘진짜 프로’이고, 스포츠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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