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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반도체 아님 배터리?…베트남 추가 투자 '주목'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0.10.23 09:08 수정 2020.10.23 09:12

5일간 베트남 출장 마치고 귀국...현지 반도체 투자 언급 피해

푹 총리 공식 요청에 고심 불가피...유·불리 꼼꼼히 따져볼 듯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0일과 21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 등을 점검하는 모습ⓒ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0일과 21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 등을 점검하는 모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박5일간의 베트남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현지 추가 투자 여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 총리와의 면담에서 반도체 공장 투자에 대한 공식 요청을 받은 터라 이 부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주목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23일 오전 7시15분쯤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 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의 요청대로 현지 반도체 투자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또 최근 이뤄진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와 관련 삼성전자도 추가로 대규모 인수합병(M&A)를 단행할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않았다.


◆ 베트남 총리 공식 요청 받은 이재용, 반도체 투자 고심 깊어질듯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베트남 주요 사업장을 방문해 스마트폰과 가전 등 핵심 사업 부문을 점검하고 웅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향후 투자·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중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푹 총리와의 면담이었다. 지난 20일 베트남 하노이 총리 공관에서 이뤄진 면담에서 푹 총리는 이 부회장에게 반도체 공장 건설 투자를 거듭 요청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응우옌 쑤언 푹(NguyenXuanPhuc) 베트남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베트남정부 페이스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응우옌 쑤언 푹(NguyenXuanPhuc) 베트남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베트남정부 페이스북

지난 2018년 10월 이 부회장의 베트남 출장 때와 지난해 11월 자신의 방한 때에 이어 세 번째로 이뤄진 이번 면담에서도 푹 총리는 반도체 생산 공장 등 투자 확대를 다시 한번 요청한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베트남에 투자하면 '천시지리인화'(하늘의 때, 땅의 이로움, 사람의 화합)'를 얻는다는 말까지 언급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는 등 적극성을 내비치기까지 했다.


베트남 총리의 공식 요청을 받은터라 이 부회장으로서도 현지 추가 투자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당초 이 부회장의 출장을 앞두고 베트남 현지에서는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신설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현재 삼성SDI는 휴대전화 배터리를 조립해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에 납품하는 현지 조립라인 보유하고 있지만 배터리 관련 생산라인은 없다.


하지만 베트남 총리가 반도체 공장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만큼 배터리보다는 반도체 투자 여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 반도체 투자 쉽게 내릴 수 없어...꼼꼼히 따져봐야


이 부회장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지만 반도체 관련 투자 결정은 쉽게 내릴 수 없고 꼼꼼히 따져봐야 할 사안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베트남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에 적절한 곳인지 여부뿐만 아니라 국내외 생산 시설 규모와 공급, 물류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미 국내에서 평택-수원-화성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삼각벨트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해외에도 이미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시안 공장은 지난 2012년 9월 착공, 2014년 5월부터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다만 시안 낸드 공장의 경우, 중국 현지에 스마트폰 고객사들이 많이 있고 주변에 많은 대학들이 있어 연구개발(R&D)과의 연계성도 뛰어난 편이라는 점에서 베트남과는 현실적 측면에서차이가 있다.


또 첨단기술의 집적지인 반도체 공장을 해외에 짓는 것은 기술 유출 등 보안의 위협도 도사리고 있는게 현실이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산하 반도체전문위원회를 통해 국가핵심기술수출신고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이와함께 해외 투자를 단행할 경우, 국내 역차별에 대한 우려도 나올수도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공장은 대규모 시설 투자로 일자리 창출과 전문 인력 양성에 크게 기여하는 효과가 있는데 국내를 외면하고 해외로 가는 결정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베트남은 이미 삼성전자의 해외 최대 완제품(세트) 생산 기지로 자리 잡은 상황으로 부품 생산라인을 추가로 구축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 총리로부터 적극적인 요청을 받은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과감한 오너의 투자 결정은 신중한 판단 끝에 나온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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