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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코로나 뚫은 ‘캣츠’, 그 자체로도 가치 있죠”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10.22 16:43 수정 2020.10.22 16:43

ⓒ에스앤코 ⓒ에스앤코

“코로나 시대에 올리는 공연, 주어진 기회 절대 망치고 싶지 않아요”


뮤지컬 ‘캣츠’ 40주년 기념 내한공연은 앞서 진행된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K-방역’의 상징적인 작품이 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난달 9일 개막해 현재까지 안전하게 공연을 이어오면서다. 최근에는 한 달가량의 연장공연을 확정, 12월 6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관객과 만난 후 대구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20일 오후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난 올드 듀터러노미 역의 브래드 리틀과 그리자벨라 역의 조아나 암필, 럼 텀 터거 역의 댄 파트리지는 “요즘 같은 때에 40주년을 맞은 전설적인 뮤지컬 ‘캣츠’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고, 무대를 올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신나면서도 그 감정을 누리면 안 될 것 같은 마음도 있었어요. 고향에서 (코로나19 여파로) 공연을 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대신해 공연을 잘 해내야겠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내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대에 서고 싶어도 서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거고, 그 친구들의 에너지와 사랑을 하나로 모아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연을 할 때 실제로 그것이 원동력이 되어 줬고, 매일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서고 있습니다.” (댄 파트리지)


“일하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올랐던 단어, 지인·동료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이 ‘럭키’였어요. SNS에도 뭔가를 올리면 ‘유 소 럭키’(You so lucky)라는 말이 가장 많았고요.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 작품을 지금과 같은 시기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영광이고 행운입니다. 이 작품을 계약했을 당시는 한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였다가, 리허설을 시작하면서 2단계, 2.5단계로 올라가면서 긴장이 되고, 불안했던 건 사실이죠. 하지만 한국은 늘 그랬듯이 단계 수준을 내려주셨어요. 미국인으로서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말은 미국이라면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이죠” (브래드 리틀)


조아나 암필과 댄 파트리지를 비롯한 배우들과 연출진은 내한공연에 앞서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보내야 했다. 배우들은 그 기간을 ‘현실과 꿈을 분별하지 못하는 림보 상태에 빠졌던 시기’라고 말했다.


“호텔 방안에서 아무도 볼 수 없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초현실적인 순간을 보내면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어요. 2주가 끝나는 그날은 햇빛이 매우 쨍쨍했던 걸로 기억해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여러 나라의 친구들 중에 같은 ‘캣츠’ 팀이지만 일면식도 없는 엘리라는 친구가 번쩍 뛰어들면서 안기더라고요. 아무래도 사람이 그리웠던 모양이에요(웃음)” (댄 파트리지)


“저 역시 자가격리가 끝났던 그 순간이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에요. 드디어 지인들과 친구들을 만나서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를 하고, 얼굴을 보고, 끌어안을 수 있는 그 순간이요” (조아나 암필)


ⓒ에스앤코 ⓒ에스앤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캣츠’의 연출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막이 오르고 ‘오버추어’(서곡)와 함께 젤리클 고양이들은 객석을 통해 무대에 등장한다. 이 때 고양이들은 ‘메이크업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실제 배우들의 고양이 분장과 똑같이 마스크로 제작한 것으로, 각 캐릭터의 개성을 살린 또 하나의 분장, 의상인 셈이다. 워낙 정교하고 자연스럽게 그려놓은 터라 실제 공연 중에는 마스크 착용 여부를 눈치 채지 못할 정도다.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게 일주일 전에서야 정해졌어요. 순간에 대처해야 하는 게 연출자의 무거운 짐과도 같았죠. 그 결정을 훌륭하게 해내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메이크업 마스크를 하고도 여전히 우리가 에술가로서 목표달성이 되고 있다는 점이 매우 놀라웠어요. 실제 메이크업과 똑같은 마스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예술적인 것들이 고스란히 전달이 된 것 같습니다. 제가 객석에서 걸어 내려올 때 마스크 밑으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게 안타깝긴 하지만, 이 작품의 예술성과 기승전결에 필요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미소를 지키고 있습니다(웃음)” (브래드 리틀)


“저 또한 동료 배우로서 브래드가 들어오는 장면을 보는 걸 즐겨요.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교류가 가능하다는 걸 보고 놀랐죠. 제가 느끼는 전율을 관객들도 함께 느끼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긴장된 상태에서 믿고 공연을 즐기기까지 변화하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댄 파트리지)


무대에서 고양이로서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캣츠’는 ‘뮤지컬계의 철인3종 경기’로 불리기도 한다. 고양이의 습성과 태도를 사람의 몸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캣츠’ 배우들의 숙제이기도 하다. 배우들은 실제 고양이를 보면서 동작과 습성을 익히기도 하고, 영상을 통해 그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기도 한다.


“안무가와 연출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가이드라인이 분명해요. 그걸 따르기 때문에 우리가 무대에서 고양이로서 연기하는 것이 가능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다음은 우리가 표현해야 하는 거죠. 극을 보면 고양이들 세계에서도 서열이 있어요.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즐기고 있습니다.” (댄 파트리지)


“실제 고양이를 보고 참조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사실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서 키우지는 못하지만, 유튜브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관찰을 했어요. 그러고 보니, 공연 중에 왜 이렇게 재채기가 나오나 했는데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랬나 봐요. 하하” (조아나 암필)


배우들은 40년 전에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캣츠’가 여전히 사랑을 받고 특히 현 시기에 더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위로’의 메시지 때문이라고 말한다. 추한 모습으로 따돌림을 당하던 그리자벨라가 ‘올해의 젤리클 고양이’로 선택되는 순간은 특히 그렇다. 이기심이 아닌 이타심의 소중함을 일깨운 그리자벨라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40년 동안 이 작품이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는 너무 많아요.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이야기, 스토리 선이 탄탄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시를 바탕으로 음악, 안무 등으로 인해 기승전결이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고, 이 안에서 관객들이 가져갈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 인기 비결이죠” (조아나 암필)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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