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판관 포청천, 어떤 작두[斫刀]를 준비할까요?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10.21 07:00 수정 2020.10.20 08:21

사정(司正)의 벼리는 청와대 민정수석 아니라, 특별감찰관

청와대, 공수처 핑계 대지 말고 특별감찰관 임명하라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그물이 3천 코라도 벼리가 으뜸”이라는 오래된 말이 있다 "


목하 진행되는 추미애, 옵티머스(OPTIMUS), 라임(LIME) 등 시끄러운 세상을 지켜보면서 이 속담이 생각났다. 우리 말 벼리[綱]는 ’고기 잡는 그물의 위쪽코를 꿰어 놓은 줄’로 이걸 잡아 당겨 그물을 오므렸다 폈다 하기 때문에, 벼리가 탈이 나면 그 그물은 못쓰게 된다.


비리(非理)를 잡는 그물인 사정(司正)기관의 벼리는 바로 청와대의 민정수석비서관이다. 민정수석은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 기관과 대통령 사이의 중개 역할을 한다. 좋게 말해 중개고,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관장 내지 지휘한다고 할 수 있다.


민정수석실에는 민정(民情), 반부패(反腐敗), 공직기강(公職紀綱), 법무(法務) 등 4명의 비서관이 있다. 민정수석을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온 나라의 물이 흐려지기도 맑아지기도 한다.


그럼 청와대 민정수석이 제대로 하는지, 민정수석실 등 청와대 공무원들이 깨끗하게 처신하는지, 청와대 정무수석이 뇌물을 받는지, 대통령의 배우자가 인사나 청탁에 관여하는 것은 아닌지 여부는 누가 눈여겨 살피는가?


바로, 특별감찰관(特別監察官)이다.


「특별감찰관법」은 박근혜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4년 6월부터 시행됐다. 차관급 공무원인 특별감찰관은 임기 3년에 중임은 금지되며, 정년은 65세다. 특별감찰관보 1명과 10명 이내의 감찰담당관, 그리고 20명 이내의 사정기관 공무원의 파견을 받을 수 있다.


특별감찰관은 이 인력들을 지휘해서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의 친족, 대통령 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들의 비위행위에 대한 감찰(監察)을 담당한다.


초대 특별감찰관은 검사 출신의 이석수 변호사(2015.3 ~ 2016.9)였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친인척 161명과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 공직자 29명 등 모두 190명을 감찰하고 있다고 국회 답변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그는 재직하면서 박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씨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으며(2016.7), 언론에 비리가 보도되자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을 실시해, 그를 직권남용과 탈세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2016.8).


이렇게 보면 사정(司正)의 벼리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아니라, 특별감찰관이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중요한 벼리잡이를 문재인 청와대는 출범 이후 계속 비워 놓고 있다.


근거 법 8조 ②항은 “특별감찰관이 결원된 때에는 결원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맑은 날 할까, 비오는 날 할까” 이런 골라잡아가 아니다.


문재인 청와대도 출범 직후에는(2017.5.24.) 특별감찰관 임명에 마음이 있었다. 민주당도 “6월부터 가동할 수 있도록 포청천(包靑天) 같은 후보를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감감 무소식이다. 2017년 5월부터 위법(違法) 상태가 3년 반 이상 지속되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문제지만, 가만히 있는 야당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들리는 말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업무가 겹치므로, 공수처를 빨리 출범시켜서 그 공백을 메우겠다고 한다. 공수처가 언제 출범할지는 모르지만, 공수처와 특별감찰관은 성격과 업무가 다르다. 공수처는 수사기관이고 특별감찰관은 감찰기관이다.


감찰(監察)과 수사(搜査)는 잘.잘못을 가린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면이 있으나, 감찰이 사전 예방적이라면 수사는 사후 처벌적이다. 길게 이야기 할 것 없이 감사원은 감찰기관이고 검찰과 경찰은 수사기관이다. 이게 같은가?


더 설명이 필요하다면, 특별감찰관은 제왕적(帝王的) 대통령제인 우리나라에서 청와대가 부패하지 말라고 뿌리는 소금[鹽]과 같은 특별한 소규모의 감찰기관이고, 검찰과 경찰은 온 국민에게 매운 맛을 추가해 주는 고춧가루라고 할 수 있다.


이석수가 있어도 최순실을 막지 못했고, 문재인 민정수석도 노건평을 말리지 못했다. 청와대는 그렇게 특별한 곳이다. 있어도 그런데, 3년 이상 아무 방패막이가 없이 지내왔다.


지금 우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무원이 사기꾼의 길동무 하는 것을 보고 있다.


공수처 핑계 대지 말고, 늦었지만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라. 민주당 말처럼 ‘포청천(999~1062)’ 같은 사람을 임명하라.


오래 전 드라마에서 본 판관(判官) 포청천(包靑天)은 비리 당사자의 신분에 따라 3 가지의 작두를 썼다. 용(龍)작두, 호(虎)작두, 개[犬]작두.


그리고 유죄가 확정되면 이렇게 호령(號令)했다. “작두를 올려라(開鍘)!”


ⓒ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1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