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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의 신화창조②]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건립으로 '사업보국' 숙원 이뤄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10.20 07:00 수정 2020.10.19 17:05

제2제철소, 가덕도제철소, 하동제철소 세 차례 좌절 딛고 당진제철소 건립

"전방산업에 값싸고 질 좋은 소재 공급해 경쟁력 높여야"…사업보국 정신 결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10년 1월 5일 오전 10시 13분 충남 당진 일관제철소 제1고로 화입식에서 화입을 하고 있다. ⓒ현대제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10년 1월 5일 오전 10시 13분 충남 당진 일관제철소 제1고로 화입식에서 화입을 하고 있다.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준공을 통해 현대차 그룹은 쇳물에서 자동차에 이르는 세계 최초의 ‘자원순환형 사업 구조’를 완성했다. 현대제철을 통해 세계 철강시장에서 새롭고 능동적인 변화를 선도해 나갈 것이다.”


2010년 4월 8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종합준공식에서 정몽구 명예회장은 감격에 찬 목소리로 소회를 밝혔다. 전기로가 아닌, 철광석과 석탄으로부터 쇳물을 뽑아내는 일관제철소 건설은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부터 30년 넘게 이어진 오랜 숙원이었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1978년 현대제철(당시 인천제철)을 인수하고 제2제철 사업 추진을 선언한 이래 여러 차례 일관제철소 건설에 도전해 왔다. 당시 현대그룹은 민간기업이 제2제철을 맡음으로써 국내 철강업계의 경쟁체제가 갖춰져 내수 가격도 낮아지고 국제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는 논리로 정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국내 유일의 일관제철소를 보유하고 있었던 포스코(당시 포항제철)는 경쟁체제가 될 경우 공급과잉이나 경쟁 심화로 공멸할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웠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지금의 포스코 산하 광양제철소가 제2제철소로 탄생했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1994년 철강수요 급증에 대비하고 철강 독점 공급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부산 가덕도에 제3제철소를 짓겠다고 발표했으나, 정부는 또다시 공급과잉론을 앞세워 사업을 무산시켰다.


◆정주영 선대 회장의 일관제철소 숙원, 정몽구 명예회장 뚝심으로 도전


선대 회장의 꿈은 사업을 이어받은 정몽구 명예회장에게 이어졌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자동차 산업을 이끌면서 제철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제철산업은 내수 시장에서는 이윤이 적더라도 자체의 가격경쟁력, 품질경쟁력을 가지고 값싸고 질 좋은 소재를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동차, 선박 등을 비롯해 최종 제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이들 제품의 수출을 통해 동반성장함으로써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사업보국’ 정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그룹 회장에 취임한 1996년 종합제철사업 프로젝트팀을 발족시키고 경남 하동의 갈사 간척지에 8조원 가량을 투자해 연산 1000만t 규모의 고로방식 일관제철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정부는 현대의 사업계획서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공급과잉론을 내세워 제철소 건립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정 명예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현대그룹과 경남지역 민관 합동으로 가두 서명운동을 벌이고, 독일의 티센제철소를 방문해 합작투자 제의를 받아내는 등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정 명예회장의 의지는 1997년 12월 정부의 ‘제철소 신규 건설 불가’라는 최종 답변 회신으로 다시 한 번 좌절됐다. 여기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까지 불어닥치면서 정 명예회장은 제철소 건설 보류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2004년 당시 충남 당진 한보철강 전경. ⓒ현대제철 2004년 당시 충남 당진 한보철강 전경. ⓒ현대제철

‘뚝심경영’의 상징으로 불리는 정 명예회장에게 포기란 없었다. 1990년대 후반 현대가 2세들간 계열분리 과정을 거쳐 자동차 전문그룹인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끌게 된 정 명예회장은 2004년 한보철강 인수를 통해 다시 한 번 제철사업의 불씨를 지폈다.


◆한보철강 인수 후 경영정상화로 철강산업 구조조정 및 국가경제 기여


정 명예회장은 과감한 인수금액 제시와 함께 근로자들의 고용 승계로 민심까지 얻어내며 한보철강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고, 완성차를 정점으로 하는 일관체제를 완성하게 됐다.


현대제철은 앞서 인수한 강원산업(현 현대제철 포항공장)과 삼미특수강(현 현대비엔지스틸)에 이어 한보철강까지 흡수하면서 연간 조강 생산 규모를 795만t에서 1295만t으로 늘려 종전 세계 24위에서 15위 수준의 철강회사로 도약했다. 전기로 부문에서는 세계 1위와 근소한 차이를 보이는 세계 2위의 지위를 획득했다.


현대차그룹의 한보철강 인수는 국가경제에도 크게 기여했다.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며 한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높였을 뿐 아니라 외환위기를 촉발시키며 이후 7년 동안 국가경제의 큰 걸림돌이었던 한보철강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멈췄던 공장이 정상 가동되면서 생산, 물류, 고용 등에서 엄청난 부가가치가 창출됐다. 공장 정상가동을 위해 신규 채용한 인력만 3000명에 달했고 2조원대의 신규 투자도 이뤄져 전후방 산업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현대제철은 한보철강 공장 정상가동으로 연간 380만t의 자동차용 열연강판을 생산해 18억 달러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가져왔다. 아울러 현대하이스코도 냉연라인을 정상가동함으로써 자동차용 수요가 급증하고 있던 용융도금강판 공급능력을 배가시켜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그밖에도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자한 한보철강이 예상가액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으로 매각됨으로써 공적자금 회수에 일조했고, 2000개가 넘는 소액 채권단이 총 2000억원 규모의 채권액을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IMF 당시 국가경제에 큰 부담이던 기아차와 함께 한보철강을 인수해 정상화시킨 것은 지금까지도 정몽구 명예회장이 국가경제에 기여한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회자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13년 9월 13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열린 제3고로 화입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현대제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13년 9월 13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열린 제3고로 화입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현대제철

정 명예회장의 도전은 한보철강 인수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애초에 선대 회장부터 가져왔던 염원은 일관제철소 건설이었다.


2006년 10월 충남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사업에 뛰어든 현대제철은 3년여 만인 2010년 1월 5일 첫 고로 화입으로 결실을 거뒀다. 정 명예회장은 이날 직원들이 들고 온 성화를 넘겨받아 풍로에 불을 집어넣고 고로에 생명을 불어넣는 감격을 맛보게 됐다.


그해 11월 23일에는 제2고로 화입식이 열렸다. 세계 철강산업 역사상 한 해에 2기의 고로가 가동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2013년 9월 13일에는 제3고로가 생명을 얻었다. 1978년 시작된 도전이 35년 만에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정 명예회장 경영인생의 대미를 장식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그의 염원대로 조강생산능력 2400만t을 갖추고 포스코와 경쟁하며 국내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전 산업분야에 값싸고 질 좋은 소재를 공급해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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