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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협회장 줄줄이 인사 태풍…힘 빠지는 금융관료 왜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10.20 06:00 수정 2020.10.20 08:08

손보-은행-생보 잇따른 회장 임기 만료…차기 인사 하마평 무성

당국-금융사 유착 비난 여론…전직 금융위·금감원 수장들 '제동'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는 최종구(왼쪽) 전 금융위원장과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해 2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 공청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는 최종구(왼쪽) 전 금융위원장과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해 2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 공청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국내 주요 금융협회장들의 임기 종료가 임박하면서 잇따른 인사 태풍이 예고되고 있다. 날이 갈수록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탓에 방파제가 돼 줄 만한 수장을 찾고 나서면서, 관료나 정치권 인사들이 줄지어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각종 금융 사고와 이에 따른 의혹으로 감독당국과 금융사 사이의 부적절한 커넥션을 둘러싼 여론이 급격히 악화된 탓에, 유력 후보였던 금융 관료 인사들이 낙마하며 막판 역전극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오는 12월 초까지 한 달여 간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과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이 잇따라 공식 임기 종료를 맞는다. 해당 협회들은 이에 맞춰 각자 차기 협회장 선출을 마칠 계획이다.


가장 먼저 인선 작업에 돌입하는 곳은 손보협회다. 3개 협회들 중 가장 빠른 지난 14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마쳤고, 늦어도 이번 달 말에는 후보군 추천을 완료할 방침이다. 손보협회장 인사에서는 우선 김용덕 현 회장의 연임이 거론된다. 과거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이력을 바탕으로 금융당국은 물론 정치권에까지 제 목소리를 내며 손보업계의 위상을 높여 왔다는 평이다. 김용덕 회장을 제외하면 강영구 메리츠화재 윤리경영실장과 유관우 전 금감원 부원장보 등이 차기 손보협회장 물망에 올라 있다.


손보협회장에 이어 곧바로 은행연합회장 인선 작업도 시작된다. 은행연합회는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 추천에 나선다. 은행연합회는 어느 곳보다 많은 말이 나오는 곳이다. 금융권 협회의 맏형 격인 은행연합회를 두고 그 만큼 많은 이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얘기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 등 수많은 전현직 금융권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다음 은행연합회장으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인물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다. 최 전 위원장은 현 정부의 금융당국 수장을 지낸 만큼 여전히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민 전 의원은 지난 19~20대 국회에서 연달아 정무위원장을 맡으며, 정치인 가운데서도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꼽힌다.


생보협회장 인선은 오는 11월 초부터 본격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보협회 역시 신용길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희수 보험연수원장과 진웅섭 법무법인 광장 고문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정 원장은 17·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만큼 정치권과의 연결 고리가 강점이고, 진 고문은 과거 금감원장을 역임한 대표적 금융 관료다. 민간 출신인 차남규 전 한화생명 부회장의 이름도 언급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융권에서는 올해 협회장 인사에서만큼은 금융당국을 거친 관료형 인사들이 확실한 강세를 보일 것이란 예측이 주를 이뤘다. 이번 정부 들어 금융권에 대한 정책적 입김이 강해지면서 당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이에 맞서 금융위원장이나 금감원장을 지냈던 중량감 있는 인사를 영입해 협상력을 높여 보겠다는 계산이었다.


특히 김용덕 손보협회장의 사례는 각 금융협회들로 하여금 이런 생각을 더욱 굳히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금융당국과 주요 현안을 원만하게 조율하며, 손보업계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김용덕 회장은 행정고시 15회로 옛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과 국제업무정책관, 건설교통부 차관, 노무현 대통령 경제보좌관 등을 지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이런 흐름에 파장이 일면서 금융권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금융당국과 업계 사이의 유착을 지적하는 여론이 급격히 퍼지면서, 해당 관료 출신들이 금융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장으로 자리하는 관행에 부정적 시선이 짙어지는 형국이다.


불씨를 당긴 것은 최근 불거진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건이다. 사기 투자 행각을 벌이며 결국 대규모 투자 손실을 낸 옵티머스용에 금융당국이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일면서다. 검찰은 2018년까지 자본금 부족 문제를 겪을 정도로 부실했던 옵티머스가 1조2000억원을 끌어모으는 과정에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을 수 있었던 데 주목하고 있다. 각종 검사와 사업 승인, 펀드 설정, 운용 과정에 금융당국의 특혜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사를 관리·감독해야 할 당국과 민간 금융권의 관계에 대한 비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실정이다. 그러자 국회에서도 이런 구조를 문제로 삼고 나서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최근 6년 사이 협회를 포함해 금융기관에 재직 중인 경제 관료만 총 207명에 이른다며 "모피아들이 금융기관에 낙하산으로 포진해 있어 개혁이 방해받고 여러 부작용들을 가져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옵티머스 펀드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과 금융사 사이의 뿌리 깊은 연결고리에 대한 비난 여론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와중, 금융위와 금감원 출신 관료들이 금융권 협회장으로 선출되는 모습은 적절치 않을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현직 협회장의 연임이나 현 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의 인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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