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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야당④] 인재영입 난항 겪으며 '흔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0.10.19 04:00 수정 2020.10.18 20:37

야당, 원래 인재를 영입하기가 대단히 어려워

모든 것 내려놓을 각오해야…기업인 쉽지 않아

인재영입 성과 없는데 당내 인사는 평가절하

국민의힘 내에서도 의구심·피로감·반발 '고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마포구에서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마포포럼)' 초청 강연에 앞서 김무성 전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보수정당, 어떻게 재집권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마포구에서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마포포럼)' 초청 강연에 앞서 김무성 전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보수정당, 어떻게 재집권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야당이 직면한 위기는 내년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을 겨냥한 인재영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데서 초래된 측면도 크다. 당내 인사들을 마뜩찮게 여기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금명간 눈에 띌만한 영입인사를 선보이지 못한다면, 리더십 위기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병준 국민의힘 세종시당위원장은 18일 "국민의힘에 정말 서울시장감이 없고, 부산시장감이 없느냐"라며 "당을 운영해본 사람으로서 분명히 말하건데, 거론되는 후보들을 포함해 국민의힘에도 인물이 있다"라고 단언했다.


아울러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차라리 (정당의) 문을 닫으라"라며 "무슨 낯으로 공당이라 하며 국고보조금을 받고, 또 그 지도자라 하여 얼굴을 들고 다니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16일 부산 방문 일정에서 "지금 거론되는 인물 중에 후보가 안 보인다"라며 "아직 적격자가 안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군으로는 원내의 5선 중진 서병수·조경태 의원과 원외의 유기준·유재중·이진복·박민식·이언주·박형준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한마디에 이들 전부가 한순간에 '부적격자'가 돼버렸다는 비판이다.


김병준 위원장은 "경선대책위까지 만들어놓고 경선(에 나갈) 후보들을 '죽여'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라며 "국민과 당원들이 참여할 경선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동시에 홀로 누구를 낙점해 데려오겠다는 의지로밖에 더 읽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외부에서 경쟁력 있는 인사를 영입해오는 것은 좋다. 인재영입이야말로 비상대책위원장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문제는 인재영입 작업에 있어서 가시적인 성과가 조금도 엿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야당은 원래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가 녹록치 않다.


보수정당이 대대적으로 외부인재를 영입한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YS) 때와 이회창 전 총재 때가 대표적이다.


YS 때에는 이회창·이수성·이홍구 전 국무총리를 신한국당으로 수혈하고 박찬종 전 의원을 입당시켜, 기존 '당내파' 정치인들과 함께 이른바 '9룡'이라 불리는 대권주자군을 형성했다. 이회창 전 총재는 나경원·유승민·이혜훈 전 의원 등을 영입했다.


하지만 이회창·이수성·이홍구 전 총리는 야당일 때 영입된 게 아니다. 이들은 집권여당인 신한국당의 대선후보가 돼 차기 대통령이 되려던 생각이었다.


이회창 전 총재가 나경원·유승민·이혜훈 전 의원을 영입한 것은 야당일 때의 영입 사례다. 그러나 이 때는 이 전 총재가 '대세론'을 타고 있어, 한나라당은 마치 여당 같은 야당이었다.


당시의 집권 세력도 현 정권과는 달랐다. 2000년 총선을 통해 제도권 정치로 갓 진입한 '86 운동권'들은 아직은 신진 세력이자 소수파로서 '정풍 운동' 등을 일으켜 내부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지금처럼 더불어민주당을 일사불란하게 장악하고 보수정당을 궤멸시켜야할 적폐로 몰아붙일 정도로 무도하지 못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의 집권 세력은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된 이후 최악의 집권 세력으로, 권위주의 시절과 다르지 않은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라며 "야당 정치인이 된다는 것은 모든 것을 내려놓을 각오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결심을 할 사람이 흔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예를 들어 기업인 출신이 야당에 투신해 선거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 같다면, 당장 그가 일궈온 기업은 국세청 세무조사 대상이 되고, 경찰과 친정권 성향의 검사들은 계좌추적과 압수수색을 통해 입건할 가능성이 높다. 친정권 성향의 방송이 '적폐몰이'에 동원되고 '대깨문'들에 의해 일가친척까지 탈탈 털릴 각오를 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김종인 위원장이 공을 들인다는 기업인 인사의 영입이 과연 가능할지 국민의힘 안팎에는 회의적 시선이 많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인재영입이 진척이 없는 것 외에도 당내 인사들과 현실적으로 영입가능한 인사들을 향한 김종인 위원장의 무신경한 태도를 문제삼는 의견도 나온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15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영입설 보도와 관련해 기자들과 만나 "영입한다는 것은 본인이 원해야 받고 말고를 하는 것"이라며 "본인이 아무런 의사표시를 안하는데, 거기다 대고 영입이니 뭐니를 얘기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를 놓고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영입 무산도 아쉽지만, 김종인 위원장이 보여준 대응이 더욱 아쉽다"고 했다. 김 전 부총리는 자유로운 신분에서 '유쾌한 반란' 특강 행보를 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영입 가능성이 높은 편이었다. 이러한 김 전 부총리를 향한 김 위원장의 발언이 지나치게 '여운'을 남기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가장 현실적인 영입 대상으로 꼽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겨냥해 김종인 위원장이 계속해서 흠집을 내는 것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안 대표가 정치에 뛰어들기 전의 발언까지 끌어내 비판하는가 하면, 이번에 안 대표의 고향인 부산을 방문했을 때도 "희망이 보이는 사람이면 직접 찾아가서라도 손을 잡았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발언을 했다.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마포포럼(김무성 전 대표가 이끄는 '더 좋은 세상으로')' 비공개 특강에서도 김 위원장이 안철수 대표 '디스'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라며 "이른바 '밀당'이 아니라 안철수 대표에 대해 감정적인 혐오 심리를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을 정도"라고 전했다.


당내에 있는 인사들과 잠재적으로 영입가능한 당밖 인사들을 평가절하하는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이 과연 본인이 추구하는 인재영입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는 견해가 나온다.


김병준 위원장은 "지휘자가 나름 역량 있는 연주자까지 망신을 주는 오케스트라에 관객이 몰리겠느냐. 그런 오케스트라에 훌륭한 연주자가 지원을 하겠느냐"라며 "영입할 때 영입을 하더라도 '당에 사람이 없다'는 자해적 발언이 앞설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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