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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계 90년생이 온다①] 감독·작가·프로듀서들이 젊어졌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0.10.18 00:00 수정 2020.10.1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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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이 온다’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특징을 담은 서적으로, 시장의 주요 소비가가 돼 주체적으로 이끌어나가는 90년대생을 기성세대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담은 베스트셀러로 현 시대의 중요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이 책의 제목처럼, 드라마, 영화, 프로듀싱을 하는 90년생들이 현장의 구심점이 된 시대가 왔다. 트랜드를 만들어내야하는 연예계에 스태프가 아닌, 젊은 감각을 가진 설계자들의 활약이 곳곳에 보인다. 아직 세대교체라고 하기는 이르지만,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90년대생은 단연 이충현 감독이다. 이충현 감독은 박신혜·전종서 주연의 영화 ‘콜’로 장편영화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이 감독은 1990년생으로, 14분 분량의 단편영화 ‘몸값’(2015)으로 2016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내경쟁 심사위원 특별상을 비롯해 파리한국영화제 최우수단편영화상, 서울국제초단편 영화제 SESIFF 단편우수상, 대구단편영화제 국내경쟁 우수상 등 그 해 단편영화제 상을 휩쓸며 충무로 기대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삼성에서 지원받은 이성경 주연의 단편영화 ‘하트어택’을 연출했다.


가요계에서는 젊은 피 활약이 조금 더 두드러진다. 2017년, 2018년 한국힙합어워즈 올해의 프로듀서상을 연속 수상한 그루비룸은 94년생 동갑내기 규정, 휘민으로 구성된 국내에서 가장 핫한 프로듀서팀이다. 그루비룸은 힙합음악으로 시작했지만 이들의 감각을 높이 산 넬, 다이나믹듀오, 박재범, 윤하, 에일리, 헤이즈, 온리원오브 등이 러브콜 하며 현재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들의 색을 아티스트에 입히고 있다. 또 이들은 엠넷 ‘고등래퍼2’, ‘고등래퍼3’ 멘토, ‘쇼미더머니8’ 특별 심사위원에 이어 방송을 앞두고 있는 ‘쇼미더머니9’ 심사위원까지 출연을 확정하며 방송에서도 영향력을 보여줬다.


작곡가 박문치는 1980, 90년대 시티팝, 복고풍 사운드를 직접 만드는 96년생 작곡가다. 2017년 뉴 잭 스윙 스타일의 싱글 ‘울희액이’를 시작으로 1990년대 레트로 무드의 음악을 작업해오고 있으며 MBC '놀면 뭐하니‘에서 이효리의 언급으로 시작해, 작곡 대열에 합류해 더욱 주가가 올라갔다. 박문치 작곡가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의 음악을 이해하고 재해석해 ’레트로‘의 선두주자가 됐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엑소, NCT127, 태민, 최강창민, 아스트로 등 많은 아이돌 노래의 가사를 쓴 황유빈은 최근 앨범 크레딧에 자주 이름을 올리는 스타 작사가 중 한 명이다. 91년생인 그는 작사 뿐만 아니라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웹드라마 ‘덕생일지’를 기획하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황유빈 작사가는 “작사가는 시작하는 나이가 다 천차만별이지만, 스무 살에서 서른 살 사이에서 많이들 시작한다. 조금 일찍 업계에 발을 들였다면 어느 정도 성숙한 테크닉, 생각, 표현력을 준비된 지금의 시점이 자연스럽게 90년대생이 활발히 활동할 시기”라고 바라봤다.


노을, 솔지, 임창정, 김나영, 알리, 김재환-스텔라 장, 음원차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발라드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SNP film의 이재현 감독은 영상 쪽에서도 90년대생들이 중요한 실무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며 8~90년대생들이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 연령층인만큼 트랜드와 니즈를 조금 더 잘 파악해 감성에 반영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우리가 열정이 있고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했던 점도 주효하다. 예전에는 영상에 입문하기 어려운 시대였지만, 지금은 유튜브나 장비의 보급화로 인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더 어린 밀레니얼 시대들이 메가폰을 잡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을 밝혔다.


공동 대표 이유영 감독은 90년대생들의 메가폰을 잡으며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스태프들도 예전보다 어려졌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현장에서 진두지휘를 하다보니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우리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을 선호한다. 촬영과 조명 감독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많지만, 그래도 나이차이가 적고 말이 잘 통하는 사람으로 꾸리려 한다. 연출이 리더다보니 현장에서 경력이나 나이로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을 최대한 배제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순환이 빨리 되며 일찍 자리를 잡은 만큼 또 한 번 빠르게 세대가 교체 되겠다는 불안감도 있다. 도태되지 않고 시장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캐치하는 것이 조금 더 오래 현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인 것 같다”라고 짚었다.


웹드라마 시장은 제작진의 연령이 지상파 드라마보다 대폭 젊어졌다. 10~20대를 타겟으로 하는 작품을 만드는 웹 포맷 특성상, 보통 드라마 PD들이 30대 중, 후반에 입봉하는 시기보다 90년생들이 빠르게 실무에 투입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현재 방송 중인 김우석 주연의 웹 드라마 ‘트웬티트웬티’는 한수지 PD가 91년생, 성소은 작가가 95년생이다.


웹드라마 제작사 플레이리스트 이동준 CP는 “나이가 어리니까 경험이 적을 것이라는 시선이 있기는 하지만, 직급이 있다보니 많이 얽매이진 않는다”며 “어린 시청자 층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변화하는 트랜드에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또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도 장점이다”라고 짚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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