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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영향력 높아지는데…韓연예인 트집 잡기 심각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10.15 02:41 수정 2020.10.15 02:42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지난 2018년 가요계에는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 발생했다. 방탄소년단(BTS)의 일본 음악 프로그램인 TV아사히 뮤직 스테이션에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불과 하루 전날 갑작스러운 출연 취소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일본 매체가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과거 입은 광복절 티셔츠와 RM의 광복절 관련 SNS 글을 문제 삼으며 방탄소년단이 반일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진 논란 때문이었다.


지민이 2017년 촬영된 유튜브 다큐멘터리 ‘번 더 스테이지’(Burn the Stage)에서 입었던 티셔츠에는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 원자폭탄이 터지는 장면의 흑백 사진과 함께 애국심, 우리 역사, 해방, 코리아 등의 영문 글이 담겨 있다. RM은 지난 2013년 광복절을 맞아 트위터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독립투사 분들게 감사한다’ ‘대한독립만세’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일본 내에서조차 TV아사히 뮤직 스테이션의 퇴행적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의 음악 전문기자 우노 고레사마는 당시 “뮤직스테이션도 끝났구나. 정말. 안녕”이라며 “언젠가 이 나라 주류 문화를 둘러싼 너무나 촌티 나는 상황을 바꿔달라. 나는 손들었다”라는 트위터를 올리기도 했다. 일본 진보 매체 리테라도 “원폭 티셔츠는 BTS를 공격하기 위한 구실로 발굴해 왔을 뿐 BTS 때리기의 본질은 한국헤이트(혐한)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절대 옳은 행동은 아니지만, 국내의 일부 네티즌은 일본의 행태를 비판하는 동시에 한국에서 활동 중인 일본 연예인들에 대한 방송 출연 금지 청원까지 올리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최근에는 일본을 넘어 중국까지 한국 연예인 때리기에 나섰다. 중국 애국주의 경향에 한국 대중문화가 잇따라 타깃이 되는 것이다. 이는 케이팝의 영향력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됐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지만, 연예인의 일반적인 발언을 정치적으로 왜곡하고 검열하는 그 자체로도 매우 위험하다. 자칫 국가 간의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방탄소년단 RM은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밴 플리트 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했다가 중국 네티즌의 비난을 받았다. 그는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라며 “양국이 공유하는 고통의 역사와 수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언제나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한미가 고통의 역사를 공유한다는 표현을 두고 “중국 군인을 존중하지 않고 중국을 모욕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문제는 중국 네티즌이 한국 연예인의 발언이나 행동을 왜곡해 문제 삼은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 8월에는 가수 이효리가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환불원정대 프로젝트를 위한 부캐(부캐릭터) 이름을 짓던 중 “마오는 어떠냐”는 농담을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중국 네티즌들이 자국의 잣대로 발언을 문제 삼아 비난 공세를 펼친 것이다.


이효리의 발언이 중국 네티즌들은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 주석을 연상케 한다면서 이효리의 SNS를 찾아가 무차별적인 비난 글을 올리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이효리는 이후 SNS 활동을 접겠다고 밝혔는데, 일각에서는 중국 네티즌의 악플이 원인이 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는 방탄소년단의 발언에 대한 비난이 심각해짐에 따라 한국에서 반발이 일자 급하게 수습에 나섰다.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중국 네티즌의 분노를 모아 보도한 기사를 삭제하면서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관계자들은 이 같은 분위기를 두고 앞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한 문제로 2016년 이른바 한한령(한류제한령)이 내려진 뒤의 영향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보기도 했다. 다만 올해 들어 한국 연예인들이 광고모델로 활동하거나, 케이팝 유통, 드라마 판매 등으로 한한령이 누그러지는 조짐이 보였지만 앞서 언급한 일련의 사건들이 여전히 민감한 분위기를 증명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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