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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담보' 하지원 "처음 아빠라 불렀을 때, 내 마음도 떨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0.10.11 00:00 수정 2020.10.10 21:29

하지원ⓒCJ엔터테인먼트 하지원ⓒCJ엔터테인먼트

하지원이 '목숨 건 연애' 이후 4년 만에 '담보'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그는 로맨틱 코미디부터, 사극, 액션, 멜로, 시대극까지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자신의 몫을 해낸다. 그런 하지원이 이번에는 가족 영화 '담보'로 가족의 소중함을 전한다.


하지원은 '담보'를 자신이 느꼈던 가족의 소중함, 아버지에 대한 감정들을 관객들에게 솔직히 전해주고 싶었다. 하지원의 바람이 통했던 것일까. '담보'가 개봉 11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담보'는 인정사정 없는 사채업자 두석과 그의 후배 종배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하지원은 극중 20대부터 성인이 된 승이를 연기했다. 9살이 된 승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이기 때문에 중간에 배우가 교체되는 시점에서 흐름을 자연스럽게 가져가려고 주력했다.


"현장에서 어린 소이가 찍은 분량을 보고 표현하는 감정들이나 어떻게 사랑을 받았는지 과정들을 체크했어요. 두 선배님과도 균형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며 찍었어요. 정말 좋았던 건 소이가 원래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넘치는 면들이 저와 비슷했어요. 그 점도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처음에 하지원은 대학생이 된 승이를 연기하는 건 반대했다. 자신이 20대를 소화하기는 무리이고 관객들도 몰입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에서였다.


"배우가 연기할 때 나이에 구애받지 않아야 하지만, 대학생 연기는 걱정이 조금 됐어요. 그래서 감독님께도 말씀을 드렸는데 대학생이 된 승이가 '아빠'라고 말하는 중요한 신들이 있어서, 여기서부터 끌어줘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담보'에서 어린 승이를 연기한 박소이는 해맑은 감정을 보여주다가도, 상황에 적절한 감정 연기로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함께 촬영한 성동일, 김희원은 박소이의 상황을 읽는 능력을 칭찬했다. 하지원 역시 박소이 연기를 보며 감탄을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리딩 때 딱 알아봤어요. 보통 아역배우들이 엄마나 선생님들이 가르쳐주는 억양대로 읽는 것들이 있는데, 소이는 상황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대사를 하더라고요. 타고난 천재성이 있어요. 촬영된 장면을 보는데 너무 놀랍더라고요."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부터 승이가 두석에게 처음으로 '아빠'라고 하는 장면이 마음 속에 박혔다고 털어놨다. 제일 떨렸던 촬영 장면이기도 하다.


"시나리오 읽었을 때 제가 가장 뭉클했던 포인트였어요. 개봉하기 전, 블라인드 시사를 했을 때 다들 이 장면이 주는 감정들을 예상하지 못하셨나봐요. 윤제균 감독님부터 많은 관계자들이 그 장면에서 감정이 터졌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저는 처음부터 그 신에서 감정이 올라왔기 때문에 정말 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원이 울컥했던 장면은 또 있었다. 학교에 허름한 오토바이를 타고 고등학생 승이를 데려오는 장면이다. 이 때 자신의 존재가 부끄러울까 걱정하는 두석에게 '상관없다'고 말하는 승이의 성숙함에 놀랍고 짠했다고 밝혔다.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성숙한 승이의 마음이 예뻤어요. 두석과 승이는 서로 만나며 서로에게 사랑을 가르쳐주는 존재구나를 느낀 장면이었죠. 승이는 두석의 사랑을 받으며 '더 당당한 어른이 되어야지'란 마음을 가지게 했을 것 같아요. 이들이 가족을 형성하는 과정이 잘 보였던 장면인 것 같아요."


하지원ⓒCJ엔터테인먼트 하지원ⓒCJ엔터테인먼트

'담보'를 통해 성동일과 처음 만났던 하지원. 그는 성동일이 주는 존재감이 현장의 공기의 흐름을 바꿔놓는다고 말했다. 성동일과 김희원이 주는 안정감이 '담보'에서도 잘 드러난 것 같다고 만족했다.


"성동일 선배님 앞에 서면 저는 한 순간에 승이가 됩니다. 굉장히 자연스럽게 말이죠. 그런 능력을 가진 배우신 것 같아요. 선배님과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딸로 만나서 너무 좋았어요. 김희원 선배님은 '1번가의 기적'에서 한 번 같이 출연한 적은 있었는데 그 때는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았어요. '담보' 촬영을 하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그런 친밀한 감정들이 영화를 찍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냈던 두석과 재회하는 마지막 장면은, '담보'를 촬영하며 하지원에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다. 감정을 다 쏟아냈지만 재촬영이 불가피했고, 그 감정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여기에 강대규 감독은 조금 더 극한의 감정을 요구했다. 감독과 자신이 생각하는 감정의 온도가 일치하지 않아 완성되기까지 많이 혼란스러웠다고 고백했다.


"공간에 대한 느낌 때문에 재촬영을 하게 됐는데, 그 때가 저와 감독님 모두 힘들었던 순간이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원하는 감정은 저는 억지스럽다고 느껴졌어요. 촬영이 시작되고 테이크를 가면 갈 수록 제 스스로가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그런 상황을 지켜보며 감독님이 저를 많이 걱정하셨어요. 그 신을 잘 찍고 싶고, 감독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겠는데, 그 느낌이 잘 나오지 않아 답답했어요. 연기를 할 때마다 자꾸만 가짜 감정같더라고요. 정말 힘들어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가보겠다고 찍은 장면이 영화에 나왔어요. 다 비우고 우주에 나 혼자 있는기분으로 찍었어요."


하지원은 '담보'가 사채업자와 빚으로 엮인 두석, 승이의 관계가 특수하지만, 영화적인 장치 일뿐 이를 걷어내면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관계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요즘은 가족이지만 거리나 마음이 멀어서 서로 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오히려 가족보다 더 가족같이 지내는 사람들도 있고요. 주변에 찾아보면 친구나 이웃들이 가족보다 더 가까운 경우가 빈번하기도 하고요. 꼭 피로 엮여야 가족이 아닌,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도 가족같은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가갷요. 두석과 승아의 관계가 판타지 같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저는 그래서 더 영화 속 이야기가 궁금했던 것 같아요."


하지원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지친 관객들에게 '담보'를 추천했다. 어느 때보다 각박한 시국에 '담보'가 닫힌 마음에 곁을 내어줄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


"보신 분들은 분명히 따뜻함을 느끼실 겁니다. 가족끼리도 더 돈독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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