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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대출' 확대하는 증권사…커지는 담보가치 리스크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0.10.08 05:00 수정 2020.10.07 15:01

올해 국내투자자 해외주식 순매수액 16조원…1년 새 440% 급등

한투·대신, 담보대출 도입 및 범위확대…한화는 금리 이벤트 실시

증권사들이 해외주식담보대출 서비스를 도입 및 확대하면서 고객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증권사들이 해외주식담보대출 서비스를 도입 및 확대하면서 고객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증권사들이 해외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신용대출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면서 국내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을 늘리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해외주식을 직접 구매하는 투자자가 늘어나 대출 수요가 발생한 것도 서비스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6일부터 해외주식담보대출계좌에 대한 신용약정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해외주식으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됐다. 이어 기존에 진행하던 해외주식담보대출에 대해 진행하던 동의 업무를 폐지하는 등 국내주식담보대출과 비슷하게 개편하면서 투자자 접근성을 개선했다. 또 한화투자증권은 해외주식담보대출 금리를 이번 달 말까지 연 2.99%로 낮춰 적용하는 등 고객 모시기에 한창이다.


해외주식담보대출 서비스는 올해 들어 늘어나는 추세다. 대신증권은 지난 3월 미국·일본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 서비스를 도입했다. 한도는 최대 10억원이고 기본이자율은 연 8.5%가 적용됐다. 신한금융투자도 지난달까지 해외주식담보대출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3.9%의 금리를 적용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지난 2015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해외주식담보대출은 그동안 크게 활성화 되지 못했다.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국내 전체 57개 가운데 10개에 불과했다. 심지어 대형 증권사인 삼성증권도 지난해에서야 해외주식담보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각 증권사들이 올해 들어 해외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 서비스를 확대하는 이유는 최근 해외주식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순매수 금액은 135억7000만 달러(15조7642억원)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 동안의 해외주식 순매수액인 25억1000만 달러(2조9158억원) 보다 440.6%(110억6000만 달러) 급증한 규모다. 이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이 테슬라, 애플 등을 구매하기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해외주식담보대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데일리안 ⓒ데일리안

증권사 입장에서도 해외주식대출 확대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과실이 충분하다. 우선 최근 금융당국이 급증하는 신용대출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면서 증권사들이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주식대출을 해외주식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래에셋,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와 국내예탁증권담보대출 등을 일시 중단하며 잔액 관리에 돌입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9일 최대 5억원이던 대출한도를 3억원으로 줄여버리기도 했다.


이 같은 증권사들의 대출 조이기에 잔액은 실제로 줄어들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신용공여 잔액은 지난달 17일 17조9023억원으로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29일 16조3505억원으로 8.6%(1조5518억원) 급감했다. 이에 각 증권사들이 해외주식대출을 키워 국내 신용공여의 빈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의견까지 나왔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증시시장에서 코스피가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한 만큼 투자자들의 해외시장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증권사들도 해외투자에 나서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편의성이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지속해서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해외주식담보대출이 무차별적으로 확대되면 담보로 잡은 해외주식의 가치가 훼손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해외주식은 그 담보가치를 판단하기가 어려워 각 증권사별로 종목에 대해 대출비율을 차등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투증권과 대신증권이 해외주식담보대출이 가능한 종목을 각각 789개, 712개로 늘리면서 투자자 접근성이 용이해졌다. 아울러 최근 미국 기술주들이 등락을 반복하면서 변동폭을 키우고 있는 만큼 급변하는 평가익에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주식담보대출은 종목별로 대출비율이 서로 다른데 테슬라와 같은 대형주들에게는 주로 대출이 집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원래 주식을 담보로 잡고 있기 때문에 안전성이 보장되는 상품이지만 최근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 기술주들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잘못하면 해당 주식의 담보가치가 급락해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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