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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권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①] '재인산성'에서 엿본 '공안정국의 부활'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0.10.06 04:00 수정 2020.10.06 16:14

정치적 반대세력 탄압 위해 위협 과장하는 '공안정국'

차량 이용 집회 반대하고 광화문 철통방어한 文정부

같은 날 에버랜드는 인파 몰려…이낙연은 봉하마을행

"공안정국보다 더 심해…헌법가치 수호할 의지 없다"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 경찰들이 차벽을 설치해 통행을 차단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 경찰들이 차벽을 설치해 통행을 차단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문재인 정부의 시간이 거꾸로 가고 있다. 문 정부가 개천절 정부 규탄 시위를 막겠다며 버스 300대로 서울 광화문광장의 4면을 완전히 봉쇄하는 성벽을 쌓은 장면을 목격하며 국민들은 5공화국 당시의 '공안정국'을 떠올렸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공안정국'이라는 단어가 갖는 사전적 의미는 "집권세력 내지 정부가 정치적 반대세력 탄압을 위하여 사회질서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발생한 것처럼 과장하여 조성한 보수적 국면의 정치"이다. 노태우 정부 시절 처음 등장한 용어로, 당시 보수세력이 반공주의를 토대로 진보세력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자행했다는 시각에서 비롯된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이른바 '재인산성' 사태를 두고 "방역을 위해서였다"며 합리화를 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방역을 위해 차량에 탑승한 채 집회를 진행하겠다는 시민단체들의 방침까지 철저히 통제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탄압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울러 '방역'을 근거로 총 4km에 달하는 버스 성벽을 쌓고 지나는 일반 시민들을 검문하며 통제했던 같은 시간에 용인에버랜드·서울대공원 등 전국 곳곳의 유원지에 대규모 인파가 몰렸다는 점도 과연 이같은 조치가 필요했는가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을 낳게 했다는 평가다.


국민들에 '연휴 기간 이동 자제'를 권했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봉하마을을 찾았고, 현장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5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번 정부의 조치는 공안정국 때보다도 더 심했던 조치"라며 "스스로 민주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 헌법적 집회 결사의 자유를 행정 조치로 제한·금지할 수 있다는 발상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 소장은 "2015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좌파들의 집회를 막는 행위를 두고 '헌법가치를 부정하는 행동'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했었는데, 지금 이 사람들이야말로 헌법가치를 수호하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질타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국민의 건강을 지키자고 하는 것에는 충분히 동의할 수 있지만 문제는 정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내려는,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집회를 버스로 둘러싸 막으면서 에버랜드 혹은 이낙연 대표가 봉하마을을 참배하고 수십 명의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에는 감염의 우려가 없느냐는 것이다"며 "이게 균형이 안 맞는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文대통령, 과거 저서에 "박근혜 정부는 '편가르기' 공안정치"
김근식 "본인들은 절대 선이고 상대방은 악이란 절대 이분법"
성일종 "정부 실정 비판 목소리 철저 방어…중국 공안 정치"


2017년 5월 8일 문재인 당시 후보가 서울 광화문광장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017년 5월 8일 문재인 당시 후보가 서울 광화문광장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패배 후 야당 의원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박 전 대통령을 향해 "공안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근거는 '편가르기'와 '정치보복의 횡행'이었다. 그는 "정치에서 품격이 사라졌다"며 "박 정부의 행태에서 때 이른 권력의 폭주를 느낀다"고도 썼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언급은 출범 초기부터 '적폐청산'을 기치로 이전 정부 인사들을 대대적으로 압박하는 한편,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억누르며 '편가르기 정치', '프레임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현재 문 정부의 행보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는 "본인들은 무조건 선이고 상대는 무조건 악이라는 절대적 이분법의 동굴에 갇혀 있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광화문 시위는 민주주의이며 평화로운 집회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고 추미애 법무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광화문 시위는 반민주고 폭력집회인가, 코로나 방역을 핑계로 한 코로나 독재의 예고편"이라고 꼬집었다.


성일종 의원 또한 "반대 진영이 이 정부의 실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철저하게 막아버리는 것은 균형에 어긋나는 일인 동시에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는 일"이라며 "이게 중국의 공안 통치와 뭐가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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