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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도 양극화…“대출할 수 있는 능력이 부러워요”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0.10.06 06:00 수정 2020.10.05 17:46

30대 서울 주택매수 비중 사상 최대

신용대출 낮은 직장인들 상대적 박탈감

서울 강남구 한강 인근에서 바라본 한강 이북 아파트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한강 인근에서 바라본 한강 이북 아파트 ⓒ연합뉴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매매) 기사를 보면 화가 납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몇억씩 받아 집을 샀다고 하는데,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중소기업 재직자들에게는 한없이 부러운 이야기입니다.”


3040세대의 ‘영끌’이 연일 부동산 시장의 화두다. 하지만 충분한 신용대출이 나오지 않아 영끌 대란에조차 합류하지 못하는 3040세대의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6일 한국감정원의 최신통계인 지난 8월 세대별 아파트 매매 현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체 매매건수(6880건)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6.9%(2541건)로 전체 연령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급등세, 수도권 전세대란, 문턱 높은 청약 당첨 등으로 젊은세대를 중심으로 한 ‘패닉바잉(공포매수)’이 부동산 시장을 덮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30대 아파트 매입 비중은 지난 5월까지 20%대에 그쳤으나, 6월 32.4%, 7월 33.4%, 8월 36.9%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영끌’ 열풍 속에서 집을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이 나온다 한들, 대출금과 이자를 상환하려면 실생활이 불가능해 고연봉이 아니면 무리하게 대출로 집을 사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40대 A씨는 “3040세대들이 영끌 해 집을 사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 씁쓸하다”며 “주택담보대출이 나온다 해도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서울은 대출이 40%밖에 나오지 않고 나머지는 현금이 준비돼 있거나, 신용대출로 메워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람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미혼인 30대 B씨는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서울에 6억짜리 아파트를 사려다가 포기했다”며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3억6000만원 정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모아둔 현금은 절반에 불과했고 부모님 도움과 신용대출 모두 여의치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B씨는 “현재 저금리 기조라고 하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은 이자 2%냐 4%의 문제가 아니라 대출금액이 얼마나 되는지가 관건”이라며 “영끌도 능력이며, 이 안에서도 양극화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니 이제는 신용대출을 함께 받아야 하는데, 직업의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결국엔 대기업과 중소기업, 단순노무직 등 직업에 따라 신용대출 양극화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현재 3040세대의 주택매수에는 부모의 도움도 상당할 것”이라며 “주택을 살 수 있는 젊은세대와 주택 매매에 접근 조차 할 수 없는 젊은세대의 격차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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