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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해법 찾아라"…은행도 서학개미와 '한 배'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10.06 06:00 수정 2020.10.05 10:24

4대銀 외화 유가증권 자산 30조 돌파…1년 새 6조↑

해외 주식만 2조 늘어…코로나發 리스크 관리 '숙제'

국내 4대 시중은행 외화 유가증권 자산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 외화 유가증권 자산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이 해외 유가증권에 투자한 자산이 1년 새 6조원 넘게 불어나며 3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렇게 늘린 금액 중 2조원 가까이를 해외 주식에 투입하며, 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서학개미'의 질주에 은행들까지 동참하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기준금리마저 끝내 0%대까지 추락하자 은행들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 해법을 모색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금융권 일각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을 감안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들이 채권이나 주식 등 유가증권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외화 자산은 280억9800만 달러로 1년 전(240억2200만 달러)보다 17.0%(40억7600만 달러)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비교 당시 각 시점의 환율을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원화로는 27조7574억원에서 33조8019억원으로 21.8%(6조445억원) 증가한 액수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하나은행의 외화 유가증권 자산이 같은 기간 87억4200만 달러에서 109억3000만 달러로 25.0%(21억8800만 달러) 늘며 유일하게 100억 달러 대로 올라섰다. 이어 국민은행 역시 50억2200만 달러에서 68억8900만 달러로, 우리은행도 38억4800만 달러에서 45억6700만 달러로 각각 37.2%(18억6700만 달러)와 18.7%(7억1900만 달러)씩 외화 유가증권 보유량이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해당 자산만 64억1000만 달러에서 57억1200만 달러로 10.9%(6억9800만 달러) 감소했다.


이 같은 은행들의 글로벌 투자 확대 속에서도 눈길을 끄는 대목은 상당 부분을 해외 주식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외화 유가증권 자산 증가분 중 3분의 1 가까이가 외화 주식의 몫이었을 정도다. 최근 개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열풍이 은행들 사이에서도 감지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은행들의 외화 투자 주식 자산은 같은 기간 7조3271억원에서 9조1634억원으로 25.1%(1조8363억원)나 늘었다.


이처럼 은행들이 해외 자산을 늘리고 있는 배경에는 최근 1년 새 급격히 낮아진 기준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일찌감치 제로금리 시대를 맞이한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국내 금융권은 지난해 초까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하며, 투자에 있어 매력적인 시장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결국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국내 투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낮아지자, 은행들도 대안을 찾고 나선 모양새다.


한은은 지난해 국내 경제의 침체가 심화하자 경기 부양을 위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한은은 지난해 7월 1.75%였던 기준금리를 1.50%로 내려 잡았다. 이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2017년 11월 금리인상 이후 20개월 만에 다시 금리인하 쪽으로 바뀌게 됐다. 이어 한은은 같은 해 10월에도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내리면서 조정을 가속화했다.


이 정도 수준에서 그칠 줄 알았던 한은 기준금리는 올해 코로나19 충격으로 다시 한 번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어 한은이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이렇게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은행들의 수익성에는 곧바로 경고등이 켜졌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실적의 핵심인 이자 마진은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 은행들의 올해 상반기 순이자마진(NIM)은 평균 1.42%로 전년 동기(1.59%) 대비 0.17%포인트 낮아졌다. NIM은 그 이름처럼 예금과 대출의 이자율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중심으로 한 은행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떨어질수록 예대 마진이 축소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은행 전반의 성적에도 금이 가고 있는 실정이다. 4대 은행들의 평균 총자산순이익률(ROA)은 같은 기간 0.69%에서 0.53%로 0.16%포인트 하락했다. ROA는 기업의 일정 기간 순이익을 총 자산으로 나눠 계산한 수치로, 금융사의 경우 보유 자산을 대출이나 유가증권 등에 운용해 얼마만큼의 순익을 창출했는지를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다.


이 때문에 해외 투자와 같은 대출 이외의 부문에서 추가적인 수익 창출을 강화하려는 은행들의 노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투자에 대한 위험을 충분히 감안한 자산운용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침내 우리나라에서도 제로금리가 현실화하면서 금융사들의 해외 투자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며 "다만 코로나19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시장 상황 악화를 염두에 둔 리스크 관리가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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