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김종인 위원장, 달리 계산하는 바가 있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10.05 09:00 수정 2020.10.05 08:38

대선 머잖은 데 너무 조용한 야권

남들 못 나서게 길목 막는 모양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월 29일 오후 국회에서 검찰개혁, 북한 공무원 피격, 추석 등 현안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월 29일 오후 국회에서 검찰개혁, 북한 공무원 피격, 추석 등 현안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은 2022년 3월 9일이다. 앞으로 1년 5개월 쯤 남았다. 출마 희망자와 정당지도부의 마음이 바빠질 즈음이다. 물론 정당들은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당면과제이지만 이른바 대선주자들의 경우는 다르다. 유권자와 당원들에게 자신을 효과적으로 충분히 알려야 하고 조직과 전략도 마련하기 시작해야 한다.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하는 입장이라면 여유부릴 시간은 남아 있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우는 여론조사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1, 2위를 다투면서 이미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다. 국민들이 그 사람의 이름과 이미지에 익숙해지는 것이 출마 희망자들로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그 점에서 두 사람은 마라톤 레이스에서 최소한 4분의 1쯤은 앞서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대선 머잖은 데 너무 조용한 야권


물론 여론조사를 할 때 두 사람만 대상으로 하는 건 아니다. 야권의 내로라하는 인사들도 명단에 같이 오른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존재감조차 없을 정도로 여론조사 적합도 혹은 지지도가 한자리 수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야당들도 서둘러 판을 깔아서 주자들이 준비운동을 하도록 해 줄만도 한데 다들 조용하다. 당에서 유력주자들에게 일정한 직책을 줘 국민들과 소통할 기회를 갖게 한다든가 토론회를 열어 유권자의 관심을 끌게 하는 등 방법은 많다. 당 차원에서 관심이 있어 보이지 않는 게 문제다.


코로나 상황에서 벌써 대권경쟁이냐 해서 국민적 밉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할 수가 있긴 하다. 그러나 아무도 민주당의 두 이 씨에 대해 뭐라고 하지 않는다. 야당의 예비주자들이라고 활발하게 활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선의의 경쟁을 벌임으로써 국민의 선택지를 늘려준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국회 의석을 기준으로) 왜소 정당들의 경우까지 거론할 계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너무 조용한 건 이상하다. 내후년 대선을 지레 포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아해질 정도다. 무기력을 벗어나지 못한 탓인가? 아니면 주자들이 나름대로 노력은 하는데 여론이 꿈쩍도 않는다는 것인가? 물론 부분적인 이유가 될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아닐까?


김 비대위원장이 길 가운데 떡 버티고 서서 진입을 통제하고 있는 인상이다. 기울어져가는 당을 살리겠다고 맡은 비대위원장직 아닌가. 급선무는 당이 활력을 되찾게 하는 것이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차기의 대안을 만들어내는 일일 것이다. 집권에 대한 기대감을 주지 못하는 정당에 국민의 관심이 쏠릴 리 없다. 정당이 국민에게 어필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적 스타이다. 정당의 책무 가운데 하나가 스타를 만들어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그런 노력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 나름으로는 이 사람 저 사람 저울질하고 있다는 말이, 언론이나 소문을 통해 나돈다. 몇몇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런데 이건 황당한 이야기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을 만들고 말고 하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어야 한다. 그에게 그런 권한까지 부여한다면 국민의힘은 공당(公黨)이 아니라 사당(私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남들 못 나서게 길목 막는 모양새


또 다른 갈래의 기사 혹은 소문은 미적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김 위원장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상황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는 “우리 당에 대권 주자가 누가 있나. 당 밖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되었었다. 그러다가 당 안팎에서 여러 사람을 유심히 보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도 거론되는 사람마다 평가절하했다. 혼자 아젠다도 제시하고 이슈도 만들어 낸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면 그가 유일한 국민의힘 대안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국민의힘 총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보수정당 역사상 최대 최악의 참패를안겼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어 비상대책위원장직을 꿰찼다. 전례 없는 특별한 대접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당을 살려내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만약 그게 아니라 거기서 다시 자기를 위한 다른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정치인으로서의 도리와 의리를 내팽개치는 게 된다. “설마 그렇게까지 야!” 그런 생각이 들긴 한다. 그런데 민주당 주자들이 피치를 올리는 가운데서도 국민의힘이 너무 조용하다. 그 때문에 의심이 무럭무럭 크고 있는 것이다.


재미삼아 옛 이야기 하나 소개한다.


중국 당나라 때 은안(殷安)이라는 은자가 있었다. 그는 늘 당시를 ‘말세’라며 개탄해 마지않았다. 한참 걱정을 하다가 꼭 이런 말을 했다.

“고래로 성인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참으로 귀해. 다섯 손가락에도 차지 않을 거야.”

그 말끝에는 꼭 손가락을 하나씩 꼽으며 성인을 세어 보였다.

“우선 천지가 개벽했을 때 팔괘(八卦)의 상을 만들어 내서 신명(神明)의 덕에 통한 복희씨(伏羲氏)가 제일이지.”

제자들이 물었다.

“그 다음은 요?”

“화덕(火德)의 왕이지.”

“신농씨(神農氏) 말씀이군요. 그 다음은 요?”

은안은 세 번째 성인으로 주공(周公), 네 번째 성인으로 공자(孔子)를 꼽았다.

넷째 손가락을 꼽은 다음 그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이 네 사람의 뒤에는 손가락을 꼽을 만한 성인이 없으니 어찌 한탄할 일이 아니겠느냐 말이다.”

너무 익숙한 레퍼토리다. 한 제자가 선생 앞으로 나 앉았다.

“선생님,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선생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은안은 잽싸게 다섯째 손가락을 꼽으면서 말했다.

“아니 아니, 나 같은 사람이야 뭐…흠…흠.”

표정에는 흡족함이 넘쳐났다.


ⓒ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