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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김희원 "내 연기, 스스로 칭찬 해 본 적 한 번도 없어"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0.10.05 00:00 수정 2022.01.12 14:57

ⓒCJ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배우 김희원이 추석 '담보'와 '국제수사' 두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따뜻한 휴머니즘 '담보'에서는 허술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승이의 하나 뿐인 삼촌 종배로, 코미디 수사극 '국제수사'에서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악역 페트릭으로 그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국제수사' 개봉이 두 차례 연기되며 만들어진 풍경으로 본의 아니게 '추석의 남자'가 됐지만 본인은 꽤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마냥 좋지는 않아요. 어느 작품이 더 잘됐으면 좋겠냐고 물어보기도 하는데 똑같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 시기가 겹치지 않는 게 더 좋아요.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일이 다 조정되어서 저같은 일이 훨씬 더 많이 일어날 것 같아요."


'담보'는 인정사정 없는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그의 후배 종배(김희원)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하지원/ 박소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김희원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담보'란 제목 때문에 사채업자들이 싸우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첫 장을 넘겼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땐 깊은 곳부터 차오르는 따뜻한 기운을 잊을 수가 없었다.


"가족이 뭘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자기가 얼마큼 가족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오랜 친구는 가족보다도 소중하기도 하잖아요. 부모도 남보다 못한 사이가 있고요. 그런 맥락에서 승이가 나중에 두석에게 아빠라고 했을 때 많은 걸 생각하게 되실 것 같아요.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지만 솔직히 무조건 와서 봐주세요라고 말하기도 여려운 시기네요. 그래도 와서 보시면 기분 좋게 극장을 나가실 수 있을 겁니다. 저도 영화보고 울컥울컥하는 장면이 많았어요. 정말 따뜻하고 좋은 영화인데 말로 멋있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종배는 두석에게 꽉 잡혀사는 동생이다. 실수도 많고 불만도 많다. 그래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워할 수 없는 속 깊은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종배에게서 세월의 흐름을 어떻게 관객들에게 느끼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허당이지만 따뜻해 보이려고 연기했어요. 대사톤이나 표정같은 디테일을 살리려고 했죠. 나이가 들면 감정의 속도가 조금 느리잖아요. 행동도 조금 느리게, 반응 속도도 한템포 느리게 연기했어요. 그런데 어렵더라고요. 한 순간에 늙는게 아니다 미세하게 바뀌면서 서서히 늙어가잖아요. 요즘 다 젊게 살아가기도 하고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김희원은 한 번도 자신의 연기에 만족해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늙었을 때 주름을 보이게 하려고 분장한 것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더라고요. 본드로 얼굴을 일그러뜨려서 주름을 만든거였어요. 한시간이나 분장했는데 잘 안보였어요. 고생한만큼 잘 나오지 않은 것 같아요. 연기한지 30년이 지났어도 제 연기를 보는건 참 어려워요. 저에게 스스로 칭찬해본 적이 없어요. 관객들이 좋게 봐주시면 다행이죠."


ⓒCJ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는 두석과 종배의 전사가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대사를 통해 두 사람이 군대 선, 후임 사이이고 죽으려 한 종배를 두석이 살려냈다는 유추를 할 뿐이다.


"시나리오에는 없지만 저는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감독님의 실화가 조금 섞였어요. 감독님의 군대 후임병이 실연을 당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것을 구해준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모티브로 두석과 종배의 관계에 살을 붙였어요. 영화는 안나오지만 저희는 영화 들어가기 전부터 상의하고 전사를 쌓았어요."


두석과 승이의 관계는 부성애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종배와 승이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종배에게 승이는 어떤 존재인지 물으니, 호칭에 힌트가 있다고 알렸다.


"승이가 삼촌으로 부르겠지 생각을 했는데 한편으론 아저씨가 더 좋겠다는 결론을 냈어요. 그게 승이와 종배 관계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았거든요. 어린 친구도 정체성이 있는데 진짜 아빠와 삼촌이 아니니, 커갈 수록 호칭을 부르는 걸 고민하지 않았을까요?"


김희원은 성동일과 함께 tvN 예능 프로그램 '바퀴달린 집' 호스트로 출연했다.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기간 동안 배우 김희원이 아닌, 인간 김희원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패러글라이딩에 성공한 후 김희원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동안 저를 가둬놓고 살았던 것이 느껴졌어요. 그런데 공중에 확 떠서 날아보니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또 TV로 보니 평상시에 제가 인상을 참 많이 쓰고 있구나도 느꼈고요."


김희원은 고민 끝에 고정 예능 프로그램 출연해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시즌2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조심스러워했다.


"얼마 전에 시즌2 이야기를 살짝 하더라고요. 고민입니다. 영화 촬영보다 예능이 저에겐 더 힘들었어요. 24시간 동안 스태프들이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촬영하는데 적응 못하고 인상만 쓰는게 너무 미안했어요. 저랑은 잘 안맞는 것 같아요. 지금도 큰 부담입니다.(웃음)"


같은 시기에 대비되는 두 역을 선보이게 됐지만, 김희원에게 캐릭터의 성정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 듯 했다. 악악이나 선한 역 모두 희노애락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을 해 풀어낸다. 김희원은 자신에게 더 맞는 역을 찾아내는 시간에 표현하는 방법을 더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어떤 역이든 상관없어요. 더 편한 역도 없고 좋은 역도 없어요. 그저 캐릭터에 몰입하고 어떻게 풀어낼지를 더 심도있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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