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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양우석 감독이 밝힌 ‘강철비2’ 오리지널 VS 확장판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입력 2020.10.03 12:57 수정 2020.10.03 17:49

-8+19분 ‘강철비2: 정상회담 확장판’ 30일 개봉

양우석 감독, 확장판 차이 및 추가분 친절 가이드

“짝사랑하는 분 만나는 느낌…고백, 받아줄까요?”

'강철비2' 관객 179만, 아직 목마르다 ⓒ '강철비2' 관객 179만, 아직 목마르다 ⓒ

‘강철비2: 정상회담 확장판’(감독 양우석, 제작 ㈜스튜디오게니우스우정,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이 지난 30일 개봉했다. 러닝타임이 11분 늘었는데, 여름 개봉 버전과 비교하면 8분을 빼고 19분이 보태졌다. 어떤 배경에서 확장판 개봉을 결정했는지, 어떤 부분들이 추가됐는지 궁금했다. 한가위를 앞두고 양우석 감독에게 대화를 청했다. 양우석 감독이 밝힌 지난 7월 29일 개봉 판과 확장판의 차이를 정리했다.


1. 애초 두 개 버전으로 준비, 확장판이 시나리오에 가깝다.


“일단 확장판이 시나리오에 가깝습니다. 여름에 개봉한 건 러닝타임 압박으로 확 줄인 거고, 처음 편집 때 두 개 버전으로 편집해 놨습니다. 확장판 개봉 버전이 142분인데, 당초 2시간 40분으로 편집해 놓았던 것에서 18분 덜어낸 겁니다. 결과적으로는, 여름 본편에서 8분 들어내고 19분 더 들어가, 11분 늘어난 것이지만요.”


많은 감독은 감독판 개봉을 꿈꾼다. 극장 개봉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형태를 통해 관객과 만나기를 원한다. 보통은 우선 개봉일 대기가 급하고, 확장판 개봉이 결정되면 그때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양우석 감독은 애초 여름 개봉 본편과 확장판 두 가지 버전으로 편집해 놓았다. 두 버전의 차이는 물론, 장면 장면을 머리에 꿰고 있기에 당초 준비했던 확장판에서 18분을 덜어낸 확장판 개봉 버전이 결과적으로 여름 본편에서 8분 분량의 장면이 빠지고 19분이 보태진 것이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확장판이 오리지널 시나리오에 가깝다고 하니 여름 개봉 버전을 ‘오리지널’이라고 부르는 게 맞나 싶지만, 감독 역시 여름 본편이라고 표현한 만큼 ‘본편’과 ‘확장판’으로 구분하고, 질문을 이어갔다. 본편 대비 확장판에 추가된 부분은 무엇이고, 어떤 점에 주안을 두었나요?


2. 3국 정상 납치 전 중-일 움직임, 국제정세 ‘보완’


“호위총국장(곽도원 분)이 한-북-미 정상을 납치하게 된 배경, 그것에 관련된 국제정세에 대해 영화 초반 설명을 추가했습니다. 중국과 일본이 손잡은 이유와 과정, 이후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추가됐습니다. 현재는 미국과 중국이 많이 붙고 있는데, 시나리오를 쓸 당시에는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주요했고 일본 뒤에 미국이 있었고 그 가운데 한반도가 위험했습니다.”


감독의 설명을 참조해 확장판을 보면, 일본 정부의 묵인과 동의 아래 극우파는 독도에서 우리나라와 한판 붙고자 미녀공작원을 통해 돈으로 매수한 독도 해상경비대가 일본 배를 공격해 주는 작전을 시도한다. 하지만 실패하자, 공격해 주는 역할에 북을 회유한다. 재미있는 것은 북한에 건너가는 일본의 돈을 댄 것이 중국이다. 왜일까. 일본은 북-일 전쟁을 시작으로 중국까지 전세를 확장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고, 중국은 북-일 전쟁에 북한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개입해 일본을 밟으려는 계획을 지니고 있다. 서로 다른 야욕을 지녔지만 동해상에서 무력충돌이 필요한 지점은 갖기에 한반도의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시적 야합을 한 것이다.


중-일은 이면계획도 지니고 있다. 중국은 한쪽으로는 일본을 통해 북한에 돈을 대지만, 다른 쪽으로는 북한의 호위총국장에게 거액의 무상원조를 약속하며 일본을 공격하는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일본 본토에 핵미사일을 발사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상황은 일본 뒤에 선 미국과의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음도 경고된다. 일본에 대한 반감은 청일전쟁 이후 역사적 뿌리가 깊고, 세계 강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에게 미국은 일본 다음으로 맞서야 할 주적이다. 일본은 겉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패망 이후 그래왔듯 미국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것 같지만 중국과 야합작전을 벌이고, 중국에 협조하는 것 같지만 역사적으로 그래왔듯 한반도를 밟고 대륙까지 패권을 장악하는 제3차 세계대전 급 야망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내용이 여름 본편부터 충분히 포함돼 있었다면, 영화에 진입하는 장벽이 낮아지고 이해가 높아졌을 것이다. 실제로 남북문제는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제정세, 미-중-일의 역학관계 속에 항시 존재한다.


제작과 배급 관계자들이 그것을 모르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제작 시보다 개봉 시에는 영화의 흥행요소가 중요해진다. 북한과 미국의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진행되던 도중 북한에서 일어난 쿠데타에 의해 한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국 3국의 정상이 핵잠수함으로 납치된다. 흥행 측면에서 보면, 납치 이후 특히 한반도 동해상에서 펼쳐지는 바닷속 해전이 스펙터클 한 흥행요소다. 그 이전, 왜 납치됐는가는 짧아지고 납치된 뒤 벌어지는 숨 막히는 대결이 어서 시작되는 게 상업적으로 훨씬 유효하다.


분명 맞는 얘기지만, 한국 관객의 중요한 특성을 간과한 선택이기도 하다. 우리 관객은 우선 이해가 돼야 영화 속으로 쉽게 들어가고,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없어야 영화에 대한 호감도와 만족도가 높아진다. 러닝타임 압박에 의해 배경 설명 부분을 장면 장면 들어내니 스토리가 툭툭 끊어지는 결과가 됐다. 모든 영화의 모든 장면에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결은 중요하지만 영화 초반엔 더욱 그렇고, 배경 설명이 필요한 경우엔 더더욱 그러하다. 같은 맥락에서 본편에선 편집했지만, 확장판에는 꼭 넣고 싶었던 장면은 무엇일까.


확장판 포스터 ⓒ 확장판 포스터 ⓒ

3. 한경제가 최선을 다하는 이유…2017년 시작된 ‘예정된 전쟁’


“북-미 정상회담에 참여하기 위해 평양으로 떠나기 전날 밤, 한경제 대통령(정우성 분)이 영부인(염정아 분)에게 하는 말 “여름에 날 뻔했소”, 부부간의 대화를 진짜 넣고 싶었어요. 미국의 안보전문가나 세계적 석학의 자서전이나 저서, 실제 제가 공부한 것으로도 불과 3년 전 한반도는 물밑 중-일의 대립 속에 어마어마하게 전쟁에 근접해 있었고, 꼭 넣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도(영화 속 현재) 똑같은 상황이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틈새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한경제 대통령이 하려는 거잖아요. 중-일 그리고 미국 열강의 다툼에서 한반도가 틈새를 만드는 상황, 당연히 우리나라 쪽으로 유리하게 만들어야 하니 신경 써서 넣었습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불턴의 자서전을 보면 대한민국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나옵니다. 한국은 너무나 자기네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 일본 아베에 대해서는 ‘이 친구 너무 괜찮은 친구야’ 식으로 아예 노골적으로 썼어요. 영화가 만들어진 뒤 나온 책이지만 영화 속 상황이 전문가가 보는 글로벌 정세에도 어긋나지 않는 게 좋은데, 잘 맞아떨어졌기에 확장판에서는 북-미 회담의 한가운데서 우리의 활약이 강조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한경제 대통령이 말하는 ‘3년 전 압박상황’은 책 ‘예정된 전쟁’(그레이엄 엘리슨 저)에도 나오는 내용입니다. 저자는 레이건 정부 시절, 또 빌 클린턴 대통령 떼 공식 직함을 가지고 멘토 역할을 한 석학이에요. 학자로서가 아니라 외교안보의 핵심전략을 짠 분으로서 책을 썼고, 예정된 전쟁이란 미국과 중국은 붙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전초전으로서 중국과 일본의 위험 상황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었다는 거고요. 여름 본편에서는 갑자기 ‘예정된 전쟁’의 개념이 등장하는 느낌이 있어요. 확장판에서는 사저에서 책을 읽고 있다가 아내에게 한 번(“여름에 날 뻔했소”), 위원장에게 책을 선물하며 한 번. ‘예정된 전쟁’ 개념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한경제가 최선을 다하는 이유를 얘기해 주기 때문입니다. 북한을 중간에 끼고 벌어지는 중-일 대결을 해결하지 못하면 더욱 큰 전쟁, 미-중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절박함에서 오는 평화 노력인 겁니다.”


모든 감독이 영화를 만들기에 앞서 자료조사를 하고 배경지식을 쌓는다. 맥락에 맞는 스토리를 풀어내기 위해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동생 조나단 놀란은 영화 ‘인터스텔라’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학부와 대학원, 합 6년을 물리학을 공부했다. 필자의 지식이 짧아 양우석 감독의 이야기를 통째로 전할 수 없을 뿐 강철비 시리즈 바탕에 흐르는 남과 북을 둘러싼 국제정세에 대한 식견, 그것을 가능케 한 지식(본인은 ‘정보’라고 겸양했지만)의 깊이는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이야기를 듣노라니 강철비 시리즈 3,4,5편을 내도 거뜬할 흥미로운 포인트가 많다. 긴 얘기 끝에 질문은 처음으로 돌아갔다. 확장판 버전을 편집해 놓기도 했지만, 개봉을 결심한 계기나 배경이 궁금했다.


4. 국제정치에 선과 악은 없다…미화도 폄하도 없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이하 ‘강철비2’)은 국제정치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현실주의 이론, 약간 주춤했던 적도 있지만 현재 국제정치 이론의 메인입니다. 현실주의 이론이란, 국제정치에서 선과 악은 없다, 각자의 이익에 따라 포지션을 취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에 근거해 쓴 영화에 선과 악이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 시각으로 볼 때 어리석은 자는 확실히 있다, 그리고 현명한 자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참는 자와 참지 않는 자가 있을 뿐이다, 라는 게 저의 기본적 생각입니다. 따라서 현명하고 인내하는 것은 한경제이고, 어리석고 참지 않는 자는 호위총국장 ‘우리에게 남은 건 중국에게 붙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행동하는 인물입니다.”


감독의 말에서, ‘강철비2’가 북쪽의 조선사 위원장(유연석 분)을 미화하고 남쪽의 한경제 대통령은 바보처럼 남의 일에 모든 걸 희생하는 모양새로 그려졌다는 비난을 의식했음이 느껴졌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해 입장을 취하고 행동하는 ‘현실주의 이론’을 근간으로 설정된 캐릭터이므로, 국제정치에 선과 악이 없듯 ‘강철비2’에 특정인물에 대한 미화도 폄하도 없다는 것을 관객에게 설명하고 싶은 의지가 보였다. 오해 아닌 오해를 받는 상황, 확장판에서 바뀐 ‘쿠키’로 생각이 이어졌다. 단지 ‘통일하시겠습니까’라고 국민에게 묻는 장면인데, ‘통일하자’ ‘통일해야 한다’로 받아들여진 것에 대해 감독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관객께서 그리 생각하시고 비판하신다면 받아들여야지요. 그런데 분명히 할 것은 저조차 통일해야 한다고 지금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북이 일단 외국이 되고,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외국이 되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를 ‘강철비2’를 통해 드린 겁니다. 아직은 명백한 분단국가도 아닙니다, 단지 정전 상태입니다. 이것을 평화협정으로 휴전 상태로 바꾸는 게 급선무입니다. 대외적으로는 남과 북이 유엔 동시가입을 하면서 밖에서는 ‘두 나라’로 봅니다. 그러나 우리 헌법과 북은 서로를 한국전쟁 미수령지역의 이적집단으로 봅니다. 국제적인 상황과 똑같이 서로 다른 국가가 되는 게 휴전 다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에는 계속 외국으로 있어도 되고, 아니면 EU 방식(연합)이든 미국 방식(연방)이든 이웃 국가 또는 한 나라가 되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이 모든 것의 바탕이 휴전을 통해 평화를 확보하고, 서로 외국이 되는 거라는 생각이 깔린 영화라는 걸 재차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쿠키는 이미 찍어놓은 것입니다. 한경제 대통령의 광화문 연설 뒤 미국 스무트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받는 게 시나리오 내용입니다. 시간상, 여름 본편에서는 뒤를 잘랐고 이번에는 중간을 자르고 끝을 보여준 겁니다. 그렇게 한 이유는 내러티브 상, 북과 미국의 정상이 핵잠수함을 탈출한 뒤 우리 대통령이 일촉즉발의 전쟁을 막고 모두를 구한 상황인 만큼 정상회담의 축이었던 세 사람이 다시 만나는 게 좋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스무트 대통령의 성장을 보여 주죠. 한경제 대통령이 말했던 인내와 협력을 수상 소감으로 말하니까요. 또 방구와 담배 개그를 불편해하는 분도 계셨는데, ‘담배=핵, 방구=제재’라는 것을 명확히 하는 대사도 나옵니다. 스무트가 조선사에게 귓속말처럼 ‘핵 개발한다는 얘기 들리더라’라고 말하면 조선사가 ‘끊었어요’라고 말합니다. 담배를 핵으로, 방구를 핵에 대한 제재로 생각하며 봐 주시면 영화 중반의 유머가 너무 한가롭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듯합니다.”


바뀐 쿠키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본편 버전이 반가웠다. 답방을 약속한 북의 국방위원장이 고인이 된 상황에서 영화 속에서 판타지로나마 약속이 지켜진 느낌이었다. 끝으로 향후 ‘강철비2 확장판’을 볼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양우석 감독 ⓒ이상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우석 감독 ⓒ이상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5. ‘강철비2’는 전어 같은 영화, 가시 바른 ‘확장판’


“영화 ‘강철비2’는 전어 먹는 느낌의 영화입니다. 살에 가시 많은 전어처럼, 직유와 은유가 섞여 있지요. 여름 본편 개봉 후, 방구나 담배에 관한 세 지도자의 대화처럼 너무 은유를 넣은 것도 결국 직유로 해석해서 관객이 영화에 다가갈 수 없는 측면이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는 은유에 대한 설명을 앞에서 충분히 하고 약간 소화불량이 된 측면들을 해결하려 했습니다. 확장판을 들고 다시 관객을 만난다는 건 ‘짝사랑’하는 분을 만나는 느낌입니다. 사랑을 받아줄지 안 받아줄지 모르는데, 고백을 하고 있는데, 받아줄까?”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필요한 얘기’를 하고자 노력하는 양우석 감독, 산 같은 우직한 느낌을 주는 감독이 설레고 떨려 하는 모습에서 관객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 읽혔다. 차기작까지는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그다음부터는 ‘우리 영화산업에 필요한 영화’를 함께 만들어 세계시장에서 ‘K-무비’만의 뚜렷한 장르를 구축, 한국 영화산업의 신동력을 만들겠다는 포부에서는 ‘천만 감독’의 묵직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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