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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이유영 "'디바' 수진, 공포스럽게 느껴져 짜릿"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0.10.03 00:00 수정 2020.10.0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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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유영은 2014년 영화 '봄'을 통해 데뷔한 뒤 밀라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이후 영화 '간신'(2015),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2016), '나를 기억해'(2018)'등에 출연하며 대중에 존재를 각인시켰다. 옅은 갈색 눈동자와 유독 하얗고 유약해보이는 이미지는, 그가 연기할 때 한 순간에 무슨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디바'는 그런 묘한 이유영의 얼굴을 활용했다.


이유영은 '디바'가 다이빙 선수들의 이야기라서 끌림을 느꼈다. 평소에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는 걸 좋아한다는 그에게 다이빙은 충분히 흥미로웠다. 훈련은 힘들었지만 실력이 늘어갈 때마다 즐거움도 따라왔다.


"다이빙을 배우는게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죠. 시나리오 읽고 의지가 불타올랐어요. 막상 해보니 선수처럼 하기는 역시나 쉽지 않더라고요. 어려운 기술을 해내고 싶었는데 도달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오면 속상했어요. 그래도 한 단계씩 높은 곳에서 뛸 때마다 기분이 좋더라고요."


극 초반 알 수 없는 교통사고를 당한 후 실종된 수진이기에, 이유영의 분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이영을 향한 원망의 목소리와 표정이 망령처럼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공기에 머물에 머문다.


"제 입장에서는 수진 이야기가 조금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하지만 많이 등장하진 않지만 수진이가 이영을 압박하기 때문에 절대 영화 중간에 잊혀지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만족스러웠어요. 저는 수진을 선한 인물로 연기를 했는데 심리적인 압박감 때문에 공포스럽게 그려지더라고요. 영화 보면서 짜릿했어요."


수진을 연기함에 있어 이유영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웃는 얼굴 뒤 알 수 없는 수진의 마음이었다. 수진을 단편적인 인물로 그려내진 않겠다는 다짐을 시작하고 연기에 임했다.


"저에게도 수진이 같은 면이 있어요. 불안감을 잘 느끼고 욕망도 욕심도 있고요. 남들에게 이야기 하지 못할 사연과 마음이 있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진 모르지만 잘 웃는 수진이의 마음에 잘 이입에 됐어요. 또 수진이에게 보이는 순간의 섬뜩한 표정들, 오묘한 무서운 분위기를 잘 표현하면 입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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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영은 수진을 절대 악역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수진의 시점에서 본다면 진심이더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하는 위로는 다정함을 가장한 조용한 폭력일 뿐이다.


"항상 순위가 매겨지며 살아가는 사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많은 의미가 담겼죠. 수진이의 감정이 질투나 열등감이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수진이는 죽어라 노력하는데 이영의 한 마디가 상처가 될 때가 있어요. 응원한다고 한 말이지만 배려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거죠."


이유영은 조예슬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지금의 수진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감독님도 수진의 캐릭터가 더 애착이 가신대요. 저는 수진이가 그저 그런 악한 인물로 그려지지 않길 바라요. 오히려 밝고 잘 웃는 아이였으면 했어요. 상처 같은건 짐작하지 못하도록요. 감독님께서 묘한 인물이었으면 하더라고요. 그 부분은 제 생각과 일치했어요. 하지만 저는 수진이를 무섭게 표현하고 싶진 않았어요.(웃음) 감독님은 이영의 기억이 왜곡되는 장면에서 섬뜩한 표정이 필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해맑게 웃는 것과 무서운 표정 각각 다른 버전으로 촬영했어요. 연출적으로 잘 편집해주실거라 믿었어요."


'디바'는 주인공 이영과 수진이 다이빙 선수인만큼 수영복을 입고 촬영하는 장면이 많았다. 특히 이유영은 수영복을 입고 다이빙대에 물구나무를 서며 의지를 다지는 장면을 찍기도 했다. 노출이 많은 수영복으로 부담이 됐지만 현장에서의 만은 배려로 편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고.


"다이빙 선수와 코치분들이 수영복을 다이빙 선수답게 입으면 동작도, 체형도 변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수영복을 입기 시작했어요. 촬영현장에서도 적나라하게 보여질 수 있는 장면들도 카메라를 옆으로 틀어서 찍어주셨어요. 나중엔 적응이 돼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영화를 보니 여자들의 몸에 눈이 가지 않더라고요.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게 잘 나온 것 같아요."


이유영은 옆에서 신민아와 함께 다이빙 훈련을 받으며 자극도 받고 외롭지 않을 수 있었다. 이유영은 훈련 도중 갈비뼈가 부러진 줄도 몰랐다가 응급실에 실려갔던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언니가 이 작품에 온몸을 내던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자극이 됐죠. 언니와 함께해서 좋았어요. 또 선수의 몸과 기술을 따라가기는 한계가 있지만 최대한 열심히 했어요. 촬영하다 와이어에 걸려 갈비뼈가 부러졌는데 근육통인지 알고 얼음찜질하고 진통제를 먹었죠. 그리고 계속 촬영하다가 결국 응급실에 갔어요. 그래서 촬영을 한 달이나 쉬어야 했죠."


데뷔 초에는 연기에 대한 무리한 욕심으로 독하게 몰입했지만, 30대가 된 이유영은 욕심에 매몰돼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조금 더 건강한 삶을 위해 욕심도 적당히 내는 법을 알게 됐다.


"너무 과한 욕심과 욕망은 좋을게 없더라고요. 흘러가는대로 두려고 해요. 그러니 많이 차분해졌어요. 나중에는 폭 넓고 극을 잘 끌어갈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아직 그런 욕망은 있습니다.(웃음)"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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