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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아야 할 미래 : 평화쇼 2.0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10.02 08:30 수정 2020.09.30 20:06

노동당대회에서 새로운 전략노선을 발표하다

김여정이 부산을 달구다

재보궐선거의 핵심 표어 ‘이것이 평화경제다’

4자평화협정과 통일 개헌

ⓒ사진공동취재단 ⓒ사진공동취재단

미래학에서의 미래는 거저 다가오는 내일이 아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미래는 현재의 상황들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개연성이 높은 미래(plausible future)다. 그런데 남북정상간의 친서교환과 발 빠른 통전부의 전통문 발송 등을 보면 한반도에 결코 ‘와서는 안되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릴 그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라고 암시하고 있다. 다음은 오지 않아야 할 미래의 대략적 상황이다.


오지 않아야할 미래 1 : 노동당대회에서 새로운 전략노선을 발표하다


지난해 연말에 개최되었던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를 올해 신년사로 대신했던 김정은은 2021년 1월 1일부터 3일간 지속된 제8차 노동당대회 결정문을 발표하는 것으로 신년사를 대신한다. 당 결정문에는 ‘평화경제 발전로선(가칭)’을 제시하며, 자력갱생이 어려움에 봉착한 것을 시인하고 대담한 변화를 시도한다고 발표한다.


이름에서도 짐작되는 것처럼 한국과의 교류협력 확대로 민족경제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보다 더 획기적인 것은 ‘핵없는 한반도 실천선언(가칭)’으로 전제조건 없이 ICBM·SLBM 개발 및 시험발사 중단과 일부 핵탄두의 자체 폐기를 발표한다. 이를 두고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남북협력을 통한 경제발전 노선을 선언한 것으로 이제는 정말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홍보한다.


오지 않아야할 미래 2 : 김여정이 부산을 달구다


올해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는 코로나19로 연기되어 결국 2021년 1월에 개최된다. 중국에서는 관례대로 리커창 총리가 참석하고, 일본에서는 9월에 새롭게 출범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참석한다. 이번에는 개최지가 서울이 아니라 부산인데, 당 대회에서 새로운 전략노선을 선언한 김정은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옵서버 특사자격으로 파견한다. 부산은 2019년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초청하기 위해 사전에 관련 경호 준비를 마치고 문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기도 했으니 안전상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법하다.


자칫 밋밋할 뻔했던 한·중·일 정상회의는 김여정의 등장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틀간의 정상회의 이후에도 김여정은 부산에 머물며, 관광을 한다. 서울에서 정부·여당의 주요 인사들도 그녀를 만나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간다. 김여정이 다녀간 곳은 부산의 핫플레이스로 ‘맛있는 녀석들’ ‘서울 촌놈’ 등 TV예능프로에 소개된다. 가식되고 오만하다고 정부·여당에 돌아섰던 부산의 민심에도 온기가 돌기 시작한다.


오지 않아야할 미래 3 : 재보궐선거의 핵심 표어 ‘이것이 평화경제다’


미국 민주당 신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전략변화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과의 협의채널을 풀가동한다. 일단 북한의 새로운 전략노선이 비핵화로 이어지도록 유도하기로 한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존중하여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해서는 눈감아주기로 한다.


정부와 여당은 ‘이것이 평화경제다’를 외치며 코로나19 여파로 무너진 경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경기선행지수들을 발표한다. 야당에서는 실질경제성장률, 실업률, 가계부채 상황 등 경제현실을 고발해보지만 이미 분위기는 ‘쟤네들 왜 저래’라며 싸늘하다. 2020년 6월 개성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9월의 우리 공무원 총살만행의 충격은 이미 임진왜란 때처럼 기억 속에서 희미할 뿐이다.


오지 않아야할 미래 4 : 4자평화협정과 통일 개헌


2020년 그렇게 공들였지만 미뤄졌던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2021년 봄바람을 타고 성사된다. 시 주석은 한반도의 평화분위기에 대한 적극적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정상이 합의한 바 있는 남·북·미·중 4자간의 평화협정 필요성을 언급한다. 이로써 4자간 평화협정과 한미동맹을 대체하는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른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통일헌법을 위한 개헌 필요성을 제기한다. 영토조항 삭제, 국가보안법 폐지, 정·부통령 권력구조 개편, 상하양원제, 완전한 지방자치 등의 주제들을 던진다. 아울러 2022년 대통령 선거의 시대정신을 ‘한반도 통일’이 되게 만든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눈에 띄지 않던 여권 정치인들이 통일대통령을 외치며 등장한다.


이렇게 한바탕 평화쇼 2.0이 지나고 난 후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북한의 강화된 핵무기와 규모도 전력도 빈약해진 주한평화유지군, 그리고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의 통일 기반의 완성이다. 그래서 오지 않아야 할 미래라는 것이다.


미래학에서는 늘 ‘미래를 만드는 것은 결국 인간’이라고 결론 내린다. 그래서 깨어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을 걸어본다. 그리고 이 칼럼이 비극적 미래를 막는 나비의 날개짓이 되기를 바란다.


ⓒ

글/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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