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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폐쇄·위치수집 등 규정 입법…'코로나가 연 빅브라더 시대'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0.09.27 09:00 수정 2020.09.27 03:30

감염병예방법 등 코로나 관련법 대거 처리

위치 포함 각종 개인정보 취급근거 마련

지자체장, 감염병 의심 시설 '폐쇄'도 가능

정보제공 거부 단체·개인에 처벌규정 신설

2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 개정안들이 처리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 개정안들이 처리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부와 지자체장이 감염됐거나 감염이 의심된 장소에 대해 '시설폐쇄' 명령이 가능해졌다. 또한 위치정보를 포함한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수집·요청이 가능하며 거부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권한도 갖는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방역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에 과도한 권한이 부여되면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감염병 바이러스에 오염된 시설은 물론이고 오염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곳까지도 지자체장이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범위가 확대됐다.


조치 내용에는 운영중단은 물론이고 '시설폐쇄'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지자체장의 판단에 따라 시설폐쇄를 명할 수 있으며, 특히 운영중단 명령을 어긴 경우 "해당 장소나 시설의 폐쇄를 명하여야 한다"는 의무조항까지 넣었다.


'감염병 의심자'의 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신설했다. 감염병예방법 42조②항2호를 개정해 유선·무선 기기 등을 이용한 감염병의 증상유무 확인과 함께 담당 공무원이 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의 GPS 등을 활용해 '감염병 의심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또한 질병관리청장은 감염병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각 기관 및 단체에 필요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요청할 수 있는 정보에는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인적사항과 치료내용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모두 포함된다.


아울러 정보제공 요청을 거부한 의료기관 및 약국, 법인·단체·개인에 대해 '1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규정을 신설해 강제력을 부여했다. 정부의 정보제공 요청을 단순 거부했다는 사유만으로 '일반인'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진 것이다. 주로 감염병 예방에 협조할 의무가 있는 의료기관이나 인력에 한정했던 기존 처벌규정에서 대상이 크게 확대된 대목이다.


이밖에 이번 개정을 통해 지자체장이 감염병과 재난에 대비해 물자를 비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됐다. 의약품·장비 등을 비축·관리하고 재난상황 발생시 이를 지급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사실상 전시 '징발'에 가까운 규정으로 해석된다.


국가와 지방정부 권한의 대폭 확대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가능했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 집회 및 종교활동 제한, 이동 제한 등의 방역조치를 취하면서 국가권력의 비대화를 용인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나친 행정권력의 강화는 프라이버시 침해 등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코로나로 인해 큰 정부에 대한 강한 욕구가 일어나고 빅브라더가 출연하고 있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조차도 정부기능 강화를 얘기한다"며 "그렇다면 (국회는) 큰 정부가 갖고 있는 위험을 대비해야 한다. 정부와 시민개인의 자유 사이 균형을 맞춰나가야 한다"고 했었다.


야권의 한 재선의원은 "우리 국민성이 사익 보다는 공익을 중시하고, 개인 보다는 집단을 먼저 생각하는 측면이 강하다. 코로나에 걸리면 주변에 민폐를 끼치고 마치 죄를 지은 것 같은 분위기가 되지 않느냐"며 "코로나가 급했기 때문에 법률개정에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았지만, 종식된 이후에는 다시 한 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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