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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 제명에 담긴 이낙연의 '육참골단' 노림수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0.09.20 07:00 수정 2020.09.20 03:11

윤리감찰단 출범 이틀 만의 전격 제명

속전속결 배경에 이낙연 의중 담겨

선제적 공세차단과 소속의원 향한 경고

'꼬리자르기'로 책임 피해갔단 지적도

이낙연 상임위원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낙연 상임위원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김홍걸 의원의 제명을 의결했다. 지난 17일 윤리감찰단이 출범하고 이틀만에 이뤄진 전격적인 조치다. 일벌백계를 통내 당내 기강을 잡는 한편, 야당의 공세를 미연에 차단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논란으로 민주당에 곱지 않은 민심을 감안한 조치로도 보인다.


'비상징계' 규정을 인용한 제명에는 이낙연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7일 이 대표의 측근인 설훈 의원 주재로 김한정 의원과 김홍걸 의원 등이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재산 축소신고에 대한 소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사실상 '의원직 사퇴'를 의미하는 탈당을 종용했지만 김홍걸 의원이 거절했다는 것이다.


김한정 의원은 그 다음날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자진사퇴를 촉구했는데, 이 대표의 의지가 전해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제명결정 직전 <데일리안>과 만난 김홍걸 의원 측 관계자는 "불과 며칠 전 (김한정 의원과) 만나 입장을 준비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했고, 본인도 납득하고 도와준다고 했었는데 갑자기 이럴 수가 있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었다.


민주당 안팎의 환경이 녹록지 않자 이 대표가 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당 안팎의 주된 반영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특혜휴가 의혹에 이어 윤미향 의원 기소, 이스타항공 대량해고에 따른 이상직 의원 논란 등 잇단 악재에 김 의원까지 확대될 경우 겉잡을 수 없는 위기임은 분명하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3%p 하락한 36%를 기록했다. 광복절 집회 후 강력한 코로나 대응으로 40% 가까이 상승했던 당 지지율이 다시 30%대 중반으로 떨어졌고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할 경우 추가적인 하락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참조 가능>


'읍참마속'을 통해 당내 의원들을 향한 메시지도 담았다. 김 의원은 민주당 창업주인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삼남으로 상징성이 적지 않다. ‘호남홀대론’을 극복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공들여 영입했고 비례대표까지 줬을 정도다. 더구나 이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던 사람이다. 당내 기강확립을 위해 상징성과 개인적 인연까지 단칼에 자를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경고의 의미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최근 추 장관 관련 소속의원들의 무리한 발언이 이어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대정부질문을 앞두고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 대표는 "확실한 진실은 검찰수사로 가려질 것"이라며 "정치권은 정쟁을 자제하면서 검찰의 수사롤 돕고 결과를 기다리는 게 옳다"고 자제령을 내렸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당내에서 '쿠데타' '안중근' 등 적절치 못한 비유가 나오며 논란을 부추겼다. 이에 이 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에서 "사실관계를 분명히 가리되 과잉대응은 자제하는 게 옳다"며 재차 자제령을 발동한 바 있다.


야권의 공세를 차단하고 나아가 역공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도 읽힌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제명결정 이후 국민의힘 박덕흠·조수진 의원을 겨냥해 "이대로 잠잠해질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했다. 19일 김한규 민주당 법률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해 특혜를 누린 것으로 생각하는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감에 어떻게 답할 것이냐"며 국민의힘 압박에 나섰다.


다만 김 의원에 대한 제명이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적절한 공천이라는 당의 책임은 덮고, 제명을 함으로써 김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퇴로를 만들어줬다는 점에서다. 국민의힘 배현진 대변인은 "당 명부에서 이름만 빼고 계속 같은 편인 게 무슨 징계냐"고 지적했고,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의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며 김 의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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