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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크레딧⑦] 이현영 "편곡과 작곡, 그리고 뮤지컬 음악까지"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0.09.18 10:44 수정 2020.09.21 10:37

ⓒ이현영 ⓒ이현영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이현영 편곡가는 이문세 밴드 피아노 세션으로 11년째 활동하며 가수들의 노래 작‧편곡도 하고 있다. 악동뮤지션 '사춘기 '리얼리티', '초코레이디',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거지', '프리덤'(Freedom) 편곡과 정은지의 '심플 이즈 더 베스트'(Simple is the best), '느리게 가는 세상' 작곡, '두고왔나봐요' 편곡에 참여했다.


"악동 뮤지션은 세션을 하면서 콘서트 음악 편곡을 하게 됐어요. 이후 찬혁이와 음악적인 견해가 잘 맞아서 소통이 잘 되는 편이라 함께 하게 됐어요."


작곡은 유튜브, 서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가 된 것에 비해 편곡 작업은 많이 노출되지 않았다. 이현영은 작곡가가 보내온 데모를 다양한 악기들을 배치하며 노래로 만든다. 작곡가의 의도와 가장 가깝게 음악을 만드는 것이 편곡가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작업을 하다보니 이미 완성된 곡을 내가 다듬어주는 것 이외의 역량이 필요하더라고요. 세션을 섭외하고, 인트로 아웃트로 라인도 만들어 미디, 현악기, 건반, 기타 등 어울리는 연주를 배치하고 트랙 얹어요. 해외에서는 따로 편곡을 안두죠. 공동 작곡으로 가거든요. 작업을 하면서 나의 창작 지분이 어디까지 있을까 고민이 편곡가들의 딜레마인 것 같아요.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는 멜로디와 가사, 코드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걸 뒷받침하는 게 편곡가들의 역할입니다."


이현영은 작곡도 하고 있지만 편곡을 할 때 더 즐거움을 느낀다. 하나의 노래를 가지고 다양한 버전을 만들어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지만 작업 끝에 오는 보람은 크다.


"한 곡 가지고 다양하게 들려줄 수 있다는 게 참 재미있는 작업입니다. 또 만들어서 아티스트에게 들려줬을 떄 반응을 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그 안에서 작곡, 편곡자랑 또 새로운 버전이 탄생하기도 하고요. 악동뮤지션의 '프리덤'은 처음에 지금 발표된 노래와는 전혀 달랐어요. 처음에는 모던한 느낌이 강했어요. 그러다 찬혁이와 한국에 없는 사운드처럼 만들어보자면서 여러 시도를 했어요. 그 때 기타 트랙만 20개가 넘게 나왔어요. 제 메인이 주력임에도 불구, 리드미컬한 기타가 줄 수 있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 했어요. 악동뮤지션도 반응이 좋았고 YG엔터테인먼트에서도 반응이 좋았어요.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거지'는 버전이 10개나 있었어요."


ⓒ이현영 ⓒ이현영

1978년부터 2020년까지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국 음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설 이문세와 함께하는 일은, 그의 또 다른 자부심이다. 이문세와 함께한 시간만큼 음악의 정서와 배움도 깊어져가고 있다.


"스물다섯살에 만나서 지금은 가족 같아요. 20대 때는 이문세란 아티스트가 주는 음악의 무게감을 못 느꼈어요. 30대가 되고 나서야 느꼈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많이 혼났어요.(웃음) 제가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연주를 하고 있으니까 많이 답답해하셨어요. 그러다보니 내 플레이와 노래가 충돌하고 감정적으로도 맞지 않았죠. 제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노래 가사를 주의 깊게 듣기 시작하고 작곡가가 쓴 의도를 파악하면서 지금은 이문세란 가수의 정서를 잘 따라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제 연주는 허공에 떠도는 멜로디 같았는데 지금은 '사랑이 지나가면'을 연주하면 눈물이 나요."


이현영은 이문세 콘서트를 위해 뉴욕에 방문했을 때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본 후 감동을 받고 영역을 넓히기로 했다. 2017년 한국예술종합예술사에서 뮤지컬 작곡 석사를 공부했고 2019영 어린이 뮤지컬 '세상에서 가장귀한' 작곡 및 음악감독을 맡았다. 그리고 지금은 작곡한 곡으로 구성된 뮤지컬 '드림 레코더'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대중가요와 뮤지컬이라는 음악적 차이가 컸지만 공부를 해나가며 간격을 채우는 작업은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대중가요 경력을 무기삼아 차별화를 두고 있다.


"가요를 10년 하다가 뮤지컬을 하려고 하니 너무 달라서 혼란스러웠어요. 학교 갔을 때는 이미 뮤지컬에 지식이 있거나 기관에서 공부를 하고 친구들 위주더라고요. 저처럼 대중가요를 하다 온 사람이 없었어요. 처음에는 '가요와 뭐가 달라'란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배우다보니 뮤지컬 음악은 조금 더 회화적이더라고요. 가요는 형식 같은게 없잖아요. 뮤지컬은 송폼(song form·코드와 악기 배치 등에 따른 곡의 구성)이 있어요. 또 가요처럼 노래를 부르면 감정이 끝나는 게 아니고, 감정 변화를 곡이 만들어주다보니 앞 뒤 상황도 고려해야 해요. 뮤지컬 작곡을 하는 친구들 대부분이 클래식 기반인데 저는 대중가요를 해서 피아노 뿐 아니라 밴드, 기타, 등 다양한 악기로 풀어갈 수 있더라고요. 그걸 강점으로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이현영은 앞으로 좋은 메시지가 담긴 음악으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다. 음악으로 돈을 벌고 많이 알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가치 있는 것들이 깃들어야 더 값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교에서 졸업 작품을 심사해 지원을 해주는 사업에 뽑혔어요. 진즉에 공연을 했어야 했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11월로 밀렸어요. 아이가 주인공은 가족 뮤지컬인데 빨리 선보이고 싶어요. 자극적으로 시선을 끄는 작품 말고 폭넓은 연령대가 관람할 수 있고 좋은 메시지가 있는 뮤지컬 음악을 하고 싶어요. 악동뮤지션과 만난 걸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도, 찬혁이의 가사에는 자극적인 것이 없어요. 인생 한 번 쯤 생각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가사들이 많죠. 제 뮤지컬 음악도 그렇게 풀어나가고 싶습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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