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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실연자 권리②] 실연 제도 허점, 방지할 수 있나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9.18 01:00 수정 2020.09.17 18:43

ⓒ한국음악실연자협회 ⓒ한국음악실연자협회

한국음악실연자협회(이하 음실련)를 통해 실연자가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만, 워낙 케이스가 다양하다보니 곳곳에 허점도 드러난다. 다수의 컴퓨터음악 실연자가 그에 대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 주실연자와 부실연자의 기준과 배분율에 따라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실연 제도가 ‘실제 연주’에 한정이 되어 있다 보니 컴퓨터 음악을 실제 연주로 봐야하는가를 둔 논쟁도 있었다. 다수의 방송음악을 제작하고 있는 작곡가 A씨는 “대부분의 작업을 컴퓨터를 통해 한다. 컴퓨터 안에 있는 악기 소스를 활용해 음악을 만든 것도 명백히 ‘실연’으로 봐야 한다. 더구나 지금의 시대에는 많은 작곡가들이 미디를 통해 작업을 하는데, 이것이 실연으로 인정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음실련도 이 같은 상황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는 컴퓨터 음악 실연자는 ‘신디사이저’로 신고를 할 경우 부실연자로 등록된다. 하지만 이는 알면 받고, 모르면 받지 못하는 주먹구구식 절차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작곡가 B씨는 “그동안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작곡에 따른 저작권료는 받고 있지만, 모든 악기를 미디로 만들었음에도 음실련에서 정산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신디사이저’로 등록하는 것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음실련은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이견이 많아 2013년 컴퓨터 음악의 실연성 인정여부 공청회를 열었고, 해외 사례도 조사했다”면서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컴퓨터 음악 실연인정 여부 설문 등 상당기간 의견수렵 절차를 거쳐 2020년 6월 이사회 결과 이를 인정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다만 분배규정은 문체부 승인사항이기 때문에 현재 심의 중에 있으며, 승인이 완료될 시 계도기간 도과 후 내년 하반기부터 미디 부실연이 등록 가능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실제 연주하는 비중에 따라 형평성 있는 분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단순히 6대4의 비율로 주실연자, 부실연자를 나눌 것이 아니라 더 세분화된 비율이 정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경우는 현재 9대1, 일본은 7대3, 영국은 6.5대3.5 등의 비율이 적용되고 있다.


작곡가 A씨는 “곡의 비중으로 주,부실연의 실연비를 나누는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제작사에서 임의로 배분을 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율표를 만들어서 제출하게 하는 시스템도 좋다고 판단된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자체적인 시스템은 악의적으로 쓰일 수 있고, 주관적인 부분이 작용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 도입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 작곡가는 “최소한 부실연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부실연자 내에서 무조건 1/n이 아닌, ‘고 비중’과 ‘저 비중’ 등 세부적으로 그룹을 나누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법을 제시한다”고 했다.


음실련은 이 배분율과 관련해 “국가별로 실연자 단체의 주,부실연 비율이 상이하다. 외국의 경우에도 각각 다양한 비율이 적용되어 있어 일반적인 ‘기준’을 단언할 순 없다. 각 국가 실연자 진영간 치열한 논의 결과로 적용되는 결과”라며 “현재 음실련의 주,부실연 분배 비율은 국내 실연자간의 합의 결과이자 문체부 승인 비율”이라고 못 박았다.


주실연자가 부실연자보다 인원수가 많은 경우에도 1/n로 배분되기 때문에 오히려 부실연자보다 실연료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예로 엑소의 네 번째 미니앨범 리패키지 타이틀곡 ‘파워’(Poser)의 등록 상황을 살펴보면, 가창자인 엑소 멤버들이 주실연자로, 백그라운드 보컬로 boy matthews, ONESTAR가 등록이 되어 있다. 만약 이 곡에 대한 실연료가 100만원이 발생했다면 엑소 멤버들에게 60%에 해당하는 60만원, 각 멤버별로 약 6만7000원가량이 배분되고, 백그라운드 보컬로 등록되어 있는 두 사람은 나머지 40%를 1/n해 각각 20만원씩 수령하게 된다.


음실연은 이에 대해서도 ‘예외적인 경우’라고 해명했다. 이들은 “발매 곡은 연주자수가 다수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통상 곡에 스트링 연주가 포함되는 사례의 경우 부실연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다수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은 가창(보컬)과 코러스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그룹 멤버를 코러스에 포함해 실연정보를 제공하는 사례가 많다”고 반박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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