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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KT ‘플립북’, 미친 가성비…폰 연결하니 ‘영락없는 노트북’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입력 2020.09.12 07:00 수정 2020.09.11 19:06

29만원에 ‘태블릿+키보드’ 장만…고급스런 외관·휴대성↑

고사양 그래픽 작업은 ‘무리’…문서 작업·동영상 시청 적합

KT ‘플립북’.ⓒ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KT ‘플립북’.ⓒ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노트북처럼 생겼는데 노트북은 아니고...이게 도대체 뭐지?”


KT가 출시한 ‘플립북’의 첫인상이다. 제품은 노트북과 똑같이 생겼지만, 내부 구성은 전혀 다르다. 핵심 부품인 중앙처리장치(CPU)와 램(RAM), 하드디스크, 카메라 등이 빠져 있다.


두뇌 없이 화면과 키보드만 결합된 제품을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제조사들은 최신폰에 모니터, 키보드와 연결해 PC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 덱스(DeX)’다.


삼성 덱스는 스마트폰을 PC처럼, 혹은 스마트폰 화면을 PC 창에 띄워서 별도 프로그램처럼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USB-C 선으로 플립북과 스마트폰을 연결하기만 하면 영혼 없던 플립북이 노트북으로 바뀌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 반대로 이를 지원하지 않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플립북은 무용지물이다.


KT ‘플립북’ 옆모습.ⓒ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KT ‘플립북’ 옆모습.ⓒ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지금까지 이런 제품이 없었던 건 아니다. 약 9년 전인 2011년 모토로라가 ‘세계 최초 웹탑 컴퓨터’라고 홍보하며 ‘아트릭스 랩탑독’이라는 제품을 내놨는데, 지금처럼 선으로 스마트폰과 연결하는 방식이 아닌 ‘도킹 스테이션’에 꽂아서 사용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 조합은 일반 넷북보다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46만원이라는 가격도 걸림돌이었다. 그 돈이면 넷북이나 저가형 노트북을 한대 구매할 수 있었고, 당시 스마트폰 사양으로는 노트북만큼의 사용감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제품이다.


플립북은 요즘처럼 스마트폰 성능이 ‘오버스펙’으로 불릴 만큼 상향평준화된 시대에 딱 들어맞는다. 노트북 교체 주기를 통상 5년으로 본다면,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2년으로 훨씬 짧다. 플립북에 연결할 스마트폰만 바꾸면 계속 노트북 성능 업그레이드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KT ‘플립북’.ⓒ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KT ‘플립북’.ⓒ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평소 사용하던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 플러스’와 조합해 며칠간 제품을 사용해보니 얼마 전 외부에서 급한 일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 가볍게 들고 다니려고 저가형 태블릿을 장만한 것이 후회될 정도로 사용성이 괜찮았다.


태블릿 30만원, 키보드 케이스 10만원으로 총 40만원을 썼는데, 이 둘을 합친 플립북 가격은 29만8000원으로 더 저렴하다. 물론 플립북이 태블릿과 키보드 케이스 조합처럼 분리가 되는 건 아니지만, ‘넷플릭스 머신’에 더해 문서 작업 용도로 가볍게 쓸 제품을 찾는다면 태블릿보다는 플립북이 제격이다.


KT ‘플립북’을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10’과 연결해 웹서핑을 하는 모습.ⓒ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KT ‘플립북’을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10’과 연결해 웹서핑을 하는 모습.ⓒ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가장 마음에 든 건 빠른 속도와 연결성이었다. 제품은 안이 텅 빈 만큼 전원 버튼을 누르면 수초 내 빠르게 켜졌다. 부팅 시간 필요 없이 스마트폰만 연결하면 바로 PC와 같은 바탕화면이 나온다.


플립북으로 문서작업이나 웹 서핑, 동영상 시청을 하다가도 스마트폰으로 오는 문자나 카카오톡 알림, 전화 등을 놓치지 않고 받을 수 있다. 플립북에도 동일한 알람이 동시에 뜨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앱)이라면 은행, 게임 등 플립북에서도 똑같이 사용 가능하다. 다만, 사용할 때 앱을 한꺼번에 여러 개 실행시키면 조금 버벅대는 현상이 나타났다.


문서 작업 용도로 플립북을 구매한 사용자는 스마트폰에서 ‘한글’,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등 문서작업용 앱을 별도 구매해 설치하고 사용하면 된다.


KT ‘플립북’을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10’과 연결해 문서 작업을 하는 모습.ⓒ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KT ‘플립북’을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10’과 연결해 문서 작업을 하는 모습.ⓒ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휴대성도 장점이다. 제품 크기는 가로·세로·두께가 307.5x209x14.7mm이며 무게는 1.18kg으로 가벼운 편에 속한다. 가벼우면서도 저렴한 느낌이 나는 플라스틱 재질이 아닌 메탈 알루미늄 몸체를 채택해 만족스러웠다. 키보드는 통통 튀는 가벼운 느낌이 아닌 ‘쫀득쫀득’한 느낌으로 타이핑됐고, 뒤판에서 은은한 백라이트로 문서 작업을 즐겁게 해줬다.


360도로 완전히 뒤로 꺾이는 모니터는 동영상을 볼 때 굉장히 편리했다. 플립북은 13.3인치 FHD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동영상을 볼 때 키보드를 완전히 뒤로 꺾어 세워두고 ‘스킵’을 누르면서 유튜브를 시청하니 편했다.


터치스크린을 펜과 함께 사용하고자 할 경우 일부 호환 가능한 정전식 터치펜을 구매해 활용할 수 있다. KT가 따로 판매하거나 구성품에 포함돼 있지는 않아 아쉽다.


KT ‘플립북’을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10’과 연결해 유튜브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모습.ⓒ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KT ‘플립북’을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10’과 연결해 유튜브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모습.ⓒ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플립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갑작스레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데 집에 데스크톱이나 마땅한 노트북이 없는 직장인, 원격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유용해 보인다. 그래픽 작업이나 사양 높은 게임 구동에는 적합하지 않다.


스마트폰과 연결을 해제하면 개인정보가 일절 남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직원들을 재택근무 시켜야 하는 중소기업이 구매해 지급하기도 좋아 보인다.


모한서 KT 무선단말사업팀 차장은 “최근 PC 성능을 넘어서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성능과 폰의 데스크톱사용자환경(UI) 지원 추세가 만나, 새로운 모바일 컴퓨팅의 미래를 여는 스마트기기를 출시하게 됐다”며 “고객의 새로운 니즈에 적극 부응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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