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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뛴다-15] 포트폴리오 다변화 나선 풀무원…“해외 시장서도 두각”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0.09.11 06:00 수정 2020.12.28 08:20

무공해 원료·위생 포장으로 유기농 시장 개척

만두·피자 등 가공식품으로 포트폴리오 확장도 ‘성공’

해외 시장서도 ‘k푸드’ 위상 널리 알려…“미국·중국 상반기 흑자 달성”

ⓒ풀무원 ⓒ풀무원

풀무원 사업의 뿌리는 두부와 콩나물이다. ‘유기농’과 ‘건강한 먹거리’에 집중해 온 풀무원은 상대적으로 제품 출시가 더딘 식품회사라는 인식이 대체적이었다.


그러나 요즘 풀무원은 무서운 속도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해 ‘얄피만두’를 시작으로 냉동피자 등 가공식품 비중을 늘려나가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섰다.


신제품 전략은 ‘차별성’이다. 시중의 만두피 중 가장 얇은 두께의 ‘얇은 피 만두’, 피자 끝 둘레의 빵을 없앤 냉동피자 ‘노엣지 피자’가 대표적이다.


풀무원은 한 발 앞선 전략을 통해 식품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1위 업체가 60%를 점유하고 있던 냉동만두 시장에서 단숨에 시장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냉동피자 역시 돌풍을 일으키며 공장 증설에 착수했다.


최근에는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김치 등을 앞세워 미국에서 상반기 흑자 달성에 성공하는 등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두부면 ⓒ풀무원 두부면 ⓒ풀무원
◇유기농 먹거리 원조…“두부 고급화에 제품 다양화 전략까지”


풀무원은 ‘두부’를 통해 첫 이름을 알렸다. 1984년 설립 당시 작은 두부 제조회사에 불과했지만, 두부와 콩나물을 통해 매출 2조원에 육박하는 중견기업으로 거듭났다.


30여 년 전 두부는 부담없는 금액에 언제든 사먹을 수 있는 서민 식품이었다. 하지만 수입 콩으로 만들고 방부제가 들어간 저품질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저렴한 만큼 콩과 콩기름을 짜고 남은 비지(대두박)를 섞어 품질이 낮았다.


두부 응고제로 석회의 일종인 공업용 황산칼슘을 섞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또 검은 비닐봉지나 신문지에 둘둘 말아 파는 비위생적인 유통 과정도 뒤따랐다. 때문에 당시 대부분의 주부들은 ‘무공해’ 두부, 콩나물을 사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두부, 콩나물은 집에서 누구나 다 만들 수 있는 식품이었기에 그 누구도 사업 아이템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풀무원은 1984년 법인 설립 이후 본격적으로 기존 두부의 단점 보완에 나섰다. 차별화·고급화 전략을 펴기 위해 국산 콩만 쓰는 것은 물론 비지를 전혀 섞지 않고, 응고제도 가장 안전성이 높은 것을 택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에게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포장’이었다. 초기엔 생수가 담긴 비닐봉지에 한 모씩 담아주는 수준이었다. 이후 수정을 거듭하며 네모난 플라스틱 용기에 두부를 넣고 비닐로 밀폐하는 방법으로 발전하게 됐다.


이렇게 유기농산물과 포장두부가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자 85~86년에는 성장가도를 달렸다. 이어 오늘날 ‘두부’ 대표 회사로 이름 나게 됐다.


하지만 2011년 두부에 대한 적합업종 지정으로 풀무원의 시장 확장을 제한하면서 사면초가 위기에 직면했다. 사태를 잠자코 지켜보던 풀무원은 위기를 기회로 맞바꿨다. 최근에는 일반 두부를 넘어 두부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신개념 ‘두부면’이다. 풀무원은 올해 이 면을 통해 식물성 단백질 사업 확장에 힘을 주고 있다. 평소 두부를 잘 먹지 않는 젊은 밀레니얼 세대도 두부를 맛있게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제품 출시에도 공을 들이는 중이다.


ⓒ풀무원 ⓒ풀무원
◇국내 냉동 만두시장 재편…“얇은피 만두로 업계 2위 쟁탈”


최근 풀무원은 두부 등을 넘어 가공식품에서도 가능성을 확인했다. ‘냉동만두’를 출시하면서다. ‘얇은피꽉찬속만두’(이하 얄피만두)를 통해 새로운 냉동만두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얄피만두는 지난해 3월 출시됐다. 9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1000만봉을 돌파하면서 정체된 국내 냉동만두 시장의 판도를 크게 뒤흔들었다.


이에 따라 풀무원식품의 냉동만두 시장 점유율은 지난 6월 기준 15%로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2위는 해태제과가 지켰지만, 풀무원이 '얄피만두'를 전면에 내세운 이후 2분기부터 자리를 내줬다.


풀무원은 두부·콩나물로 더 친숙한 풀무원이 가공식품도 맛있게 잘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비비고 중심으로 돌아가는 만두 시장에서 풀무원이 만두로 소비자의 이목을 끌려면 제품력 그 자체로 승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얄피만두는 얇은피를 강조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시판 냉동만두의 일반적인 만두피 두께 1.5mm의 절반인 0.7mm 초슬림 피로 만두 속 재료의 맛을 온전히 전달하고자 했다. 여기에 기존 만두피 대비 피를 더욱 쫄깃하게 만들어 조리시 쉽게 찢어지지 않도록 고안했다.


만두소 역시 식감을 살리는 쪽으로 강수를 뒀다. 10㎜ 크기로 깍둑썰기한 돼지고기 등 씹힘성 좋은 속재료도 얄피만두의 강점 중 하나다. 특히 김치만두의 경우에는 시중 냉동만두로는 처음으로 깍두기를 썰어 넣어 아삭한 식감을 그대로 살렸다.


전략은 적중했다. 얄피만두는 출시 6개월 만에 메가히트 상품 반열에 올랐다. 최성수기에는 공장을 풀가동해도 공급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수요가 늘었다는 후문이다.


이후 풀무원은 후속작 출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는 교자만두까지 제품 라인업을 확장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출시 후 한 달 동안 107만 봉지가 판매되는 등 지난해 1세대 얄피 만두 대비 반응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노엣지 꽉찬 토핑 '베이컨 파이브치즈', '직화불고기', '페퍼로니 콤비네이션' 3종 ⓒ풀무원 노엣지 꽉찬 토핑 '베이컨 파이브치즈', '직화불고기', '페퍼로니 콤비네이션' 3종 ⓒ풀무원
◇“딱딱한 도우 빈약한 토핑 NO”…노엣지 피자로 냉동피자 시장 재편


냉동피자 시장에서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풀무원은 지난해 12월 '노엣지·크러스트 피자'를 출시하며 처음으로 냉동피자 시장에 진출해 올해 1~4월 기준 시장점유율 20.1%를 기록하며 2위로 올라섰다.


‘노엣지 꽉찬토핑 피자’는 소비자들이 냉동피자에 느껴왔던 불만족 포인트를 발상의 전환을 통해 해소한 제품이다.


과거 국내 냉동피자는 ‘딱딱한 도우’와 ‘빈약한 토핑’이라는 단점을 해결하지 못하며 소비자 만족도를 크게 떨어뜨려 왔다.


풀무원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냉동피자가 딱딱하게 잘 굳는 밀가루 끝부분인 ‘엣지’를 과감하게 없애버리고 도우 끝까지 토핑으로 꽉 채워 덮었다.


이렇게 완성된 ‘부드러운 도우’와 ‘풍부한 토핑’의 노엣지 피자가 냉동피자를 향한 소비자의 고정관념을 깨는데 일조했다.


노엣지 피자 중에서도 특히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건 ‘베이컨 파이브치즈’다. 풀무원 전체 냉동피자 판매량 중 약 31%를 차지할 정도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풀무원은 올해 목표로 제시한 냉동피자 매출 300억원을 달성하기 위해 생산설비에 추가 투자하고 올 하반기부터는 냉동피자 생산량을 50%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풀무원 미국법인 분기별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풀무원 풀무원 미국법인 분기별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풀무원
◇해외 시장에 K푸드 전파…“두부 넘어 김치까지 인기”


풀무원은 해외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해외에서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미국 사업이 적자에서 벗어나 수익을 냈다. 미국 내 1위인 '나소야'를 인수해 시너지를 낸 게 주효했다.


풀무원은 미국 시장에서 두부 시장 1위다. 75%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 내 두부 시장이 매년 7~8%씩 성장하면서 풀무원은 '식물성 단백질' 분야의 우수 기업으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두부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면서 '아시안 누들' 시리즈도 대박을 쳤다. 5년 전 500만달러 수준이던 풀무원의 아시안 누들 매출은 지난해 3000만달러까지 커졌다.


요즘 미국 시장에선 풀무원의 수출 전용 김치도 인기다. 자체 개발한 '씨앗 유산균'으로 발효해 배추의 단맛을 끌어올렸다. 설탕은 줄이면서 건강한 단맛을 냈고, 외국인이 싫어하는 '시큼한 냄새'도 잡았다.


해외 생산 거점 대신 전북 익산에 글로벌 김치공장을 세워 '한국산 김치의 맛'을 잡았다. '나소야 김치'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팔리는 풀무원 김치는 월마트 전점과 크로거 등 1만 곳 이상 점포에서 팔린다. 미국 김치시장에서 점유율 40%를 넘어서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도 활약이 두드러진다. 풀무원은 중국 시장 진출 10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1분기에 흑자를 낸 데 이어 2분기에도 영업이익 33억원을 기록했다. 종합 파스타 176%, 두부 87%로 주력 제품군에서 모두 높은 성장을 이뤄냈다.


풀무원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냉동HMR을 위주로 두부 등 식물성 단백질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 냉동HMR 시장에 혁신을 일으켰던 얄피만두와 노엣지 크러스트피자가 올해도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면서 냉동HMR의 강자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진출한 이래 처음으로 올해 분기 흑자를 기록한 만큼 계속 추이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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