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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 뉴딜펀드⑤] 시장 개입 '태생적 한계' 반복…운용성과 기대 난망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0.09.11 05:00 수정 2020.09.10 13:54

녹색펀드, 통일펀드 등 기존 정책펀드 수익률 마이너스 허덕

"정책 목표 맞춰 자금 운용하면 수요와 공급 불균형 발생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에서 한국형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과거 정부가 출시한 펀드들의 실패를 예로 들면서 정책 목표에 맞춘 자금 운용이 오히려 경제 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에서 한국형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과거 정부가 출시한 펀드들의 실패를 예로 들면서 정책 목표에 맞춘 자금 운용이 오히려 경제 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제 논란에 휩싸인 뉴딜펀드가 제대로 된 운용성과를 낼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 정부가 실시했던 '녹색펀드'나 '통일펀드' 등이 태생적 한계를 드러내며 사장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특정 정책 목표에 맞춰 자금을 과도하게 운용할 경우 수요·공급에 불균형이 발생해 거품이 발생하는 등 오히려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한국판 뉴딜 금융 지원 방안의 핵심인 뉴딜펀드는 정책금융기관을 포함한 정부가 7조원, 민간이 13조원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고안됐다. 시중의 과잉공급된 유동성을 활용한 정책형 펀드를 조성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악화된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포스트코로나 시대 대응의 키워드를 '디지털'과 '그린'으로 정해 관련 기업들을 펀드에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이 같은 펀드 구조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자금을 운용하려 했던 '관제펀드'의 반복을 우려하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주도한 '녹색성장펀드'가 대표적이다. 2009년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를 만들며 조성된 녹색펀드는 초기에는 58.6%에 달하는 평균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태양광 등 펀드에 담긴 산업의 업황이 악화되자 수익률은 -21.6%까지 떨어졌다.


대표적 녹색펀드인 '미래에셋그린인덱스펀드'는 2011년 4월 25일 설정일 이후 수익률이 94.0%까지 올랐지만, 2015년 8월 24일에 -27.4%까지 급락했다. 이어 올해 3월 19일에는 -46.8%까지 폭락했다. 이에 한때 50개가 넘는 펀드와 8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들인 그린펀드는 현재 17개, 1000억원으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이 펀드는 지난 2014년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과 함께 남북관계 정상화 정책의 일환으로 조성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6년 북한 핵실험과 개성공단폐쇄 등으로 인해 남북 관계가 경색되자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통일펀드 가운데 하나인 '신영마라톤코리아펀드'의 최근 3년 기준 수익률은 -6.65%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1999년 조성된 '바이코리아 펀드'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환위기(IMF) 극복을 위해 정부가 조성하고 민간이 적극 참여했던 이 펀드는 10조원이라는 자금을 모으는데 성공하며 위기극복의 마중물이 됐다. 하지만 2000년 초 IT 거품이 사라지면서 주가가 폭락하자 5조원이 넘는 펀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애초 목표인 민간자금 활용을 위해 펀드를 선택한 것이 잘못됐다고 평가한다. 펀드라는 상품의 특성상 자금 유출입이 자유롭고, 특정 산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급격한 자금유출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 유동성을 끌어들여 산업발전 자금으로 활용할 의도로 펀드를 조성했는데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자금 유입을 지속시키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펀드라는 상품의 자금 유출입이 워낙 유동적인 데다 경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자금을 지속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애써 끌어 모은 유동성이 일시에 풀려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정부가 뉴딜정책 관련으로 선정한 종목들에 이미 엄청난 버블이 형성돼 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거품이 낀 종목을 펀드에 편입해 판매할 경우 차익을 창출하고 매도한 기존 투자자들의 구주 물량을 뉴딜펀드가 떠안아 손실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뉴딜 발표 이전 20조원 수준이던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수소차 수혜주로 주목받자마자 85%이상 폭등한 37조원까지 뛰었다"며 "만약 조성된 뉴딜펀드가 현대차의 구주나 메자닌 등에 투자 한다면 이미 버블 수익을 창출한 투자자들의 물건을 뉴딜펀드가 떠안아 주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비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수익이 예견된 사업부문에는 이미 민간사업자가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 결국 정부가 펀드에 담을 사업들은 대개 수익률이 낮은 사업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펀드가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부가 사실상 세금을 통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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