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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거짓말이 주는 위안, ‘부다페스트 스토리’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9.10 10:47 수정 2020.09.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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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 O. 헨리의 단편 소설 ‘마지막 잎새’에서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담쟁이 잎이 다 떨어지면 자신의 생명도 끝난다고 믿는 젊은 여류화가 존시에게 노(老)화가는 담장에 나뭇잎 하나를 그려 삶에 대한 희망을 준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타인의 이익을 위한 그의 거짓말에 우리는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전쟁에서 실종된 군인 가족에게 여전히 그들에게 살아있을 수 있다는 거짓 희망을 준다면 과연, 그 행동은 정당화 될 수 있을까?


헝가리 영화 ‘부다페스트 스토리’는 전쟁 유족을 상대로 가짜 희망을 선물하는 사기꾼이 영웅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전쟁에서 실종된 군인의 가족을 상대로 살아있다는 달콤한 거짓말을 하는 한코(사보 킴멜 타마스)는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 나자 부다페스트를 도망치듯 떠난다. 그러던 중 숲속에 아들과 함께 남겨진 여인 유디트(비카 케레케스 분)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데 죽은 줄만 알았던 남편 빈체(레벤테 몰나르 분)가 돌아오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헝가리 영화가 낯선 이유는 제작되는 편수가 워낙 많지 않기 때문이다. 헝가리 영화는 무성영화시기부터 이미 중요한 감독들을 배출했고 산업적으로도 융성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주의자들에 반발한 많은 영화인들은 미국으로 이주해 미국 영화산업의 주축이 되었다. 파라마운트 픽처스 영화사를 설립한 아돌프 주코르, 폭스영화사를 설립한 윌리엄 폭스 그리고 ‘카사블랑카’의 감독 역시 헝가리 이민자 출신이다.


감독을 맡은 사스 아틸라는 영화의 제작과 감독 및 각본, 영화비평까지 소화하는 다양한 재능을 지닌 영화인으로 ‘부다페스트 스토리’는 세계 유수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헝가리 필름 어워즈에서 2개 부문 수상과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유럽에서도 화제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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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한 스릴러 문법을 차용했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영화의 톤도 1940년대 고전 할리우드 문법을 따른다. 특히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히치콕의 스릴러 장르를 차용했다. 히치콕의 많은 영화들이 여성에게 일어나는 비극에 초점에 맞췄는데 ‘부다페스트 스토리’ 또한 유사점이 발견된다. 등장인물의 심리묘사에 따른 서스펜스(긴장감)도 높다. 한코의 거짓말과 폭력적인 남편을 죽여주길 바라는 유디트 그리고 한코와 유디의 관계를 지켜보는 아들 등의 서사구조는 관객들에게 더욱 위태롭고 큰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부다페스트 스토리’는 폭력과 갈등의 위험도 경계한다. 실종되었던 남편 빈체가 돌아오면서 작품은 주제의식인 악에 대한 속성을 말한다. 폭력은 시대를 막론하고 가정, 사회, 국가 속에서 자행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전쟁 같은 역사적 비극의 발생 원인도 악의 속성인 폭력에서 찾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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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는 영화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 중의 하나다. ‘글루미 선데이’를 비롯해서 많은 영화들이 부다페스트에서 촬영되었다. 오래된 고딕 건축물과 과거 냉전시대의 잔재가 남아 있는 도시며 다뉴브 강은 파리의 센 강만큼이나 아름다운 야경과 매력을 지닌 곳이다. 무뚝뚝한 표정의 현지인들과 잿빛으로 둘려 쌓인 낡은 건축물에 침울할 법도 한데 낯설게도 회색빛 도시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특하고 오묘한 아름다움은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세계는 미·중 패권경쟁으로 분쟁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고 우리사회 또한 분노와 갈등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영화 ‘부다페스트 스토리’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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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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